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려진 한국의 SW불법복제율

소프트웨어 재산권보호위원회의 최근 조사결과、 국내 소프트웨어(SW)불 법복제율이 아무리 높게 잡아도 50% 미만이라는 근사 추정치가 나왔다. 이는올해 한국의 SW불법복제율이 각각 78%、 82%라고 발표한 미상업용 소프트웨어연맹 BSA 및 미소프트웨어협회(SPA) 등 미국단체들의 수치와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소프트웨어 재산권보호위원회의 조사는 지난 9월중 한국종합전시장에서개최됐던 "캐드/캠 멀티미디어95"와 국산주전산기 소프트웨어 전시회(SOF TEX95) 등 2개 전시회 입장객 9백6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이들 전시회 성격으로 보아 응답자들의 성향은 PC시스템 1대에 1~2종 정도만을 이용하는 일반사용자보다는 훨씬 많은 종류의 SW를 다루는 대학생과 기업관계자 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조사결과치에 대해 상당한 신빙성을 부가해주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SW불법복제율을 조사하는 보기항목은 응답자 자신이 사용하고있는 다수의 SW제품을 기준으로 *1백% 정품 *50%이상 정품 *50%이하 정품 *30%이하 정품 *10%이하 정품 *1백% 불법복제품 등 6개로 나뉘었다. 전체 응답자가 이들 6개 보기항목별로 답한 결과는 <표1>과 같다.

<표1>소프트웨어 재산권보호위원회의 국내 SW불법복제율 조사결과 조사기간 95년 9월 14~19일과 95년 9월 25~29일 등 2차례<표1>은 매우 복잡해서 산술평균이 쉽게 도출되지 않는다. 이를 알기 쉽게 재구성해보면 자신이 보유 한 SW가운데 1백%가 정품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4.3%나 되며、 절반정도가 정품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두번째 항목과 세번째항목의 응답률을 합쳐 48.6 %나 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응답자의 72.9%가 정품을 사용한다는 통계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아무리 높게 잡아도 SW불법복제율이 50%를 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1백% 정품사용 응답항인 첫번째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을 합산해도 76%를 넘지 않고 있어 불법복제율이 80% 내외라고 발표한 BSA 및 SPA의 수치가 크게 과장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BSA 및 SPA가 최근 발표한 한국 등주요 국가의 SW불법복제율은 <표2>와 같다.

<표2>한국의 SW불법복제율 및 피해규모액 (92년치는 BSA 단독)<표2>는 BSA 와 SPA가 각각 세계 60여개 국가 및 5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주장한 자료에서 한국에 관한 것만 발췌한 것이다. 물론 <표2>의 수치는 BSA나 SPA측은 조사방법이나 조사과정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어 어떻게 이같은결과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표2>는 또 <표1>의 소프트웨어 재산권보호위원회측 조사수치와도 쉽게 비교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대강 보아도 <표1>과 <표2>의 평균 SW불법 복제율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표2>에서 보듯 같은 미국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수치에 많은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동일한 환경을 놓고 한미단체들이 조사한 결과수치가 흔히 있을수 있는 오차 수준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몇 가지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이같은 자료들이 미국지적재산권협회(IIPA)를 통해 매년 미무역대표부(USTR)의 슈퍼301조 지적재산권 관련 연례 국가평가 자료로 제출돼、 한국을 우선감시대상국(PWL)에 지정토록 하는 등 대한 통상 압력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점이다.

또하나는 이같은 국가평가기준을 토대로 진행되는 한미간 지재권협상에서우리측이 필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SW불법복제율 순위에서 매번 세계 10위권 내에 랭 크되는 불명예를 감수함에 따라 국내 SW개발업체들의 의욕까지 저하되는 등 부작용을 불렀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및 통상전문가들은 우리도 차제에 독자적인 분석모델을 만들어 이를 토대로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SW불법복제율을 조사해 미국의 일방적인 통상압력에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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