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PC용 PCB시장 "이상기류"

이중배기자

양적인 면에서 그동안 국내 산업용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의 주류를 형성해왔던 PC(개인용컴퓨터) 및 이와 관련된 보드시장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그 원인을 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국내 PC시장 침체를 완전히 뒤엎을 것으로 예상됐던 "윈도95"가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데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 대만PCB업체들이 서서히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윈도95"에 따라 향후 PC시장이 어떤 양상을 보일 것인지, 또 이로인해 PC관련 PCB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섣불리 예측하기란 쉽지않지만 최근 PC주기판용 PCB를 중심으로 한 대만PCB업체들의 움직임만큼은심상치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최근들어 대만 자체의PCB 수요.공급 밸런스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만의 PCB생산규모는 어림잡아 우리나라의 1.5배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단면.양면.다층(MLB).연성PCB(FPC) 등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는 한국과는 달리 대만의 경우 PC를 위주로 한 양면 및 4층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대만PCB업계의 고성장을 이끈 것도 바로 세계시장을 주도해왔던 주기판.그래픽보드 등 주변기기업계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주기판 소요량의 대부분을 대만에서 구매해 왔던 인텔이 "자급"쪽으로 방향을 선회, 빠져나가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난야.컴팩.우스 등 "빅3"와 중소 대만 PCB업체들이 대부분지난해 대단위 설비투자를 단행,PCB공급량도 크게 늘어났다. 반면 "윈도95"발매가 계속 지연되면서 PC의 대기수요 팽배로 인한 세계적인 PC시장 한파까지몰아닥쳐 수요 예상이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이에 대만업체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한국을 향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국내수준의 80~90%에 불과한 강력한 가격경쟁력과 결코 국내에 뒤지지 않는단납기라는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우진전자 정창원상무는 "대만업체들이 특유의 응집력과 중소기업형 기업구조로 단납기와 다품종 소량구매를 생명으로 하는 PC관련 PCB시장에서 분명한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PC업체들의 구매전략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가격파괴"로 상징되는 PC시장의 구조재편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PC업체들이 아예 값싼 대만에서 PCB어셈블리 상태의 관련보드나 PCB를 구매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많은 업체들이 PCB어셈블리나 PCB를 대만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삼성.삼보 등 주요업체들도 이미 소요량의 절반정도는 대만에서 조달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PC시장이 커질수록, 혹은 그 성능이 다양해 질수록 수요가 늘어날것으로 보였던 주변기기시장이 메인보드.VGA.사운드카드 등 PC보드의 복합화추세와 소프트MPEG 등으로 대변되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예상과는 적잖은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대만업체들의 시장잠식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국내 PC시장의 침체와급변하는 PC기술발전에 따른 복합보드화, 그리고 시장위축이 겹치면서 국내PC관련 PCB시장은 현재 전년대비 50% 이상 감소됐고 가격도 이미 바닥권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다만 6,8층 등 고다층 MLB가 주력 채용될 노트북PC만이 아직까지는 대만이커버할 여력이 약하다는 점에서 마지막 보루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따라 PC관련 PCB비중이 특히 높은 우진전자.남양정밀 등 전문업체와대덕전자.LG전자.삼성전기 등 산업용 PCB업체들은 정보통신용.반도체용.자동차용 등 고부가PCB 쪽으로 빠르게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

결국 PC 및 관련보드용 PCB시장은 이제 국내 산업용 PCB업계의 중심권에서서서히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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