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개정된 소비자보호법 시행령 중에는 전자제품의 부품의무 보유기간을법적으로 못박았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전자업체들은그동안 소비자 피해보상규정에 의거해 부품보유 연한을 표시,소비자와 분쟁이 발생했을 때 기준으로 삼는 권장사항으로 취급했으나 이제는 강제력을 갖게 됐다는 얘기다.
또 일부 주요제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재 전자업체들이 표시하고 있는부품보유 연한보다 길어져 원가부담이 불가피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VCR 부품 보유기간은 현재 가전업체들이 7년으로 표시하고있는데 오는 3월께부터는 7년 6개월로 늘어나면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법적인책임을 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탁기.진공청소기.카세트녹음기 등은 6년에서 6년 6개월로늘어나고 전기보온밥통이나 주서믹서 같은 소형 가전제품에 대한 부품의무보유기간도 4년에서 4년 6개월로 6개월씩 늘어나게 된다. 압력밥솥과 같은전기밥솥은 3년에서 4년 6개월로 늘어난다.
현재 부품 보유연한을 8년으로 정해놓고 있는 컬러TV.음향기기.전자레인지.냉장고 등은 7년 6개월로 줄어든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 제시하고 있는부품의무 보유기간은 "하한선"을 정해놓은 것이어서 실제로 소비자와 분쟁이발생했을 때는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에 근거하고 있는 8년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소비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번에 정해놓은 부품의무 보유기간은 말 그대로 법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한것뿐이다.
결국 VCR.진공세탁기.청소기.카세트녹음기.전기보온밥통.밥솥.전기믹서등은 부품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기간 자체가 늘어난 것이라면, 컬러TV.음향기기.전자레인지.냉장고 등의 경우에는 부품 의무기간은 7년 6개월이지만 분쟁에 대비해서 현행대로 8년동안 부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전자업체들이 현재보다 더 오랫동안 부품을 확보해놓고 있어야 함에 따라 원가부담가중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중소 전자업체들은 대기업보다도 더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인력과 제조환경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업계로선 제조자의약속에 해당하는 품질보증기간 연장이나 부품의무 보유기간 확대 등이 경영에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전3사를 비롯한 완제품을 생산하는 전자대기업들의 경우에도 부품의무보유기간 확대가 경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중소기업보다 덜할 뿐, 부담이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부품의무 보유기간을 늘리고 법적으로 책임을 지우는 것은 현재 전자대기업들이 밀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사업품목의 조정을 부채질할 가능성을높게 하고 있다.
외국산 제품에 갈수록 밀리고 있는 소형 가전제품의 경우는 특히 이 부품의무 보유기간 확대로 리콜제와 함께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는 점에서 사업조정의 우선 대상품목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이 경우에도 그 피해는중소기업쪽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현재 대부분의 소형 가전제품은 중소기업에서 만든 것을 대기업이 자사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다. 즉 가전3사 등이 중소 가전업체로부터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받아 시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가 부품을 보유해야 하고 자연히 부품의무 보유의몫은 중소 가전업체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이번 소보법 시행령 개정안에선 상당수 전자제품들이 부품의무 보유기간대상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보급이 급속히 늘고 있는 컴퓨터를 비롯해 전화기.팩시밀리.모니터.카메라 같은 전자제품과 상당수 소형 가전제품에대한 정확한 부품의무 보유기간 명시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당국인 재정경제원에선 리콜제와는 별도로 3월께부터 적용할이 부품의무 보유기간 대상품목을 추가로 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그방향은 소비자보호에 주안점을 두고 이미 정해진 유사품목에 준용한다는방침이다.
따라서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전자제품들도 현재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에 근거해 표시하고 있는 부품 보유연한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현행컴퓨터나 모니터 부품 보유연한은 5년으로 돼 있는데, 유사품목인 컬러TV에 준용한다면 7년 6개월로 무려 2년 6개월 동안 부품을 확보해놓고 있어야하는 것이다.
재경원측은 다만 영리목적으로 전자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경우는 이중적 지위, 즉 약자인 소비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는 일반 가정에 비해 사업장에서 훨씬 더 빈번하게 제품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전자업계엔 다소 위안이 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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