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옥소리 전격 인수 멀티카드업계 "골리앗" 출현

한솔그룹이 지난 11일 전격적으로 (주)옥소리를 인수함에따라 국내 멀티미디어 카드업계에 구조개편등 일대 회오리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솔그룹은 계열사인 한국마벨을 통해 김범훈 옥소리사장이 소유하고 있는옥소리 지분 59.4%를 인수하는 동시에 김사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고 있는 광림전자의 지분 9.8%로 전환사채도 동시에 인수키로 했다.

이에따라 옥소리의 지분 구성은 한국마벨을 비롯 한국종합기술금융(25%), 소프트라인, 김범훈사장 부인등 특수관계인 순으로 조정돼 김사장은 전문 경 영인으로 자리를 바꾸게 됐다.

이번 한솔그룹의 옥소리 인수는 우선 올해 매출액이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예상되는 30대 재벌기업인 한솔그룹이 외형 5백억원 남짓한 중소기업을 인수 전체 산업규모가 1천억원에 불과한 국내 멀티미디어 카드 사업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파장은 의외로 커질 전망이다.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중소기업은 이번에 한솔에 인수된 옥소리를 포함, 매출액 1백억원 남짓한 기업 2~3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30억원 안팎의 영세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 규모가 영세하고 전체 외형도 한솔그룹 매출액의 5%도 안되는국내 멀티미디어 카드시장에서 나름대로 정상의 위치를 지켜온 옥소리를인수한 것은 국내 재벌그룹의 기업 사냥 전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관련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옥소리는 국내 사운드카드업계의 효시이자 성공한 멀티미디어 카드업체라 는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옥소리의 매각은 관련업계에 충격 을던져주고 있다.

한편 옥소리를 제외하고는 도토리 키재기식의 매출경쟁을 하면서 신제품 개발에 주력해온 국내 멀티미디어 카드업계에 갑자기 한솔그룹이라는 골리앗 이등장함에 따라 멀티카드업계는 충격을 넘어 기업 생존까지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한솔그룹이 옥소리를 통해 물량및 가격으로 멀티미디어 카드사업을 본격 전개하면 이를 상대로 살아남을 국내 멀티미디어 카드업체가 몇이나 될까 하는데 거의 모든 업체들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련업계는 받아들이고있다. 옥소리에 앞서 한솔그룹이 인수한 팩스모뎀카드 전문업체인 한화통신이 최 근들어 팩스모뎀 사업을 크게 확대함에 따라 국내 중소 팩스모뎀카드 전문업체들은 올 하반기 사업 계획을 대폭 수정하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은밀히 기업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한솔그룹이 국내 사운드카드는 물론 MPEG카드 분야에서 독보적인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옥소리와 최대 팩스모뎀카드업체중 하나인 한화통신까지 산하에 두게됨에 따라 국내 멀티미디어 카드 산업은 실질적으로 한솔그룹 의 손아귀에 놓이게 됐다.

또 한솔그룹이 한화통신과 옥소리를 흡수합병시킬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알려져 한국마벨은 순식간에 국내에서 멀티미디어 카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최대 기업으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사운드와 팩스모뎀카드 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P사의 H사장은 멀티미디어카드사업은 사업개시 3년 이내에 승부가 나고 5년 정도면 한계에 직면해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변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는 자칫 기업의 생존에까지 위협을 줄 수있다 고 지적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김범훈 옥소리 사장도 수긍하고 있다.

김사장은 기업매각 배경에 대한 설명에서 "지난 91년 사운드카드 사업을 본격 전개한 이후 옥소리는 매년 1백%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는 초고속 성장 을지속했고 국내 사운드카드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최근들어 대기업 PC업체들이 멀티미디어 PC를 대거 출시함에 따 라멀티미디어 카드 수요 한계에 봉착, 새로운 기업 변신을 시도하기 위해 PC사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멀티미디어 카드사업과 달리 PC사업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데 매출 5백 억원 남짓한 옥소리로서는 PC사업을 주력으로하는 대기업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김사장은 "독자적인 힘으로 옥소리를 끌고 가는 것보다는 대규모 자금 투입이 가능한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옥소리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 한솔그룹에 매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옥소리가 한국마벨에 흡수합병될 것이라는 항간의 추측과 관련해 김사장은 3년동안 옥소리의 경영을 맡기로 한솔측과 합의를 했고 한솔이 옥소리에 독립사옥및 PC사업 전개에 따른 자금지원을 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하면서 내년 옥소리의 매출액을 2천억원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김사장의 표현을 빌리면 한솔그룹이 옥소리를 인수한 것은 자금력을 갖고신사업 참여에 전력을 경주하고 있는 대기업과 첨단기술을 갖고도 자금이 없어의욕적인 사업전개가 어려운 중소기업간의 이상적인 전략적 제휴라는 것이다. 옥소리의 지분 25%를 갖고 있는 한국종합기술금융의 한 관계자는 한솔그룹이 옥소리를 인수, 첨단 기술 개발및 사업확대에 본격 나서게 된 것은 원칙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옥소리 같은 벤처기업이 대기업에 인수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고 밝히면서 한국종합기술 금융은 대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밝혀 주목된다.

멀티미디어 카드업체인 S전자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 재벌그룹들이 컴퓨터유통및 멀티미디어 카드사업에 본격 참여하는 방법으로 중소 컴퓨터 유통 업체및 멀티미디어 카드업체를 매입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내 멀티미디어 카드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하면서 제2의 옥소 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소멀티카드업계는 특히 지난 1년간 5개업체나 인수하는등 급속한 기업확장을 모색하고 있는 한솔그룹같은 재벌기업이 호시탐탐 중소 멀티미디어카드 업체를 기업사냥의 먹이로 노리고 있는 한 중소 멀티미디어 카드업체의 설땅 은더욱 좁아들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여 한솔그룹의 옥소리 인수파장은 쉽게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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