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월부터 시행키로 결정한 소비자 피해보상규정 개정내용중 전자제품에 대한 부품 의무보유기간 설정은 이제까지 기업이 스스로 정한 부품 보유연한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마디로 지키지 않으면 법적제재를 받는다. 대체로 현행 보유연한과 큰 차이는 없지만 단종이후를 기준으로 품목별로 5~8년간 부품을 보유해야 한다. 또 부품을 보유하지 못해 수리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그 제품의 남은 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한다.
한 예로 소비자가 부품 의무보유기간이 8년인 컬러TV를 80만원 주고 구입했는데 이 제품이 단종된 후 1년이 지나 고장났는데도 부품이 없어 수리하지못할 때 해당기업은 나머지 7년분에 해당하는 70만원을 배상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결정에 대해 소비자가 구입한 전자제품이 쉽게 단종되고 또부품이 없어 수리가 안돼 다시 제품을 사야 하는 낭비를 초래하는 사례가 적지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업체가 해마다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기존에 판매한 제품관리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현재 대부분 1년으로 돼 있는 전자제품 품질보증기간이 2년으로늘어났다.
이런 조치는 OECD가입을 눈앞에 두고 소비자권익도 선진국 수준으로향상돼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지만 전자업계의 부담은 이만저만이아니다.
이중에서도 전기난로와 주서믹서.전기보온밥통 및 밥솥.전기압력솥.정수기.전기담요 같은 소형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전자업체에는 치명적인 부담이될 수도 있다. 이들 제품의 품질수준이나 경쟁력이 열악한 현실을 감안할때계속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까지도 던져주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이들 제품을 공급받아 자기상표로 판매하는 가전3사조차 가격경쟁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데다 품질향상을 위한 지원도 한계를 드러내고있어 언제 이 사업에서 손뗄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전3사가 이들 소형가전제품을 소화해내지 못할 경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공급에 의존해온 대다수 중소기업은 스스로 판로를 개척, 자동화된 대량생산을 주무기로 하는외국기업과 맞붙어야 할 판이다.
여기에 품질보증기간 연장이나 부품 의무보유기간 설정은 중소전자업계의체질을 강화하기보다는 원가부담을 더해줄 것이라는 관련업계 대부분의 시각이다. 현실적으로 이들 소형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스스로 시장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만한 능력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가전3사 등 대기업은 수익성이 낮은 제품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내부적으로 사업품목 조정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터라이러한 소비자보호 조치는 가전3사의 사업품목 조정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 가전대기업으로 제품구색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이제는 중소기업에서 반드시 OEM공급을 받지 않을 수도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즉 경쟁력있는 상품이면 외산품도 취급할 수 있다는 인식이 번지는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이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정부의 제도강화는 당장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시적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중소업계의 기반을 더 약화시킬 공산이크고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한 우리 가전산업의 공동화 현상을 확산시키는한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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