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디지털기업이 승리한다 (21)

미국 애플 컴퓨터사가 OS를 개방하기 시작한 것은 애플사에 있어서도 세계 전략의 커다란 전기가 됐다.

그러나 애플의 이같은 움직임은 OS의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것만이 아니라컴퓨터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돌파해 가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컴퓨터업계는 IBM이나 NEC 또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까지도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로 컴퓨터를 만들어 왔다. 다시 말하면 사람에게컴퓨터를 맞춰간다는 발상이 아니라 컴퓨터에 사람이 적응하는 것이었다..

하드웨어기술은 점점 발전해 가는데도 사용자들은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불평을 하고 있다.

가령 이것을 양복에 비유한다면 이미 치수가 정해진 기성복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 고객자신이 자기체형에 가까운 규격의 옷을 고르는 것과 같은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의 컴퓨터업계는 업체측의 주장이 우선시되어 사용자측의 요구에 부응하는 개발자세가 돼 있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사업이 잘 됐다. 원래부터 컴퓨터를 좋아하는 사용자가 컴퓨터쪽에 맞춰가는자세로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외에 컴퓨터를 싫어하지도 않지만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로 컴퓨터 보급을 넓혀 가려고 한다면, 컴퓨터측에서 사용자쪽으로 접근해 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 컴퓨터는 먼저 하드웨어를 개발해 그에 맞춰 여러가지 애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가 만들어져 왔다. 이 점에서도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있다는 것이 반영되고 있다.

컴퓨터업계도 역시 현재의 자세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깨닫고 지금이라도사용자의 욕구를 수렴해 컴퓨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컴퓨터업계가 사용자 중심의 발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반다이사의 야마시나 사장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소비자용품을 취급해 왔다. 그런데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하드웨어 에맞춰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하드웨어 우선의 발상이 앞선다. 하드웨어를 통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 욕구를 이해하기 어려울것이다. 반다이도 애플도 서로의 특성을 필요로 하고 있고, 이번 제휴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후일 양사는 "피핀" 사업이 매우 뜻있는 것이었다고 회고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업계가 피핀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소프트웨어 우선의 개발은 일반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획기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핀 은소프트웨어가 컴퓨터 메이커를 이끌어가는 시대를 가져온 것이다."즉, 피 핀은 맞춤 양복이며, 입주하는 사람의 희망에 따라 설계된 집이란 뜻이다.

"덧붙여 말하면, 기존의 PC처럼 인터페이스가 좋지 않은 것은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소비자용품이 아니다. PC가 가정에 들어갈 최종상품인지 아닌지 의문스럽다. 소비자용품이란 것은 TV처럼 스위치를 켜면 아이들이든 노인들이 든 매뉴얼을 읽지 못해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기존의 PC는 스위치를 켜기만 해서는 작동이 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볼때 피핀의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피핀은 거의 TV제작과 같은생각으로 만들고 있다. 컴퓨터기능을 충분히 가지며 네트워크기능도 가지고있고 호환성도 있다"고 말한 다음 야마시나 사장은 "피핀은 PC를 다시 다 운사이징한 것이다. 기능향상 등 업그레이드는 아무 업체나 할 수 있지만 다 운사이징은 어렵다"고 덧붙인다.

대형 컴퓨터가 주로 사용되던 시기에는 컴퓨터가 일반 직장인과는 거리가먼것이었으나 다운사이징해 기능이 향상된 현재의 PC가 등장한 이후 널리보급됐다. 이제는 더욱 소형화된 피핀이 나와 가정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