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디오 프로테이프산업이 21세기 영상산업시대로의 진입을 앞두고 심한 몸살을 앓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0년대가 되면 영상소프트웨어산업은 전세계적으로 3천2백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 우주항공산업에 버금가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천년대엔 10조원 규모의 영상소프트웨어시장을형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프로테이프산업은 연평균 10%안팎의 안정적 인성장을 통해 영상산업시대의 간판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프로테이프산업은 이같은 "장미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는다면앞으로 기형적인 발전만을 거듭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프로테이프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외화의 범람과 방화의 위축 *정부의 각종 규제와 공윤의 불합리한 심의체계 *업체간의 판권과당경쟁과 유통질서 문란 *비디오 영상물에 대한 사회의 편협된 시각 등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영상음반판매대여업협회(회장 진석주)가 문화체육부와 공연윤리위원회의 후원으로 15일 개최한 "국내 비디오산업의 발전을 위한 세미나 에서는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응방안을 제시, 눈길을 모았다.
동국대학교 영극영화과 민병록 교수는 "국내 비디오산업의 문제점과 대책 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국내 프로테이프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점으로 외화의 범람과 방화산업의 위축을 꼽았다.
그는 "영상산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산업의 불황과 외화의 범람 이프로테이프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시장 개방 이후 연간 1백편 이상의 제작능력을 보여왔던 한국 영화계는 92년에는 96편 을제작했으나 93년과 94년엔 불과 각각 64편과 65편만을 제작했으며, 올해도 이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60여편의 작품 중에는 의무편수 제작용으로 예산을 낮게 투입한 소 위프로테이프용 영화가 20여편이어서 실제 극장용 극영화는 40여편에 불과한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외화는 연간 3백여편이 수입돼 흥행수입의 90% 이상을 잠식하고 있다.
프로테이프의 경우도 올해 국내에서 제작된 비디오물은 5백여편에 불과한반면 수입된 비디오물은 크게 늘어나 약 2천여편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1천억원 이상을 해외에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영상소프트웨어시장은 외국 영상물에 의해 대부분이 잠식돼 있으며 이에 따른 문화의 종속화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이와 관련해 민 교수는 국내 프로테이프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영상진흥금고의 설치"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프랑스의 경우 극장에서 11%의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을 비롯 해프로테이프 판매와 대여시에 4%를, TV수상기 판매시 2%를, TV방송국의 이익금중 일부를 각각 영상진흥기금으로 부과해 연간 5천억원 이상의 진흥기금을 확보, 프랑스의 문화를 보호.육성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영상진흥기금을 확보해 프로테이프 제작자나 유통업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경쟁력 있는 작품을 제작하고 낙후된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대여점의 시설을 개선해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 메이 저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또 국내 비디오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이 산업의 건전한 육성.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선 현행법인 갖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보완.개 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음반 및 비디오물 제작업자가 되려면 대통령이 정하는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정한 현행법 제3조(제작업자의 등록)는 영상문화의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없는 시설규정으로 불필요한 막대한 자본투자를 요구하고있는데 이 규정을 삭제하거나 개정해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 자재를 렌탈해서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1년 이상 계속해서 음반 또는 비디오물의 제작실적이 없을 때"로 규정 돼있는 현행법 제 11조(등록취소)의 5항도 선진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강제 조항이자 행정편의주의의 소산으로 졸속제작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러한 강제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의무제작으로 인해 매년 적은 예산으로 제작되는 3류 비디오물이 늘고 있으며 제작업자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뿐 아니라 저질 비디오라는 오명으로 청소년에게 정서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민 교수는 음반 또는 비디오물의 수입(수출)허가때 문체부장관의허가 추천 를 받도록 돼 있는 조항을 신고제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교수는 이외에도 프로테이프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결정적인 장벽으로 공윤의 이원화된 영화 및 비디오심의를 꼽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심의제도는 한편의 영화를 제작하면 영화심의, 비디오심의, 방송심의를 일일이받아야 하며 이때마다 심한 가위질을 당해야 하는 문화의 후진성을 벗어나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윤은 현재 연간 5백여편의 영화와 3천여편의 비디오를 심의하고 있는데심의가 일주일에 2번밖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한번의 심의때마다 평균 5편의 영화와 30편의 비디오를 형식적으로 심의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지적이다.
민 교수는 일례로 프랑스의 경우 한편의 영화에 등급을 결정하면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고 프로테이프로 제작해 판매 및 대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TV및 케이블TV에서 방영할 수 있도록 일원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불합리한 심의제도와 관련해서 삼성물산 드림박스 사업본부의 이병 만부장은 영화에 비해, 불평등한 비디오심의를 비롯해 불분명한 심의등급제 와공윤부서간 심의기준의 불일치, 예고편 및 비디오CF 심의의 부당성, 비매품인 판촉물 사전심의의 폐단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중소제작사인 RGB 윤명연 사장도 현행 문체부의 수입복제허가, 공윤의 사전수입심의.본심의.납본 음반협회의 확인서 등 여러 기관에서 별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심의행정을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같은 영화로 극장심의와 비디오심의를 중복심의하는 불합리한 심의과정을 단일화해 행정의 신속성, 간편성을 이루어야 하며 현재 일주일에 2회하는 심의도 주 4회이상으로 늘리거나 심의위원의 상주근무로 원활한 심의업무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대협 서울시지부장을 맡고 있는 오기덕 신진비디오 대표는 "공윤이 비디오심의를 영화심의 수준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수차례 밝혔으나 지금까지개선된 부분은 거의 없고 오히려 규제강화만을 검토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올초 공윤이 만화비디오물의 관람등급을 세분화했으나 현재 만화 비디오물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일본 만화비디오를 관람등급의 세분화에서 제외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일본 만화 비디오물에도 관람등급 을 철저히 적용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프로테이프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정부부처간에 별도로 표기돼 있는 비디오제작사의 산업표준을 일원화해 제작 사가 금융계로 부터 중소기업 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 하고, 제작사에서 필요로 하는 영상기자재의 관세인하와 수입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건의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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