미국 반도체산업 경쟁력 회생에 처음 나선 것은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다. 77년에 설립된 SIA는 업계의 요구를 정부당국에 전달하는 창구로 「미·일반도체 협정」 등을 이끌어 내고 세마테크 결성에 앞장서는 등 미국반도체산업 육성의 중심軸 역할을 했다.
SIA는 무엇보다 기업현실에 바탕을 둔 실질적인 정책 대안 마련에 힘썼다. SIA는 3년마다 1개의 칩(Chip)위에 포함되는 트랜지스터(TR) 수를4배로 늘려 처리속도를 높인 신제품을 출시하는 반도체 제품사이클에 맞춰반도체 장비의 조세 감가상각 기간을 3년으로 단축시켰고 업계가 변화하는시장여건에 신속히 대응토록 불필요한 환경관련 허가와 수출허가사항들을 대폭 완화시키는 등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섰다.
이외에도 SIA는 대외적으로는 통상 압력, 덤핑 규제 등의 무역 수단을이용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세마테크와 같은 민간 업체의 컨소시엄을 통해 시장성 있는 제품 및 선도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했다. 또 국방성등과 연계해 업계에서 단독으로 수행하기 힘든 기초 기술이나 최첨단 반도체의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등 유관단체들과의 상호 보완체제를 공고히 하는데커다란 역할을 했다.
SIA가 美반도체산업에 끼친 영향 가운데 가장 큰 공으로 평가받고 있는것은 지난 92년에 작성한 「반도체기술 중장기 계획(로드맵)」. SIA는 미국 반도체기술의 미래 소요를 평가하기 위해 지속적인 반도체기술 진보와 관련한 과제들을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규명하는 15년간의 중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SIA는 정부·업계·학계의 전문가와 오랜 협의를 통한 수정·보완을 거쳐 이 기술개발 계획을 최종 완성했으며 이를 국가연구소에서 수행할수 있도록 연구세분화 청사진도 만들어 美반도체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 반도체기술 로드맵은 각 전자부문에 미래의 반도체 기술 능력과 수요에대한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 업계의 경쟁력 제고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IA가 美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전반적인 방향 제시와 함께 對정부 창구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세마테크는 실제적인 성과를 낳을 수 있는 제품개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SIA는 날로 치열해지는 반도체시장에서 경쟁력를확보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제품의 조기개발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
또 이를 위해서는 투자리스크를 줄이면서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업체간 공동개발 및 공동투자가 가능한 컨소시엄 구성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세마테크는 바로 이같은 취지로 SIA가 87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탄생시킨첫번째 관민 공동 연구 개발 조직이다.
세마테크의 강점은 무엇보다 美국방성·국가연구소·대학연구소들을 연계해 제조기술 확보를 위한 튼튼한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데 있다. 세마테크는SIA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업계, 세계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회원사를 축으로 한 반도체장비업계·정부·반도체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한 대학들과의 제휴를 통해 연구개발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필요한 핵심기술을적기에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소간 역할분담을 추진했다. 특히 R&D 분야에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정부와 협력해 반도체기술 로드맵을 만들고 세부기술의 연구개발은 각 연구소에 분담시키는 산·학·연 형태의 인프라 구축에 주력했다.
이같은 노력은 미국 반도체산업 경쟁력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미국 장비업체들은 세마테크의 노력에 힘입어 그간 세계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고 일본 추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또 이같은 장비업체들의 경쟁력은 곧바로 소자업체들의 제품 개발력 제고로 이어져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美반도체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린턴대통령 조차도 세마테크를 『제조기술 향상을 위해 연방정부가 지원한 컨소시움들의 모델중의 모델』이라고 극찬하면서 미국의 반도체 산업의 회복에대한 많은 공적을 세마테크에 돌릴 정도다.
또 최근들어서는 일본에 맞서 한국·유럽·일본업체들을 결집해 차세대 웨이퍼인 12인치 대구경 제품의 시험생산라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다시 한번세계 반도체업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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