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SIC분리 육성 바람직

반도체업체들이 미증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 은대부분 막대한 이익을 거둬 투자여력을 한껏 비축하고 있으며 업계나 정부 관계자들은 반도체산업의 눈부신 성장에 갈채를 보내고 있다. D램을 중심으로 한 국내 반도체산업의 이같은 눈부신 성장이 수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을뿐 아니라 전자산업의 위상을 한층 높이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이 외형적인 성장만큼이나 전반적인 전자산업에 기여하고있는지는 자못 회의적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국내 반도체 생산의 80 정도가 컴퓨터 메모리 등에 사용되는 D램 등 메모리 제품인데다 주력생산 품인 D램은 생산량의 90%를 외국에 수출하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산업이 D램에 편중돼 비메모리 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는 사실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문제는 D램산업과 이에 참여하는 반도체 3사의 눈부신 성장의 그늘에 가려져 주문형 반도체(ASIC)를 비롯해서 국내 전자산업 경쟁력 제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산업환경의 열악함 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반도체사업을 하고 있는 그룹 계열사들은 그나마도 사정이 좋은 편이지만 중소 세트업체와 컴퓨터 보드업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ASIC 수요업체들 은반도체경기 호황이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회로설계는 ASIC 설계 전문업체를 통해 어느 정도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이를 정작 칩으로구워내줄 반도체 생산업체들을 찾기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국내 반도체 3사의 생산설비를 제때 이용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몇몇 군소 반도체 생산업체나 관계기관의 설비도 이용하려면 줄을 서야 할 판이다.

또 반도체 3사를 제외한 국내 반도체 생산설비들은 대부분 이들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적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국내 중소업체나 ASIC 전문 설계업체들이 주로 이용해왔던 대만을 비롯한 외국 반도체업체들도 세계적인 반도체경기 호황으로 제때에 주문을 소화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고의적으로 중소업체들의 주문을 소화해주지 않는것은 물론 아니다. D램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설계한 이들 업체의 생산시설로 는 중소업체들의 소량.다품종 제품을 생산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당장 매출을 좌우하는 D램 등 메모리 제품의 생산을 제쳐놓고 이들 소규모 물량을 처리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대기업이라는 특성상、 비용도 외국 소규모 반도체업체에 의뢰하는 것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다.

물론 과거에 비해 국내 반도체업체를 통해 반도체를 제작하는 업체들이 늘고는 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업체들의 수가보다 많다.

이같은 문제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중소 업체들의 이같은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92년 "일렉트로21"이란 국책과제의 하나로 중소기업을 위한 반도체 공동설계센터 설립을 포함한 주문형 반도체 개발과제 추진을 시도한 적이 있다.

몇 년에 걸쳐 이같은 시도가 계속됐으나 중소업체들이 원하는 결실은 보지 못한 채 정부관련 기관들이 생산시설을 활용하고 반도체업체들은 적극적으로측면지원한다는 식의 결론을 내고 말았다.

물론 이는 중소기업을 위한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할 경우 계속되는 시설 투자비 등 재원조달 문제를 비롯해서 적지않게 거론된 난제들에 대해 뾰족한 대안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볼 때 중소기업들이 쉽고 제때에 활용할 수있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갖춰야 할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세트산업의 발전을 위한다는 측면에서도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그동안 당연시해온 반도체 메모리 중심의 지원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또 주변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는 실제로 어떠한지를 냉철하게 판단해 수출증대 차원에서 몇몇 업체나 일부산업의 덩어리를 키우는 데서 벗어나 산업전체에 대한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에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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