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작기계업계 좌초 조짐

세계공작기계산업의 절대강자로 자리잡아왔던 일본의 공작기계산업이 최근좌초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최근까지 지속됐던 엔화의 급상승이 주요으로 일본공작기계산업의 위기감은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공작기계산업은 지난 90년 1조4천억엔의 수주실적을 거두는 등 고속성장산업의 하나로 평가됐었다.

그러던 것이 경기침체와 엔고여파로 수주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 93년에는 5천2백억엔수준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는 수출신장에도 불구하고 6천3백억엔에 그쳤다. 업체들의 고통역시 클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창업45년을 맞은 CNC선반업체인 스게철공소의 부도는 일본업체들 에하나의 충격이었다.

2백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중견업체였던 스게철공소의 부도정리는 매출급 감과 이에 따른 경영의 어려움에 따른 것으로 지난 90년 33억5천만엔의 매출 실적이 지난해는 12억7천만엔으로 급전직하했다.

상장업체인 요코이산업과 조비내기계는 3년동안 계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상태로 올해도 적자가 이어진다면 상장폐지에 직면할 처지이다.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몰아가고 있는 것은 제품가의 폭락이다.

일본내 공작기계업체 관계자들은 "공작기계산업은 더 이상 고부가가치산업이아니다 고 말하고 있다.

현재 일본공작기계업체들의 출하가격은 지난 90년대비 70~80%수준에 불과한상태이다. 부품가격과 물가가 올랐는데 기계가격은 오히려 내린 것이다.

일본최대업체인 모리세이키사의 모리사장은 "가격은 물론이고 매출역시 회복될 전망이 없어 앞으로도 감원 등 체질개선이 우선될 것 같다"고 내다보고있다. 노무라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공작기계수요자인 일본제조업체들의 해외진출 추세에 관해 "앞으로는 대외 마케팅 및 해외경쟁력 유무가 공작기계업체들의 도태여부를 가름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일본업체들의 비관적인 상황과 달리 해외경쟁업체들은 일본과는 정반대로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

80년대초 일본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범용CNC공작기계의 경우 얼마전까지만해도 한수아래로 평가했던 한국 및 대만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한국 및 대만업체들은 최근에는 양산체제의 구축을 서두르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한 제품공급가 인하를 주도, 시장을 석권해 나가고 있는 상태로 이들 한국 및 대만업체의 공급가는 일본제품에 비해 최고 40%까지 저렴한 상태이다. 세계최대의 공작기계업체인 신시내티 미라크론은 똑같은 경기침체의 상황 하에서도 플라스틱성형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기존공작기계부문의내실화를 꾀하며 지난 91년 7억5천만달러의 매출을 94년 12억달러로 끌어올리는 등 일본업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상황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자 일본업체들은 최근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펴고 있으나 또 다른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업체들이 수요자의 저가요구에 대응키 위해 설계 및 기능을 변경, 기존제품에 비해 20~30%저렴한 제품을 출하하고 있으나 이는 가격환원의 어려움과 가격경쟁력 상실업체의 부도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산공작기계의 경쟁력약화가 최근 일본업체들이 공략대상 으로 삼고있는 아시아시장에서의 열세로 이어지고있다는데 있다.

선진국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있는 반면 동남아 및 중국시장은 향후 황 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1천5백억엔으로 추정되는 동남아시아시장은 앞으로 5년내 3배가까이늘어난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며 또한 공작기계보유대수가 일본과 미국을 합친 3백만대에 달하는 중국의 경우는 최근 범용기에서 CNC기로 계속 대체되고있다. 현재 일본업체들은 동남아 및 중국시장에서 60~70%이상을 장악하고 있어일본업체들의 생존여부가 이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업체들은 아시아시장의 수요추세가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움직이고 있다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대만업체들의 기세가 당당한데다 최근 일본업체들이 등한시했던 2백 만~1천만엔의 저가격대의 기계수요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일본업체들은 일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공작기계업체들을 더욱 불안케하는 점은 이 아시아 시장을 지키기 위 한뾰족한 대책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일부업체들이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거나 해외생산이관, 서비스개선, 해외영업소 증설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성과는 그리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리세이키사의 모리사장은 "최근 중저가의 범용CNC에 대해 양산을 추진, 시장상황에 대응하고있으나 인건비 등 고정비용의 격차에 의해 한국 및 대만업체에 밀리고있는 형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견이하급 기업은 더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일본공작기계업체의 80%는 종업원 3백명이하의 중소기업인데 이런 기업들 이전략기종을 개발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데는 역량이 따르지못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공작기계업체들의 진정한 문제는 이제까지 강점으로여겼던 부분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점"이라고 말하며 "이제 더 이상일본이 세계최대의 공작기계업체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해외생산 및 부품의 해외조달 추진결과 30%이상의 감원이 이뤄져 상당량 의노하우가 상실됐고 공생관계를 형성했던 기존 하청업체와의 관계단절은 생산구조 허약화 및 시장환경에 대한 유연성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에 따라 연구개발부문을 뒷전으로 밀어놓은 것도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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