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시민들은 "한국"보다는 "대우"를 더 많이 알고선호한다. 최근 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회사는 단연 오리온전기의 현지 브라운관공장이다. 오리온전기와 국영 하노이전자가 합작한 "오리온 하넬" 공장에는 "베트남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처음으로 전액 무료인 직원 전용식당을 운영하고 최초로 사원들을 통근버스로 출퇴근시켜 준다. 1억7천만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이 투자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고 오리온의 구미공장을 "능가"하는 초현대식 시설도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이 공장은 도 무오이 공산당 서기장이나 보 봔 키에트 총리가 수시로 찾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을 방문하는 외국 귀빈들의 제1차 순시코스 가되고 있다. 오리온 하넬공장은 개혁을 표방하고 있는 베트남 정권의 상징 이며 시민들은 "대우"라는 소리만 들으면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까지 베트남에 모두 1백21건、 13억3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91년부터 시작된 대베트남 진출은 초기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섬유 의류 등에 집중됐다. 이 때문에 1천만달러 미만의 소형투자가 대부분이고 1백% 단독투자가 65%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말 이후 대우를 비롯한 현대.
삼성.포철등 주요 재벌기업들이 일제히 투자에 나서면서 사정이 바뀌고 있다. 올 1.4분기에만 포항제철이 하노이지역에 인텔리전트빌딩 신축을 위해 7천 8백만달러를 투자했고, 컬러TV공장 및 주택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삼성그룹이 5천7백만달러를 투입했다. 실제로 1.4분기중 베트남 투자는 한국 은행 승인기준으로 19건、 1억6천만달러에 이른다. 13건、 9천만달러 수준이 었던 전년동기대비 건수는 46%、 금액은 76%가 늘어난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 7월 투자사절단을 구성、 베트남을 방문한 현대그룹은 자동차 등 8개 사업부문에 앞으로 총 21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는 이미 2억달러가 소요되는 자동차 생산공장 건설계약을 체결했다. 송전 철탑.수리조선소 등은 합의단계에 있으며 12억2천만달러가 투자되는 정유공장과 3억6천만달러가 계획된 화력발전소 등은 베트남 당국과 추후 협의할 예정이다. LG그룹은 94년 광케이블 전자교환기 생산 프로젝트에 1천2백만달러를 투자 했고 가소제 합작공장 건설계획을 추가로 발표했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정부에 의해 공식 승인된 프로젝트를 베이스별로 보면 대우그룹이 지난해 11건의 프로젝트에 총 4억5천만 달러를 투자、 단일 외국 기업으로는 최대 투자기업으로 부상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오리온의 브라운관 공장을 비롯해 비담코라는 자동차조립공장과 축전지공장 등을 완공、 생산에 나서서 베트남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이 지역을 세계 경영의 동남아 전초기지로 육성 하겠다"고 말하고 "가전부문에 2억5천만달러、 자동차에 6억6천만달러를 추가투자하고 신축중인 최대 규모의 대하비즈니스센터 외에 7~8억달러가 소요되는 사이동 및 홍하지역의 공단.주택단지.도로 등 종합개발에도 20억달러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기업들의 이같은 경쟁적인 베트남 투자는 최근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과국가 신용도를 직접 확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베트남은 개방 초기인 지난 86년 무려 7백%에 육박했던 인플레를 92년에는 17%까지 끌어내렸다.
이때부터경제개방에 박차를 가해 94년에는 경제성장률이 8.8%로 사상 최고 치를 기록했고 올해에는 이를 경신、 무려 9%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한국기업의 투자지역은 사회간접자본(SOC) 등 신규 대규모 프로젝트일수록 호치민시(구 사이공)보다는 하노이시에 집중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베트남 정부가 상업도시인 호치민시보다는 수도인 하노이시를 육성하겠다는 강력 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 정부의 외국기업 하노이 유치정책에 힘입어 지역별 경제성 장률도 호치민시는 11.5%에 불과하지만 하노이시는 26%에 이른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이 때문에 한국기업의 투자 역시 앞으로도 섬유 등 소규모 제조 업과 호텔 등 유통업은 호치민시를 선호하겠지만, 대규모 제조업은 하노이 지역으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매력적인 시장이고 동남아지역의 전초기지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편에서는 한국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서서히 노출되고 있다. 자본주의 경험이 부족해 외국기업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세제 등 각종 관련법규가 미비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직도 사회주의체제에 맞는 세제를 갖고 있어 한국기업들은 이의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한국기업간의 중복.과당투자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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