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보리밥과 휴대폰

이곳 대덕 연구단지에서는 자동차로 10분만 교외로 나가면 거의 깡촌이나 다름없는 시골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 곳에서 보리밥을 파는 집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 곳에서 백숙도 먹고 묵도사먹는다. 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 시골의 풍취를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있다.

쌀 한톨 들어 있지 않은 시커먼 보리밥을 열무김치와 쓱쓱 비벼먹는다. 찾는사람들이 많아 불친절하기가 이를 데 없다. 먹는 장소도 비닐하우스로 만들었고 그 안에 평상이 몇 개 놓여 있을 뿐이다. 어떤 때에는 한참 기다려야차례가 온다. 바쁠때는 아예 손님이 부엌에 가서 그릇이나 물을 가져온다.

그래도그 집에서 보리밥 한 그릇 얻어먹겠다고 사람들은 줄을 선다. 그런 와중에도 어떤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있고 여기저기서 호출기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옛날에 먹던 보리밥을 먹으면서 첨단 정보통신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기를 미래에는 모든 일들이 자동화되어 있어 컴퓨터 가사람들이 하는 일을 대신해 주니까 사람들은 별로 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한다. 그래서 그 여유를 여행이나 기타 취미생활로 돌리기 때문에 레저 산업 이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쉽게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그 이유는 30년전 혹은 50년 전에비해 생활의 많은 부분들이 컴퓨터에 의해 자동화되었지만 사람들은 크게 한가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바빠지고 사는데 더 힘이 든다. 그전에 비해 레저나 취미생활이 활성화되긴 하였지만 그것은 경제적인 여유를 뜻하는 것이지 결코 마음의 여유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바쁜 틈을 내 돈을 들여 노는것이지 그것 자체가 생활이 되어 여유롭게 살고 있지는 못하다.

이렇게 생활의 자동화가 많이 이루어지고 편리해졌지만 사람들이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컴퓨터가 사람을 보다 잘 부려먹는 도구로 사용되고있고 사람들은 그런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애써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사회 시스템의 자동화가 앞선 미국이나 일본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한가하게 살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태국이나 방글라데시사람보다 더 한가하게 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더바쁘게 살고 있다. 사람들이 어떤 특별한 일을 하는데 편리해졌을 따름이지바쁘지 않게 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바빠지지 않으려면 편리해지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수밖에 없다.

좋은도구들을 개발해 사람들이 편해지겠다는 생각으로는 사람들이 한가해질수 없다. 그 도구들을 개발하기 위해 더 바빠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발 된 도구로 더 많은 일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서비스중에서도 가장 큰 급성장을 이루고 있는 이동통신서비스의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84년 서비스 개시 초기에는 2천5백명밖에 안되던 휴대전화 가입자가 현재 약 1백만명가량으로 불어났으며、 무선 호출 기또한 84년 서비스 초기에 1만5천명 가량의 가입자인 것이 현재 약 4백만명 으로 불어났다.

휴대의 편리성과 언제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한 이점때문에 휴대전화의 보급은 이동통신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해가 갈수록 가속 될전망이다. 올해 말까지 전국 생활권의 90% 이상에 달하는 지역이 이동통 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보 통신의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화이트 칼러들이 삐삐를 허리 에차고、 휴대폰을 손에 들고 시골의 보리밥 집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문명의 이기들을 사용하면 할수록 그것이 존재하지않았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 때의 불편함이 그리워서가 아니고、 그 때의 보리밥이 맛있어서가 아닐 것이다. 가난했지만 누릴 수 있었던 보리밥 먹던 때의 여유、 그 여유가 그리워서 보리밥 집을 자꾸 찾아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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