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선 쏠리는 "세진의 행로"

컴퓨터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세진컴퓨터랜드가 서울에 입성한 지 6개월 도채 안돼 뒷돈을 대준 대우통신에 인수됐다. 단시일내에 영업망을 확대、 공격적 영업을 펼쳐온 세진은 자금압박에 시달려 발행주식의 51%를 대우통신에 넘김으로써 결국 주인이 바뀌게 됐다.

이에 따라 종업원 1천1백93명에 평균 1천5백평 규모의 12개 대형매장을 거느린 세진이 앞으로도 지속 돌풍을 일으킬 것인지는 대우의 의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우통신이 세진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고밝혀 당분간 큰 변화는 없겠지만 어차피 세진의 향로는 대우쪽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세간의 시각이다.

이럴 경우 세진이 참다운 유통회사로서 존립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다. 유통회사의 속성이 모든 기업의 제품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세진이 앞으로도 대우통신에 얽매이지 않고사업을 지속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세진의 대우통신 인수설은 그동안 항간에 나돌고 있었으나 결정적 계기는지난 21일 결제어음이 1백억원 규모에 도달해 부도위기가 현실로 다가왔기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세진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지 협력파트너로만 남겨두고 싶었던 대우통신을 대주주로 받아들여 일단 회사를 살려놓고 보자는판단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징후는 이미 컴퓨터 메이저 업체들조차 놀랄 만큼 대대적인 광고와 저돌적으로 영업망을 확충하면서부터 예견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컴퓨터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 회사의 돈이 어디서 나올까" 라는 의문을 제기해왔다. 사실 세진의 공격적인 영업은 대기업조차 엄두를 내기 힘들 정도로 지나쳤다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물주가 누구이건 간에 세진이 부도를 면하고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진이 자금난을 버티지 못해 부도가 날 경우 각종 제품을 납품해온 용산상가업체를 비롯해 거래선들의 연쇄 도산 위험이 높고、 이는 곧바로 국내PC산업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유통업체로 급부상한 바이텍과 성일정보통신 등이 도산했을 당시 용 산 PC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던 사실을 상기할 때 규모가 더 큰 세진의 경우는 일파만파로 확산될 게 뻔하다는 것이다.

대우가 세진을 인수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 중 하나는 대우통신 이그동안 세진과 거래하면서 약 3백억원 규모의 채권을 갖고 있어 세진의 부도가 곧바로 대우의 결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컴퓨터 메이저업체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던 대우가 세진의 공격 적인 영업을 빌려 PC사업을 전개할 경우 생산과 판매를 연결하는 계기를 마련해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대우통신의 세진 인수와 관련、 세진의 사업방식에 대해서도 긍정과 부정 의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PC메이저 기업에 의해 주도됐던 PC사업이 유통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세하기만 했던 국내 컴퓨터유통업계에 가능성을 심어준 세진의 돌풍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세진의 영업기법이 외상구매-외상광고-현금장사-현금확보-외상정산 이라는 이론적 상술에 근거한 나머지 지나치게 단시일내에 사업규모를 늘려 오히려 악수가 됐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또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무모할 정도로 광고를 게재하는 등 파행적 경영도 지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상누각이란 말이 있듯이 이번 세진의 사건이 안정적 기반없이 과욕만으로는 되는 일이 없다는 철칙을 깨닫고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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