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PC용 SW사업 왜 포기했나

미노벨이 지난 9월 유닉스 사업부문을 매각한 데 이어 지난달 말 PC소프트 웨어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디비전(워드퍼펙트그룹)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혀 컴퓨터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노벨은 이번 결정이 본래 영역인 "네트웨어"기반의 네트워크 운용체계(NOS)분야 사업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배경을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노벨은 워드퍼펙트를 인수 할 때 매각했던 공모주식 3천7백만주(전체의 10%)를 96년말까지 재매입하겠 는 의사도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지난 94년 물러난 전임 레이눌다 회장이 지난 92년부 터잇따라 추진한 인수.합병(M&A)으로 인해 비만해진 조직의 슬림화가 더 큰 목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매입한 사업부문이 시장환경에서 마이크 로소프트(MS)와 정면 대결、 대부분 열세로 판정난 것이 이번 결정을 내리게한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매각키로 한 PC소프트웨어 부문은 MS의 "오피스"、 로터스의 스마트스위트 와 함께 통합슈트분야 3각축의 하나인 "퍼펙트오피스"제품군이다.

"퍼펙트오피스"에는지난해 3월 매입했던 워드퍼펙트사 제품군과 볼랜드의 쿼트로프로가 포함돼 있다. 노벨은 이 사업부문을 인수할 업체를 내년 1월말 까지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노벨은 그러나 주력부문 "네트웨어"를 지원하는 그룹와이즈 부문(GroupWis eDivision)은 이번 매각결정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본래영역에 전념하겠다는 발표를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그룹와이즈 부문은 전자우편 그룹와이즈 문서검색시스템 "소프트솔루션"、 폼프로세서 "엔보이" 등과 함께 구성 되는 그룹웨어를 전담하는 곳으로서 노벨에서 영업신장이 가장 빠른 분야로꼽히고 있다.

노벨이 외부에서 흡수합병한 사업부문을 불과 18개월 만에 다시 매각키로 한것은 시기적으로 2가지 관점에서 주목을 끌고있다. 하나는 "퍼펙트오피스" 가최근 미국 내의 각종 성능테스트에서 최고의 상을 휩쓸고 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당초 이 사업부문을 인수한 최고경영자와 이번에 매각을 결정한 최고경영자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퍼펙트오피스"가 매우 우수한 제품임이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매각 키로 한 것은 판매에서는 MS의 "오피스"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 합슈트를 구성하는 2가지 핵심제품인 워드프로세서(워드퍼펙트)와 스프레드시트 쿼트로프로 의 판매에서 MS의 "워드6.0" 및 "엑셀"에 크게 뒤쳐져 있는데다 사용자 반응도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퍼펙트오피스 주가가 가장 치솟을 때이며 노벨은 바로 이때 팔아넘기겠다는 계산이었을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을 결정한 10월 30일은 노벨의 회계연도가 마감되는시점이기도 하다.

매입과 매각을 결정한 당시의 최고경영자가 서로 다른 경우는 이번 건 외에도 "큰 건"만 3건이 더 있다. 우선 92년에만 AT&T로부터 유닉스시스템래버러터리스 USL 매입과 디지털리서치(DR-DOS-노벨도스)합병 등 2건이 있었다. 이 경우 USL은 지난 9월 산타클라라사(SCO)에 매각했고 도스사업은 지난 해말 아예 포기해버렸다. 94년에는 콜래브러 소프트웨어사를 인수했는데 이 역시 최근 네트스케이프사에 넘기기로 결정을 내렸다. 바로 이같은 일련의 사건에서 매입 쪽은 전임 레이눌다 회장이、 매각 쪽은 신임 로버트 프랑켄 버그 회장이 그 주인공이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드퍼펙트 및 쿼트로 프로 부문 역시 마찬가지 과정이 되풀이된 셈이다.

취임직후 프랑켄버그 회장 역시 처음에는 전임 회장이 MS를 겨냥해 벌여놓았던 사업확장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네트웨어 와 USL의 "유닉스웨어"를 통합하는 "수퍼NOS" 계획을 발표하고 기업모토로 네트워크를 통한 "보급형 컴퓨팅"(Pervasive Computing)을 채택한 것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직후 프랑켄버그 회장은 빌게이츠 회장과 만나노벨도스7을 포기하는 대신 MS가 "윈도NT"에 "네트웨어" 지원규격을 채택 키로 하는 담판을 짓는 등 점차 사업을 추스리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같은 일련의 추스리기 움직임으로 드러나고 있는 프랑켄버그 회장의 기업경영 스타일은 최근의 세계 컴퓨터 관련업계 추세대로 "확실한 것만 챙기자 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확실한 것"으로 지목된 "네트웨어"의 경우근거리통신망 LAN 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한때 세계 NOS시장점유율이 70% 까지 육박한 바 있으며 현재도 45%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네트웨어"의 점유율이 하강곡선을 긋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MS의 "윈도N T"등장 때문이다. 전임 회장의 복안이 "네트웨어"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도스에서 PC소프트웨어.운영체계에 이르기까지 전분야에서 MS에 대항하는 것이었다면 프랑켄버그 회장의 전략은 확실한 분야에서만 경쟁하자는 방향으 로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지난해 3월 이후 아직까지 "퍼펙트오피스"군의 마케팅 및 영업망의 혼선을 겪고 있는 한국노벨의 경우 이번 본사의 재매각 결정에 차라리 홀가분하다 는 표정이다. 지난해 3월 노벨에 흡수되기까지 워드퍼펙트는 AIT코리 아가、 쿼트로프로는 다우데이타시스템이 각각 국내 총판을 맡고 있었다. 그 러던 중 한국노벨이 이들 조직망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이 있었고 이 때문에 퍼펙트오피스군에 대한 영업실적은 현재까지 1년이 넘게 하강곡선을 긋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퍼펙트오피스군의 본격적인 영업재개는 내년 1월 미노벨이워드퍼펙트 및 쿼트로프로 부문 매입자를 결정한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새로운 국내 영업권 역시 미본사가 어떤 기업을 매각 파트너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존 조직을 재정비하는 선에서 결정되지 않겠느냐는예상이 지배적이다. <서현진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