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 원판업계 사업전략 수립 골머리

PCB원판(동박적층판:CCL)업계가 올해 사업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부터 시작된 경기하강국면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전반적으로올해 PCB 경기전망이 예년에 비해 지극히 불투명하고 유달리 변수도 많기때문이다.

CCL업계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핵심 원자재수급의 불안. 지난해 사상최대의 호황속에서도 글라스패브릭 등 원자재를 구입하지 못해 생산능력을훨씬 밑도는 생산에 그쳐야 했던 업계로서는 올해 역시 원자재 공포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글라스패브릭의 핵심소재인 문제의 얀(yarn) 수급상황이 지난해보다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일단 오는3월을 얀파동의 최대고비로 보고 있다. 이는 주요 얀메이커들의 설비 교체시기와 계절적인 PCB시장 활황기 시점이 맞물릴 것이란 전망에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PPG.코닝.난야 등 세계적인 얀메이커들은 오는 3월을시작으로 대대적인 라인 개.보수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작업이 보통 짧게는6개월, 길게는 1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때 올 1년은 정상적인 가동이불가능할 전망이다. 라인교체기에 포함될 내년 1년은 얀-글라스패브릭-에폭시원판의 수급이 연쇄적으로 불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이 때문에 두산전자를 비롯한 주요 CCL업체들은 글라스패브릭 구매선을다양화하는 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얀공급량이늘어나지 않고서는 에폭시원판 생산을 원활하게 수행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역시 얀수급이 업계 최대의 변수다.

지난해부터 가격이 상승세를 타던 전해동박 시장상황의 변화도 CCL업계의큰 고민거리. 국제 동시세 상승에 따른 지속적인 동박가격 인상도 문제지만절대량이 크게 달릴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CCL업계의 대규모 설비증설로올해 큰 폭의 수요증가가 예상되는 페놀원판용 동박(UCF)의 경우 더욱긴박한 상황이다.

물론 국내 최대업체인 일진그룹계열 덕산금속이 지난해 중반 설비를 2배가까이 늘렸지만 이는 에폭시양면원판 등 산업용(UCF)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다 태양금속과 신규업체인 LG금속의 추가 공급물량도 97년에나 시장에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동박공급량의 40~50%를 차지하고 있는 후루카와 등 일본업체들은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부터 동박생산체제를 UCF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ACF의 공급량은 오히려 줄이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에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었던 코오롱전자와 신성기업은 동박수급처를 찾지못해 가동일을 계속 늦추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오롱전자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인 양산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경기하락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CCL의 핵심 원자재인 동박구매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PCB업계의 원판구매형태 변화도 CCL업계의 올해 경영전략수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해부터 일고 있는 PCB업계의 다층기판(MLB)바람으로 CCL업계의 주력품목인 FR1~FR4 수요는 지난해 수준을 크게넘지 못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CCL업계는 지난해 혹은 올해 대규모 설비증설을 완료한 탓에 외형면에서 지난해보다 최소한 30% 이상의 매출은 올려야 할 형편이다.

PCB업계가 MLB로 무게중심을 이전하는 것은 CCL업계에도 가격 및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페놀원판이나 에폭시원판과 달리 MLB 소재분야는 국내업체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데 있다. 게다가 그나마도 이졸라.넬코 등 후발 외국업체들의 저가공세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으며 고밀도 및 초박판 MLB시장이 확대되면서 마쓰시타.폴리클래드.히타치 등 세계적인 원판업체들의 입지가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원판파동이 일면서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던 대만 및 중국산원판이 비록 중소 PCB업체를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자주 눈에 띄고 있는것도 CCL업계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특히 대만업체들은 인텔의직접적인 PC시장 참여와 주변기기 구매선 변경으로 대만PCB업계가 크게위축되면서 PCB업계와 함께 한국시장 공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이중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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