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퀘스트, 95년 세계반도체업체 성적표 분석

최근 데이터퀘스트사가 발표한 95년 세계 반도체업계 매출순위는 지난 한해동안 땀 흘려온 세계유력 반도체업체들의 영업성적표라 할 수 있다. 이 성적표를 보면 우등생은 예상대로 국내반도체 3사를 비롯한 D램업체들인 것으로나타났다. PC시장 호황에 따른 메모리의 폭발적인 수요확대는 D램시장의성장률을 전년대비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미증유의 호황세를 가능케했다.

94년 5위였던 히타치가 모토롤러와 자리바꿈을 하며 4위로 올라선 것이나삼성전자가 TI를 제치고 6위로 부상한 것도 D램의 호황이 이끌어낸 결과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특허문제를 둘러싼 맞고소로 관계가 미묘해진TI를 처음 눌렀다는 점에서 이번 매출순위는 그 의미가 각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이번 데이터퀘스트의 매출집계가 자사 집계(93억달러)보다 무려 10억 달러가 적은 83억 달러로 순위 산정을 했다며 실제 매출로는 최소한 모토롤러를 제치고 5위로 뛰어올랐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히타치 매출에서 LG반도체 등의 OEM물량을 제외할 경우사실상 인텔.NEC.도시바에 이어 명실상부한 4위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주목된다.

D램업체들의 대약진은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성적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94년에 각각 20위와 21를 차지했던 LG와 현대는 무려 2배가 넘는경이적인 성장에 힘입어 1년만에 각각 13위와 11위로 뛰어올랐다. 사실 기라성같은 업체들이 즐비한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1년에 1단계 올라서기도 결코쉬운 일이 아니다. 이와관련 대다수 업계전문가들은 물론 D램호황에 따른시장여건 호조에 힘입은 것은 분명하지만 국내업체들의 대단위 투자 등 적극적인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바로 한해 전만해도 LG에 뒤졌던 현대가 LG에 앞선 11위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현대의 전체매출에서 조립물량을 제외할 경우 상황은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분명 현대의 급부상은 적시에 이뤄진 투자의 효용성이 시장상황과 맞물려 엄청난 결과를 낳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LG가 올들어 반도체 3사중 가장 많은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것도 이같은결과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내년의 성적결과가 자못 기대되고 있다.

지역별 시장상황을 보면 국내업체들의 급신장을 한층 실감케 된다.

시장규모가 가장 큰 미주시장에서 삼성은 전년보다 92% 늘어난 30억달러이상의 매출을 올려 4계단 오른 3위를 차지했고 현대도 무려 9계단이나 뛴 10위에 올랐다. 특히 인텔.모토롤러 다음으로 올라선 삼성의 부상은 NEC.

히타치 등 일본업체들을 제치고 외국업체 가운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얻었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

최근 시장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는 아.태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26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1위인 도시바를 4억달러 이상의 차이로 누르고 정상에올랐다.

현대와 LG도 각각 7위와 8위를 차지해 미.일업체들보다 시장 선점면에서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업체에 대한 배타성이 강하기로 유명한 일본시장에서도 삼성이 13위를차지해 외국업체로는 TI와 인텔에 이어 세번째를 차지했으며 LG와 현대도 평균 10단계씩 올라 각각 17위와 19위를 차지, 모두 20권내에 진입하는호조를 보였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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