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캐논, 10년주기 히트상품 행진 주역 "특허팀"이 일등공신

카메라 복사기 프린터등에서 대략 10년주기로 히트상품을 내며 승승장구해 온 캐논사. 캐논의 상품전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이익률이 높은 상품을 개발하고 경쟁자가 등장하면 철저한 가격인하로 대응하며 그래도 수익이 오르지 않으면 생산을 해외로 돌리는 것이다.

캐논의 이같은 쾌주를 뒷받침하고 있는 곳은 독창적인 상품을 적시에 개발 해내는 기술진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또 하나의 얼굴이 있는데 다름아닌 특허팀이다. 이 특허팀의 기여도는 이제는 캐논의 수익원이 된 버블젯 프린터(BIP) 의개발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캐논이 버블젯방식의 특허를 최초 출원한 것은 77년. 출원서에는 5명의 발명자가 등재되어 있다. 이중 한 사람은 특허담당자로 현재 지적재산법무본부지적재산기획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는 오노 시게루씨다.

일반적으로 특허담당자가 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오노 씨는 깊숙이 참여했다.

그는 "특허담당자는 출근해도 지적재산본부에 들르지 않고 연구부서로 직행한다. 연구자들의 회의에도 참석한다.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해도 성급히 출원하지 않고 그 본질을 규명、 구체화시킨다. 특허담당자가 개발초기부터 기술자들과 함께 실용화를 생각하는 것이 우리회사의 전통"이라며 자사 특허 부문의 특성을 설명한다.

BIP프로젝트에는 오노씨이외에도 전기.기계기술전문 특허담당자가 잇따라투입됐다. 기술자와 특허담당자 2인3각으로 BIP기술이 권리화된 것이다. 현재 BIP관계 특허출원건수는 대략 4천건. 하나의 상품화과정에서 이 정도의 특허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캐논 특허팀의 기여도는 수치로도 표시된다. 캐논의 특허이익은 매년 증가 세를 나타내 지난해 1백18억달러를 기록했다. 총 경상이익 5백39억엔의 20% 를넘는 수치다. 특허이익은 기술이 전제가 되지만 특허팀의 공적을 빼놓을수없다. 현재 캐논 지적재산본부 진용은 3백명. 이중 약 2백명은 본부로 출근하지 만나머지 1백명은 연구소에서 근무한다. 기술자들에게 특허전략상 유리한 제품개발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이 진용은 같은 업종에 있는 리코의 70명、 후지제록스의 85명보다 훨씬많다. 특허출원건수에서 캐논을 앞서는 히타치제작소에는 3백30명이 있지만연구개발관계 직원수에 비교해 보면 히타치의 2.5%에 대해 캐논이 6%로 많다. 이 집단을 35년에 걸쳐 만들어 낸 인물은 마루시마 전무. 와세다대 졸업후 캐논에 입사、 특허과에 배속된 이후 줄곧 이 분야에서만 일해 왔다. 특허분야 출신이 상장기업의 전무에 오른 예는 드물다.

캐논의 특허전략을 상징하는 것은 "3대7원칙". 즉 출원 특허의 약 30%를 중점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출원이 만점을 얻도록 기술자、 특허담당자 변리사가 삼위일체로 출원절차에 대응해 나간다. 이는 캐논의 출원서 내용이 풍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기술자가 출원서를 작성하면 기술을 충실히 표현한다. 그러나이것은 특허권취득면에선 최선책이 아니다. 도면등을 사용、 발명기술을 충실히 표현하는 것 못지않게 그 기술이 얼마나 범용성이 있는가를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점을 소홀히 하면 애써 발명한 기술이 다른 업체 의유사기술에 저촉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발명의 권리화를 위해 특허청에 제출되는 출원서에는 개발한 기술을 용이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한 문장、 즉 명세서와 도면이 첨부 되는데 캐논은 이 명세서에 주변기술도 포함되도록 한다.

캐논 특허부대는 특허분쟁에 대한 대응력도 뛰어나다. 세계 각국의 전자업체들을 상대로 특허권침해를 들어 라이선스료를 요구하는 제롬 레멜슨씨와의 협상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캐논이 레멜슨과 접촉한 것은 80년대 후반. 레멜슨이 일본 PC업체를 상대로 시스템구성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을 때다. 캐논은 당시 그 소송에서 문제가 된 특허뿐만 아니라 그가 취득한 모든 특허를 조사했다. 그 결과 장래 사업과 관련해 권리침해가능성이 있는 특허를 발견했고 캐논은 레멜슨이 가 진거의 모든 특허에 대해 포괄적인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업체가 그 후에도 계속되는 레멜슨과의 특허문제로 부심하고 있을 때 캐논은 낮은 계약료 로장래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요소까지 근절시킨 것이다. 이런 캐논 의 특허담당그룹에도 고민은 있다. 그것은 사내의 어느 사업부 소관인지、 영역이 불분명한 상품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주력제품인 프린터 복사기 카메라가 디지털기술에 의해 네트워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사업부서간의 구분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루시마전무는 "개발현장에 나가 있는 특허담당자는 사업부의 일밖에 신경쓰지 않는 경향이 농후하다"며 불만을 나타낸다. 지난 4월부터 지적재산본부 구성원을 모아 장래의 사업방향에 대한 의견통일을 기하려는연구회를 갖기 시작한 것도 사업부간 벽에 대한 위기감때문이다.

그는 "특허는 사업부 뿐만이 아니고 회사 장래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벽을 의식하지 않고 어디에든 파고 들어야 한다"며 폐쇄성타파를역설한다. 캐논의 경영진사이에서는 예전부터 사무기기나 카메라를 컴퓨터주변기기로세트화해 판매해 나가야 한다는 소리가 강력히 대두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는 사업부마다의 벽이 있고 또 상품을 하나의 물체로만 파악하고 세트로 바라보지 못하는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발달에 따른 상품개념의 변화를 배경으로 캐논이 안고 있는 고민을 푸는일이 마루시 마 "특허부대"의 금후 과제인 것이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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