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정책 기준부터 세워라

정부의 신규통신사업자 허가신청요령 설명회가 계속 연기되면서 이 부문에참여하려는 기업들의 혼돈과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관련 기업들이 혼란을 겪으면 겪을수록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게 되고, 최종적인 결과가 어떻게 나든 예상되는 반발과 후유증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사업자 선정시기는 당초부터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었다. 하필 총선을 앞둔 시기에 선정하겠다고 했다가 이를 선거 뒤로 미룬 것부터가 정보통신부의 정치적 무감각이었거나 아니면 의혹을 살 만한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굴절된 시각을 피하기 어렵게 했다.

신규사업권이라는 말의 뉘앙스 자체가 이미 막대한 특혜 내지는 이권을 연상시키는 것이 엄연한 현실임을 감안한다면 중대한 사업권 배분문제를 앞두고관련부처 장관을 경질한 것도 어느 면에서는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물론장관 경질이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해도 시기적으로 사업자선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게다가 막대한 이권사업으로 이해되고 있는 사업권 선정을 총선에 연관지어신청마감일이 2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신청요령조차 밝히지 않고있어 사업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을 초조하게 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진로를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아래 참여 가능 분야를복수로 상정하고 사업계획 역시 복수로 준비하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준비기업으로서는 신청요령 발표가 지연되다 보면 짧은 준비기간으로 인한 혼란이불가피하다.

물론 통신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의 위장 이중지원 여부를 심사하기가 어렵다는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미 데이콤 지분 줄이기에나선 기업들의 움직임이 지상을 통해 알려졌고, 그럴수록 발표를 미뤄온 정부역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점 또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사업 참여 자체가 막대한 이권이 되도록 숫자를 제한했을 때이같은 상황은 예견됐다고 봐야 한다.

현재의 정부와 재벌기업간 머리싸움은 이미 정부의 통신사업정책 자체에내재돼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 만큼 정책 자체가 더이상 불신의 대상이 되지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평가기준은 서둘러 밝혀져야 한다. 신청요령의 발표지연이 이중 지원하려는 기업들에게 주식 분산을 위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첨방식의 폐해를 막기 위해 1차 심사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이석채장관의취임 일성이 당위성은 충분하나 정보통신부 내부에서조차 전혀 고려하지않았던 "문제"를 던져 놓은 것은 분명하다.

이미 6공 시절의 제2 이동통신사업자 선정 파문을 경험한 정보통신부가 그때 일을 잊어서 추첨까지 고려한 것인지, 아니면 신임장관이 속사정을 모르면서 "원칙론"만을 내세운 것인지 국외자로서 알 수는 없으나 심사평가 기준마련이 진척을 보이지 않은 채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면 사업권 배분권을 행사하는 부처의 위상이 말이 아닌 것이다.

애초에 사업자 수를 제한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정부의 사업자 선정 대신허가의 모양새를 갖췄더라면 정부가 지금처럼 골머리를 앓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사회적 낭비나 과당경쟁이 야기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역으로 기술발전을 견인하는 동기를 제공할 수도 있는 문제다. 관련기업이 짊어질 위험부담 역시 스스로 선택한 기업이 감수할 몫이지, 그것까지 정부가 간여할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통신정책의 기준과 원칙을 분명히 갖고 있느냐를 다시묻고 싶다. 정부가 방향도 없이 나아가리라는 의심에서라기보다는 통신사업정책 자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어떤 원칙이 지켜져야 하느냐 하는 기본입장을 밝힌다면 세부계획안을 세우는 데 지금처럼 진통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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