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시인 랭보와 베를렌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두 사람 모두 상징 파시인이라는 점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 사랑했다 는것까지를 아는 사람은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토탈 이클립스"(이니 예츠카 감독)는 바로 이들의 동성애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영화이다.
따라서 랭보의 시라든가 베를렌의 시는 이 영화에서 소개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열한살이나 연장자인 베를렌(데이비드 툴리스 분)이, 아름다운 여자 와결혼한 지도 얼마 안되는 임신상태인 아내를 버려두고 왜 랭보 레오나드디카프리오 분)에게 매혹당해 자신의 일생을 망쳐버리는가에다 초점을 맞추고있다. 질문을 확실히 하자. 베를렌은 정말 랭보 때문에 자신의 일생을 망쳐버렸는가?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자식없이 추하게 혼자 살아가는 알콜중독자 혹은 성병환자 베를렌의 모습은 관객에게 그런 인상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베를렌은? 베를렌은 아내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식이 어떻게 생겼는지도제대로 모르는 사림이다. 아울러 자신이 알콜중독자 혹은 성병환자인 것을후회하지 않는다. 만년의 그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단지 랭보의 부재일 뿐이다. 술집에 앉아 환상의 힘으로 지난날 랭보의 모습을 불러내 자기 앞에잠깐 앉아 있게 하는 일을 유일한 위안으로 삼고 있는 대시인 베를렌을 보라. 랭보의 시를 보석처럼 간직하며 오빠의 시를 돌려달라는 랭보 동생의 요구를 거절하는 늙은 시인의 모습을 보라. 행색은 비록 형편없지만, 랭보를만난 일을 생의 가장 큰 위안으로 삼고 있지 않은가? 이 영화 자체가 참담한 만년을 살고 있는 베를렌이, 아주 오랜만에 기억을 되살려 보는 랭보에 대한 추억이 아니었던가? "토탈 이클립스"(total eclipse)라는 제목 또한 이러한 견해에 대한 방증 자료가 된다. "개기일식"이란 "태양이 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 인데, 여기서 달.해.개기일식은 각각 랭보, 베를렌, 그리고 이들의 완전한 결합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탈 이클립스"는 아주 드문 두 사람의 완전한 결합을 뜻한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다름아닌 남자이므로 동성애에 대한 우회적인 찬가일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베를렌을 사이에 두고 그의 아내와 랭 보가 매력 다툼을 벌이는 일련의 장면들이다. 그 다툼에서 랭보는 젊고 현숙 하고 인종적인 미덕이 있는 베를렌의 아내를 늘 이긴다. 베를렌에게 독설만 퍼부으면서도 말이다.
양성주의자 베를렌은 젊은 여자보다 젊은 남자가 더 좋았던 것일까? 아니다 그게 아니다. 베를렌에겐 아내와 자식보다는 문학이, 자신의 시보다는랭보의 시가 훨씬 더 의미있는 것이었다고 해야 한다. 그는 랭보가 자신의바닥난 상상력을 구원해 주기를 갈망했던 것이다. 그들은 오늘날의 정상적인 인간들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언어 속으로 도피 하기를 꾀한, 사회규범을 철저히 부정하는 것으로써 사회를 단죄하기로 작정 한, 지극히 불행한 시인들이었던 것이다. 채명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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