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37)

"아니, 대체 무슨 뜻입니까?" 고비는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무슨 뜻이냐면 말입니다. 만약 아드님에게 의식이 있어서 정상적으로 우리와 생활을 한다면, 아드님은 깨달은 사람일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의식이 없기 때문에 아드님이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윈스턴 박사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한숨을 쉰다.

"방금 말씀드린 것을 이해하려면 우리 스스로가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그와 거리가 너무나 멀다는 게 더 현실적이겠죠. 우리가 그 경지에 달해 있다면 이런 일 자체가 일어나지를 않았겠죠." 그는 고비의 어깨에 가볍게 한 손을 얹는다.

"자, 갑시다. 좀 쉬셔야죠. 조금이라도 차도가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우리 집으로 같이 가세." 한스가 가볍게 고비를 흔든다. 병원 로비의 의자에 길게 누워 있는 고비가 퍽이나 안쓰럽다는 표정이다.

"프랭크!" "아, 왔나?" 고비는 한스와 멜리사를 올려다보곤 살며시 미소짓는다. 지난 몇 시간 동안 트레보르의 에너지 센터에서 새어나오는 그 생생한 빛깔을 보며 비몽사몽간에 있었다. 자신의 의식도 거센 물결에 휩쓸려 내려가는 것 같다.

"자네 말이 맞네. 나도 좀 쉬어야겠어. 나 좀 집으로 데려다 줄 수 있겠나? "집에 혼자 있어도 되겠어요?" 멜리사가 옆에서 거든다.

"괜찮습니다. 걱정마세요." 그의 집에 거의 다 왔을 때쯤 멜리사가 묻는다.

"의사들 하는 얘기, 사실이에요?" "무슨 얘기요?" 아직도 반쯤 잠든 상태로 고비가 묻는다.

"음악말이에요." 안됐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주책없는 호기심에 화를 내기 에는 너무나 지쳐 있었다. 기진맥진, 그 이상의 상태라고 할까.

그래, 그녀의 천성적인 호기심이 발동한 것 뿐이야. 괜찮아. 그것도 인간 적인 거지, 뭐. 중국 사람들은 뭐라 그러더라, 두꺼운 얼굴에 검은 마음이라 던가?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음악이 어떻다고요?" 그가 느긋하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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