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빗장풀린 유통시장 (하);물류.서비스

"제품을 팔기 위한 체계는 제대로 구축되어 있으나 고객들을 만족시킬 만한프로그램이 미진하다".

이것은 국내 전자유통업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중 하나다.

제품의 생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물흐르듯이 매끄럽다.

막힘이 별로 없다. 그러나 구매이후 고객만족에 대한 프로그램은 아직 부족한실정이다.

국내 전자유통이 유통시장의 전면 개방이후에도 물류부문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서비스분야에서는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낼 것이라는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외국업체들이 우리의 가전유통처럼 짜임새있는 물류체계를 단시간안에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배달시스템은 유통점별 배달체계와 물류센터 직배체계 등의 이중구조를 갖고 있어 경쟁력이 충분하다. 국내 유통업체들이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서비스부문은 상황이 다르다. 서비스는 고객과 만나는 접점에서의고객만족, 사후처리 등을 총체적으로 포함한다. 따라서 일부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도 한두가지 부족한 점이 곧 경쟁력 저하로 나타날 수밖에없다.

물론 제조업체와 유통점에서 갖추고 있는 AS체계는 물류체계와 마찬가지로상당한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가전3사의 경우 "당일 AS 미처리율 제로"체계가 어느정도 정착돼 있다.

그러나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고객 접점에서의 친절도나판매이후 고객불만처리 수준의 경우 상당히 취약하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자유통업은 고객을 찾아 다닐 필요가 거의 없었다.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른 지속적인 수요증가로 앉아서 찾아오는 고객을상대하기만 해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따라서 일선 유통점들의 고객에 대한서비스는 항시 뒷전에 남아 있었다.

지난 93년부터 공급업체를 중심으로 고객가치 재정립 움직임이 시작됐지만유통점들이 공급업체 직영유통체제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아직 만족할 만한수준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유통점들은 팔면 그만이고 불량이나고장에 대한 뒷처리는 공급업체 몫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시장개방을 앞두고 가전3사 등 주요 전자제품 공급업체들이 "고객감동" "고객가치창조" "고객중심" 등 갖가지 고객지향형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고객서비스 향상에 매달렸으나 일선 유통점들의 의식은 아직도 공급업체의요구 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 유통업체들이 자국 고객 응대법을 국내시장에그대로 적용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제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판매원들의 철저한 직업의식, 몸에 밴 친절 등은이들 유통업체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고객응대 정신으로 국내 유통점들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여기에 제품고장이나 불량은 물론 기능이나 외관 등에 대한 불만만으로도제품을 교환해 주는 철저한 고객만족 중심의 영업은 국내 유통업체들을 크게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전자업체들 가운데 고객만족서비스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업체는 직영유통망과 별도의 유통회사를 통해 판매에 나서고 있는 대우전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최근 몇년동안 CS활동을 통해 고객서비스향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들 3사 유통점의 현재 수준은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초기과정을 넘어선 정도다. 가전3사 유통점 이외의 타 전자유통업계의 경우아직 개념정립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가격과 유통구조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쟁력 낙후는 일정부분 이같은 유통구조를 만들어 놓은 제조업체들의 몫이다. 또 이에 대한 해결 역시 이들 공급업체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질낮은 서비스로 인한 경쟁력 저하는현재 상황에서 철저히 유통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는 앞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두가지 현안보다 유통점들에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일선 유통점들의 고객지향 AS의식 함양", 이것이 국내 전자유통시장을지키기 위한 유통점들의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박주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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