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연구개발사는 가전분야의 발달사보다 훨씬 짧은 20여년 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전자산업분야에서 연구개발활동이 미흡했던 것은 기술개발을 토대로 한 발전전략보다 미.일선진국으로부터 기술도입을 통한 전자산업 육성전략에 크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해방이후 전자산업역사를 한마디로 "미일의 기술식민지 역사"라고 매도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생존개념이 강조됐던 해방이후의 경제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발전전략 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전자산업이 선진국의 규제로 수출이 침체되고 기술력부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시킬 때 그 타당성은 그만 상실되고 말았다.
전자산업은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첨단기술을 앞세운 선진국과 우리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후진국의 협공으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이 시기가 전자업계 연구개발 태동의 시기라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연구개발사는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60~70년대의 부품조립기술 습득시기、 80년대 중반까지의 외국기술 직접도입 및 초보적인 기술개발시기、 그리고 80년대후반부터의 자체기술개발 본격착수시기로 구분된다. 60 70년대 국내 전자산업의 기술개발전략은 라디오등의 전자제품조립을 통한 조립생산기술의 터득에 중점을 두었다. 정부는 단순조립가공이 가능한 전자 산업을 수출주도형산업으로 지정했고 수출실적 우수기업에 대해 각종 혜택을 부여했다. 이러한 정부정책에 따라 초기 전자산업기술개발은 단순조립기술만을 터득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부품조립기술도입정책은 단기간 산업을 발전 시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자산업의 연구개발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70년 현재 전자산업을 포함한 국내연구기관은 총 2백97개、 연구 원수는 5천6백28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전자산업관련분야보다 농업부문을 비롯한 타부문 연구원수가 훨씬 많았다.
70년대 1、 2차 오일파동을 겪으면서 정부는 새로운 제품개발을 위한 기술력 확보를 최우선과제로 삼았다.
국제 원유가 상승은 전자업계에 가격인상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제품생산에 나섰으나 기술력의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자체기술에 의한 신제품개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결국 외국인투자우대지역 설립과 외국인투자유치를 통한 기술도입 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66년까지 총 5건에 불과했던 기술도입건수는 70년대중반부터는 한해 평균 50여건이 넘었다. 80년대 들어서면서 "전자공업고도화 장기계획"이 수립되었다. 정부와 기업은 전자산업의 기술력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구조개편작업에 착수 했다. 정부는 금융세제확충 등의 각종 지원을 통한 연구개발 활성화를 추진했다.
특히정부는 각부처산하에 있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9개로 통폐합、 소관부 처를 과학기술처로 단일화했다. 83년에는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돼 전자.정보.
통신연구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또한 기업들은 산업기술연구조합을 설립했다. 80년대후반 전자산업분야의 연구개발은 체계적인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정부는 "공업발전법"、 "기계류.부품.소재의 국산화 5개년계획"을 비롯한 각종정책을 수립했다. 또한 83년 1백개에 불과했던 전자업계 연구기관은 90년 3백64개로 증가해 관련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90년 이후 전자업계는 첨단전자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엔고현상에 따른 전자제품의 수출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DRAM、 HDTV 、 와이드TV 등 신제품개발에 앞다투어 나섰다.
또한 연구소개설이 잇따랐다. 70~80년대 대기업연구소에 이어 중소기업연구 소가 속속 개설돼 93년 현재 연구기관 3천3백18개, 연구원총수 5만4천78명으 로 인구 1만명당 연구원수도 22.4명으로 늘었다.
특히 전자업계 연구기관수는 83년 1백개에서 93년 4백51개로 4.5배 늘어났고연구개발비도 9백68억원에서 1조5천7백16억원으로 16.2배 늘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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