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가D램 시대에 대비하자

기가D램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전자소자회의(IEDM)에 서일본의 NEC와 국내 삼성전자와 LG반도체가 1기가D램의 공정 및 설계기술을 확보했다는 논문을 잇따라 발표、 기가D램의 상용화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1기가D램은 약 5백 크기의 칩에 신문지 8천장이상、 단행본 1백60권에 달하는 정보를 기억.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메모리 반도체로 특히 영상 및음성정보의 저장기능이 우수해 멀티미디어산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국제 반도체학술대회는 국내 반도체산업이 양적인 면은 물론 질적으로도 세계 수준에 와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에 삼성전자가 발표한 1기가D램은 최근 NEC가 세계 최초로 개발 했다고 발표한 일반 D램에 비해 정보처리속도 등 성능이 월등한 동기식 싱크로너스 제품으로 2백56MD램 이후 D램의 표준으로 정착될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이어서 한층 의미가 크다.

1기가D램 공정기술 관련 논문 3편을 발표한 LG반도체도 노광기술의 확보가 완료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당초 내년 말로 예정했던 1기가D램의 시제품 출 시를 내년 1.4분기로 앞당길 계획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싱크로너스 방식의 1기가D램 개발에 주력해온 현대전자도 이 미설계 및 공정기술은 확보됐다고 판단、 상용화 가능한 시제품을 늦어도 내년상반기중 선보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반도체 3사 모두가 일단 개발 차원에서는 기가D램 경쟁대열에 큰 무리없이 조기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지금 단계의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실제 기가D램 시장에서 현재우리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장악력의 유지 또는 확대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현단계의 개발은 제품의 상품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일 뿐 상용 제품을 개발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용제품의 개발과 양산、 상품의 경쟁 력을 갖추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기가D램은 현재 D램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16MD램이나 4MD램과 여러가지 측면에서 궤를 달리한다. 휘발성 메모리라는 특성 자체는 변하지않겠지만 이를 설계하는 디자인 툴에서부터 이를 실리콘 기판위에 형성시켜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프로세스 기술이 워낙 까다로워 지금의 기술과는 몇차원높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 제품의 개발 및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실리콘 웨이퍼를 비롯한 각종 재료들과 이를 가공할 장비들도 아직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다. 또한 0.5um급 극초미세 회로선 폭의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한 진동 극소화 기술과 수율을 좌우할 먼지 등 파티클을 줄이는 문제 역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재료.장비업체들에 이같은수준의 첨단기술을 개발해 낼 것을 요구하는 것도 지금으로서는 무리다. 국내 소자업체들이 반도체장비.재료업체에 대한 지원을 과거에 비해서 크게 확대하고는 있지만 개별업체들의 지원만으로는 주변업체들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 기가시대에 걸맞는 첨단 기술을 갖춘 업체로 끌어올리기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라도 공동지원 등을 통해 주변업체들이 국제경쟁력을갖추도록 육성해야 한다. 기가 반도체 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D램 일색의 메 모리시장 구도가 이어질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도 기술저변을 넓히고주변사업을 적극 육성해야 할 이유중의 하나다. 가격과 특성이 D램에 맞먹는상품이 출현하거나 새로운 반도체 기술이 등장할 경우 그동안 D램의 양산능력과 수율을 높이기만 하면 됐던 국내 업체들의 상황은 한층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복잡하고 어려워질수록 기술력을 갖춘 주변 협력업체들을 제대로 확보한 업체가 살아남을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기술과 자본의 여력이 어느 정도 생긴 만큼 그동안의 외줄타기식 기술개발에서 벗어나 시장변화까지 이끌어갈 수 있는 선도기업으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다져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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