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HA기기 동향-건설 불황.시장 협소 "회색빛 미래"

국내 가정자동화(HA)시장은 약 1천억원 규모를 보이고 있다.이는 연간 신축되는 가구(약 55만 세대) 가운데 HA기기를 실제로 설치하는 주택을 20만 가구 정도로 보고 추산한 것이다.

올해는 HA업계에 상당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HA기기의 주시장이 되고있는 아파트 건설업계가 불황에 시달려 부도업체가 속출하고 있는가 하면 14 만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미분양으로 적체되면서 업체들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HA기기 수요가 대부분 신축아파트에서 발생, HA시장은 건설경기와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경우 국내 시장이 협소한 데다 부도를 내고 문을 닫는 건설업체 증가로 타격을 입자 일찌감치 HA기기 사업을 포기했다. 더이상 HA기기로는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전자의 경우도 LG전자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한때 국내 HA시장의 15 까지 점유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건설업체 및 대리 점들의 부도가 속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가 늘어남에 따라 상당히 위축 된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우전자도 HA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기존에 LG전자와 대우전자에서 수주하던 물량 을넘겨 받으면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주)한국통신(KOCOM)과 중앙전자공업(COMMAX) 등의 중견 업체들도 신축아파트에 대한 수주전에 참여를 시작했고 아남산업 등 HA사업 에신규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체 물량의 50% 가량을 수주,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데특히 HA기기사업부와 시스템키친사업부를 주택설비사업팀으로 통합하고 식기 건조기.주방용라디오.비데.정수기.도어록.조명기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나가는 등 활로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어 올해 매출액은 총 1천억원 정도에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전자의 경우는 LG전자와 대우전자가 사업을 정리하면서 수주에 참여하지않자 건영.동신.청구.우성 등 대형 건설 업체들을 신규 거래선으로 확보하는등 상대적으로 많은 이득을 보고 있으며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수주실적이 눈에 띄게 늘어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한국통신과 중앙전자공업 등을 포함한 기타 업체들은 틈새시장을 공략 전체 시장의 10% 정도를 점유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내년도에 국내 HA시장에 대한 업체들의 전망은 비교적 어두운 편이 라내년에도 국내 HA업계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HA시장이 협소한 데다 그나마 연 1천억정도이던 시장이 앞으로 3~5년 이내 에성장세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는 2000년까지 국내 인구가 4천5백만명 에이른다고 보고 한가정 평균 가족수를 3.5명 정도로 보면 국내에 필요한 주택은 1천2백85만7천1백 가구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국내 주택공급 량이 이미 9백50만 가구를 넘어서고 있으므로 앞으로 3~5년 후면 주택이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분양률을 높이기위해 오히려 HA기기의 채용률을 높이고 있고 지난달부터 아파트에 대한 마 이너스옵션제의 범위가 15%로 확대되는 등 호재도 있어 그동안은 50% 정도에불과했던 HA기기 채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비관적이지만을 않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HA표준화 문제 최근 HA기기의 원격제어 기능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문제점이 표출되면서 HA기기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어 HA업계의 표준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HA표준화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HA표준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전자공업진 흥회를 비롯해 삼성전자.현대전자.대우전자.LG전자.(주)한국통신 등의 업체 들로 구성된 HA표준화분과위원회는 가정 표준 버스를 개발해 HA시스템에도 적용한다는 방침으로 IFU(Interface Unit),NCU(Network Control Unit) 및 응 용소프트웨어와 응용전화기 등의 개발사업을 추진, 지난 93년말에 전자공업 진흥회 주관아래 표준화안을 제정하기도 했다. 당시만해도 관련제품간 호환 이가능하고 각종 기기제조업체간 부품표준화가 가능해 생산성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미 시장을 분할 점유하고 있는 HA업계에서는 HA표준화로 파생될 결과가 결코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 없다고 판단, 아직도 표준화를 확정시키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활발하게 진행되던 HA표준화 모임이 점차 단순한 친목을 위한 모임으로 전락, 최근에 와서는 아예 없어져 HA표준화 자체가 이미 물 건너간 사안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처럼 HA표준화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업체들의 주장대로 표준화모임 을주도했던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퇴사를 해버린 탓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HA표준화가 실현되면 소비자들이 HA기기를 일반 가전제품처럼 구매하게돼 기존에 확보해 놓은 거래선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업체들의 근시안적인 이기주의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A업체들로서는 국내 HA시장 규모가 연간 1천억원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협소하기 때문에 굳이 표준화를 위해 많은 자금을 새롭게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모든 가전기기를 완벽하게 원격제어할 수 있는 진정한 가정자동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HA기기뿐 아니라 가전제품의 정보처리를 위한 프로토콜도 표준화 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가전제품의 표준화가 요원하다는 점 또한 주 요인이 되고 있다.

HA기기의 표준화가 이루어지더라도 아직 가전제품이 회사별로 다른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같은 회사제품도 각 모델마다 정보처리 특성 이달라 HA시스템으로 모든 가전제품 원격제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HA기기는 마이콤을 채용한 최신 전자제품의 경우 원격 제어가 불가능하고 단순하게 전원을 ON OFF 하는 것만으로 동작시킬 수 있는조명이나 에어컨 및 선풍기.믹서기 등만을 제어할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HA표준화 작업을 완료해 놓고있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 86년에 HBS(Home Bus System) 규격을 제정하고 현재는아파트.빌라.다세대주택 등 집단주택을 관리할 수 있는 슈퍼HBS를 구상하고 있다.미국은 93년 PL(Power Line),TP(Twist Pair),CX(Coa.ial Cable 에관한CE버스 규격을 제정하고 현재는 종합정보통신망(ISDN)과의 인터페이스및 AV버스에 관한 규격을 연구하고 있다.

HA표준화가 실현되면 HA업체뿐 아니라 산업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이점이 있다. 작게는 HA업체들의 경우 HA표준화로 HA규격과 배선방식 등을 통일하면 불필요한 개발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처럼 건설업체가 자 사제품을 채택하도록 하려면 HA업체가 배관배선비를 부담해야하는 부조리를 없앨 수도 있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HA업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가전기기의 통합자동화시스템이 개발되면 침체된 가전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뿐 아니라 밀려드는 외산가전제품의 국내시장 잠식도 막을수있어 향후의 시장개방에도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국산제품간에 는 호환이 가능하지만 외산제품과는 호환이 어렵게됨으로써 21세기를 주도할 멀티미디어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와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표준화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일이다. 침체되고 있는 국내HA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HA업체들 이보다 멀리 내다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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