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수명 SW 달렸다

"F16기 조종석에 앉은 철이. 쏟아지는 폭탄 사이로 갑자기 나타난 적기를향해 사이드와인더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른다.

수초후 전투기 유리창 너머로 붉은 섬광과 함께 적기의 파편이 스쳐지나간다 웅장한 사운드와 입체감 넘치는 영상을 통해 실현되는 3차원 게임.

게임을 좋아하는 철이는 오늘도 친구인 영식의 집을 방문해 잠깐동안 "벨 로서티" 게임을 즐기고 돌아와야 할 형편이다.

철이에게도 PC와 몇가지 도스용 게임소프트웨어가 있기는 하지만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3차원 게임은 즐길 수가 없다. 4년전 아빠에게 졸라 1백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구입한 286PC로는 이같은 게임을 실현시킬 엄두도 못낸다. 제조회사에 부장으로 근무하는 철이아빠 역시 나중에 집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386PC를 업무에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동안 워드수준에서 사용할 때에는 직장에서 밀린 작업을 집에서도 하곤 했으나 최근 캐드작업을 하면서부터 집에 있는 386PC가 고물(?)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결국 철이아빠는 철이에게 386PC를 물려주는 대신 펜티엄을 사기로 결정했다. PC사용자는 최신의 PC기종을 구입하고도 수년후 새롭게 등장하는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 불안해 한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기존의 규격화된 하드웨어의 단종을 촉진시키거나 새로운 하드웨어 규격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의 부속물로 여겨지던 소프트웨어가 이제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실제로 윈도95와 같은 운용체계는 물론 애플리케이션에서 3차원 게임까지 최근 등장하고 있는 각종 소프트웨어는 기존에 보급된 대다수의 PC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이 개발되면서 별도의 특수한 주변기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소프트웨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PC소유자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환경변화가 있을 때마다 시스템 업 그레이드를 해야 할 판이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사양을 결정짓는 요소로는 새로운 운용체계의 등장 과응용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를 꼽을 수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95 출시는 소프트웨어가 PC환경을 둘러싼 하드웨어와의 주도권 경쟁에서 사실상 승자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386 및 486컴퓨터로는 앞으로 나오게 될 각종 윈도95 용 응용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없게 된 것.

윈도95가 모든 PC사용자의 운용체계로 채택될 시기에는 그동안 보급된 486 까지의 시스템은 "시스템 사용불가"라는 사형선고를 받게 될 것이다. 윈도95 는메모리 16M, 1기가의 하드디스크, 586급 CPU, 17인치 모니터, 2M의 비디오 램등 작동에 필요한 적절한 하드웨어사양을 펜티엄급으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체계분야와 별도로 각종 응용소프트웨어의 발전도 일정한 하드 웨어환경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캐드캠 등 그래픽분야 관련 소프트웨어의 버전업은 PC의 하드웨어 및 주변기기에 새로운 사양조건을 만들어 냈다.

최근 PC에서 실현되고 있는 캐드프로그램인 "오토캐드 R.13" 제품은 이제386이나 286에서는 실행이 불가능하다. 486이상 펜티엄급에서 가장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버전업되어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펜티엄이라 해도 업체들이 판매하는 규격화된 제품으로는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고성능의 PC부품과 주변장치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메인메모리는 8M 대신 최소 32M로 확장해야 하며, 기가급 하드디스크에 이동이 가능한 착탈식 하드디스크도 갖추어야 한다.

주변기기로는 디지타이저와 고속 및 고해상도의 그래픽카드를 별도로 구비 해야 한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해 갖가지 하드웨어가 동원되고 있다. 게임소프트웨어 역시 3차원게임으로 급선회하면서 기존의 386PC이하 기종 로는 성능 발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소프트웨어가 점차 하드웨어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PC가 등장하던 초기에는 메모리, CPU, 보조기억장치, 주변기기 등 하드웨어가 규격화되었다.

XT컴퓨터는 인텔의 8088프로세서에 6백40KB의 기본메모리, 286컴퓨터는 80 286프로세서에 1M의 기본메모리와 40M의 하드디스크 용량이라는 정형화된 시스템 사양을 갖추게 된 것.

당시에는 이렇게 규격화된 시스템에 맞춰 소프트웨어가 개발됐다. 그러나80년대 중반이후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서 점차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기 위해 하드웨어 규격이 제정되기 시작했다.

특히 89년에 도스를 대신해 등장한 새로운 운용체계인 "윈도3.1"은 286컴 퓨터라는 규격화된 하드웨어를 침몰시킨 주요 원인이 된다. 윈도3.1의 설치및실행은 386급이상 기종에서 가능했던 것.

이후에 등장하는 캐드, 데이터베이스, 폭스프로 등 버전업된 다양한 애플 리케이션도 끊임없이 하드웨어 환경의 변화를 요구해 왔다.

급기야 올해들어 새로운 운용체계인 윈도95와 3차원게임이 등장하면서 소프트웨어는 기존 하드웨어 환경을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정상근 부장은 "앞으로 PC환경은 갈수록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PC부품 및 주변기기는 물론 시스템이 특정 프로그램에 맞춰 제작될 시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영복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