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진단 방송장비산업 현주소 (하)

일부 방송관계자들은 일제가 국내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국내 방송 장비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로 방송장비산업의포기 를 주장하고 있다.

소니와 마쓰시타전기 등과 같은 세계적인 방송장비 생산업체들과 국내 업체들간의 기술격차가 현격한 상황에서 방송장비산업의 활성화는 이미 "물건 너간 이야기"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이들은 협소한 국내시장만을 대상으로 관련산업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무리인 만큼 방송장비산업이 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제품 개발이 필수적이나 짧은 시일안에 이같은 과제를 달성한 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방송장비 산업의 포기"는 어쩔 수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방송장비의 국산화를 포기하고 일제방송장비의 수입을 완전자유화하면 현재 불거져 나오고 있는 당면 문제들의 일시적인 해결은 가능할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극약처방은 우리나라가 최첨단 산업、 고부가가치 창출산업 으로 평가받고 있는 방송장비산업을 영원히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점점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방송장비시장에서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라는 것이 뜻있는 방송관계 자들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침체되어 있는 국내 방송장비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현재 국내 방송장비 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매우 심각하고 복잡하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임시방편적이고 단편적인 조치들이 아닌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선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국내 방송장비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과 관련업체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방송장비 산업은 기술파급효과가 뛰어나 방송장비의 개발 및 국산화는 일반가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감안、 정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련업체와 공동으로 장비개발을 위한 연구소의 설립 등을 추진하는 한편 연구.개발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방송장비의 조속한 국산화를 위해서는 현재 방송장비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전향적인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장 눈앞에 열려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장비판매에만 급급한 국내 대기 업들의 자세로는 방송장비의 국산화를 결코 이룰 수 없는 만큼 더욱 장기적 이고 종합적인 장비개발계획을 마련、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방송장비의 경우 단순한 제품 개발보다는 사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 켜줄 수 있는 포맷의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간의 소모적인 경쟁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송장비 포맷을 개발하기 위한 국내 대기업들의 공동협조체제의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방송사 기술연구소와 방송장비 생산업체들간의 유기적인 공조체제구축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NHK 기술연구소의 경우 소니와 마쓰시타전기 등과 손잡고 방송 종사 자들의 입맛에 맞는 방송장비 포맷을 개발、 일본이 세계 방송장비시장을 석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상기할 때 방송사 기술연구소와 국내 대기업 들의 협력관계 구축은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중의 하나다.

특히 최근 홍두표 KBS사장은 KBS기술연구소를 일본 NHK기술연구소에 버금 가는 세계적인 기술연구소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방송사 기술연구소와 방송장비 생산업체들간의 공조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이 지금부터라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방송장비 개발에 그다지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국내 방송사 기술연구소도 더욱 거시적인 시각에서 방송장비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하며 방송 종사자들도 무조건적인 일제장비 선호에서 벗어나 국산 방송장비의 개발과 보급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지적되고 있다.

낙후된 국내 방송장비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방송장비의 개발 및 국산화는 하루이틀에 이루어질 수도 없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이며 많은 돈과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장비산업은 그 기술적인 중요도와 향후 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결코 포기할 수 없는산업분야이다. 따라서 "대일 종속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방송장비 산업의 자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방송 장비 생산업체、 방송 종사자를 비롯한 관련자 모두가 방송장비 산업의 활성 화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관심과 노력이 없는 한국내 방송장비산업의 발전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김성욱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