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에너지 효율등급제" 어떻게 달라지나

통상산업부가 이번에 새로 마련한 가전제품에 대한 에너지소비효율 등급기준은 당초보다 하향조정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지난 93년부터 작년말까지의 에너지소비효율 목표 달성률과 과중한 원가부담을 우려한 가전업체들의반발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준마련과 관련,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냉장고의 경우 국제표준화기구(ISO)기준에 부응한 새로운 검사방법이 적용되는 것과, 그동안 소비효율 등급제가 적용되지 않았던 염화불화탄소(CFC)대체냉매 냉장고에도 4월부터 등급제가 적용되는 점이다.

냉장고 소비전력량에 대한 새로운 검사기준은 시험조건을 30+(-)1℃로 단일화했으며, 냉장고 문을 12분(또는 40분)단위로 개방해 시험하는 것을 삭제했고, 냉동실 온도를 ISO규격으로 통일했다.

통산부는 당초 이 기준에 근거해 새로운 기준을 수립하려고 했으나 1등급을받기 위해선 현재보다 30%이상 소비효율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무리가 있다는 업계의 의견을 수용, 5백l 미만(직냉식)은 15%, 5백l 이상(간냉식)은20%선으로 목표치를 확정했다.

또한 CFC대체냉매 냉장고는 가전3사가 모두 기술을 확보한 상태이고 최근수입되고 있는 외산품의 상당량도 CFC대체냉매 냉장고인 점을 감안, 예상보다 빨리 등급제가 확대 적용됐다.

이는 CFC대체냉매 냉장고를 이미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에겐 환경보호이미지와 기술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중요한 판촉포인트를 제공하게 되며, 원가부담을 이유로 내수시장에 출시를 주저해왔던 업체들에겐 상품화를 재촉하는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은 작년말까지 목표에너지소비효율 달성률이 1백%에 도달, 출시된제품의 90%가 1, 2등급을 부착하고 있다. 이에 근거한 에어컨업계의 강력한제동으로 에어컨에 대한 새로운 목표소비효율은 평균 8~14%로 상향 조정되었으며, 에어컨이 계절상품인 점을 감안, 일본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냉동공조연도" 개념을 적용, 새 등급마크는 96년 9월 1일 이후 생산되는 제품부터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통산부는 영세업체가 대부분 생산하고 있는 백열전구와 형광램프등조명기기에 대해선 최저에너지소비효율 기준은 설정했으나 목표효율은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조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가 시행된지난 93년부터 작년말까지의 목표효율 달성률은 냉장고가 88.2%, 에어컨이1백9.9%, 백열전구 82.5%, 형광램프가 92.1%로 대체적으로 만족할 만한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소비효율 등급제가 시행 첫단계에서부터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고효율의 등급마크가전기료 절감이라는 직접적인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판촉포인트로 부각되면서 관련업체들간의 치열한 고효율등급 획득경쟁을 유발했기 때문으로분석된다.

또한 에너지절약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정부입장에 대해 업계는 기술개발 및원가부담을 불평하면서도 소비효율등급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 미국.유럽등 선진국의 에너지절약.환경보호정책에 대처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점에는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에어컨 등 일부품목의 경우 고효율등급마크를 획득하기 위해 업체들이 고성능 컴프레서 등 핵심부품을 경쟁적으로 수입, 채용하고 있는 점 등은서둘러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최저에너지소비효율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제품에 대해선 개선 권고조치정도가 있을 뿐 판매금지와 같은 강력한 제재조치가 없어 유명무실하다는비판이 일고 있다.

소비효율등급제가 가시적인 목표수치 향상에만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 핵심기술 및 부품의 국산화와 연계될 수 있도록 대안이 마련돼야 하고, 국산화에앞장선 업체에 대해선 적절한 보상이 취해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유형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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