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세계 항공기 부품시장 "군침"

미국과 러시아가 승객의 안전에 필요한 항공기 구명시스템과 민간항공기를위한 냉방장치를 처음으로 공동 생산하게 된다. 이는 러시아가 점차 커지는세계 항공기시장을 겨냥하고 서방측과 기술 합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신호탄으로 보여서 주목되고 있다.

미국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의 자회사인 해밀턴 스탠더드사는 최근 항공기술개발 전문회사인 러시아의 나우크사와 항공기구명 안전시스템과 에어컨을공동생산하기로 합의하고 공식적으로 합작사를 출범시켰다. "해밀턴 스탠더드 나우카"라는 이 회사는 러시아측으로 볼 때 항공기부품 분야에서 외국과처음으로 합작생산을 시도하게 되며, 우수한 시스템을 생산하여 세계시장을노린다는 계산이다.

특히 이 합작사는 항공산업이 국책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미국 정부의 개입없이 민간차원에서 이뤄진 결과여서 앞으로 순수한 민간차원에서미 러의 항공기술 제휴가 활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밀턴 스탠더드 나우카의 레오니드 마진 대표는 "항공기술 분야에서 두기업이 합작한 것은 5년전이며 이제 법적인 기초가 완비된 이상 생산라인의현대화를 통해 적어도 구명시스템과 에어컨 부문에서는 세계 일류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해밀턴스탠더드 나우카사의 초기 투자액은 2백만달러로, 앞으로 1억5천5백만달러가 더 투자된다. 정부기관인 미국 방위산업 민영화기금도 1백만달러를내놓기도 했다. 자본금은 51%를 해밀턴이 갖고, 나우카는 48%를 차지하기로합의했다. "경영권을 미국측에 넘겨주기 싫지만 해밀턴측에 투자를 기댈수밖에 없는 러시아측으로서는 불리한 지분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나우카측의 설명이다.

"처음엔 미국이 우리를 속일 것이라는 의심이 많았고, 설사 합작이 이뤄져도미국이 오래된 기술이나 제시하면서 우리를 이용할 것이라고 관련 정부기관에서 주저했습니다. 그러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서 시장을 잃지 말아야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지금은 미국측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레오니드 마진씨는 크게 볼 때 러시아측이 생산시설과 민간항공기를 위한에어컨 가공기술을 제공하고, 미국은 주로 구명장치 관련기술과 고급장비를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합작사는 앞으로 항공기용 뿐 아니라 우주선용구명시스템도 공동생산할 계획이다.

공동생산 계획 가운데 제일 먼저 착수에 들어간 것은 러시아의 TU 204 항공기를 위한 냉방 시스템으로서, 점차 TU 304, 일루신 OC, 일루신 114, 안토노프 70 등에 장착할 냉방 시스템도 공동으로 생산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다. 이들 냉방 시스템은 곧 실재 상황에 투입할 수 있는가를 가리는 여러 항공시험을 거쳐 빠르면 오는 3월에 미국과 러시아 정부의 최종 인가를 받을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올 하반기에는 세계 여러나라의 항공기 생산공장에서 미 러 합작의 구명 시스템과 냉방 장치를 공급받을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나우카뿐 아니라 러시아의 다른 항공기 제작사들도 러시아의 항공 시장이 개방되어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외국과의 합작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벌써 니즈니 노보그라드시에 있는 "치즐라 아브메닉"사가 서방의 다른합작선과 냉방장치 공동 생산을 추진중에 있고, 그밖의 다른 민간항공기 부품생산기업 서넛도 외국 합작선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토가 넓어서 항공기가 대중교통 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러시아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한국의 항공 기업들도 러시아에 불고 있는 항공기 부품 합작 열기에 우리 나름대로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스크바=김종헌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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