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특별기고-외국 통신시장 동향

통신개발 연구원 최병일 연구위원 1980년대 이후 세계 통신시장은 경쟁도입.민영화.규제완화.자유화 등의 큰 물결을 타고 있다. "경쟁도입"은 기존의 독점시장구도의 진입장벽 완화를, 민영화 는 지배적 통신사업자인 공기업의 지분을 민간에게 매각하는 것과 실질적 운영의 민간이양을, "규제완화"는 경쟁도입효과 극대화를 위한 공정경 쟁 및 경쟁촉진적 제반조치 도입을, 그리고 "자유화"는 국내통신시장에 외국 기업의 참여를 각각 의미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 공기업에 의한 통신사업 독점구도의 대지각변동을 의 미하는 것이다. 21세기 정보사회가 점차 가시화되고 경제구조가 보다 정보의 존적이 됨에 따라 이제 정보통신분야는 독점적 사업자에게만 맡겨두기에는너무나 중요한 분야가 된 것이다.

경쟁도입은 부가통신서비스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 무선통신서비스와 유선 전화서비스로 확산되고 있다. 경쟁도입의 확대와 병행하여 자유화 또한 진전되고 있음은 자연스러운 양상이다. 부가통신서비스는 전면자유화로, 무선통신서비스 셀룰러서비스 무선호출 등)는 외자가 허용된 복점체제 구축이 일반적 양상이며 기본통신분야의 경우 경쟁은 재판매에서 망으로, 장거리(시 외.국제)에서 시내로, 무선계에서 유선계 쪽으로 확대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주목할 것은 국가마다 구체적인 양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경쟁도입.민영화.

규제완화.자유화가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특히 경쟁도입.민영화.규제완화는 반드시 같은 강도와 범위로 진행되지 않으면 기존의 독점체제로부터경쟁체제로의 전환효과가 크게 반감된다는 각국의 경험은 중요한 교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주요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은 현재 무선국 외국인 지분을 최대한 25%까지 허용하고 국제회선재판매에 상호주의를 적용하고 있다. 이외의 기본통신서비 스는 전반적으로 자유화되어 있다. 이러한 제한은 1934년 제정된 통신법에기초한 것인데 최근 미국의회는 미국내에서의 경쟁(시내전화사업자와 장거리 사업자간, 전화사업자와 CATV사업자간)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통신법안 개정 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독자적인 상원안과 하원안이 각각 상.하원에서 통과되었고 가을에 미국 의회가 속개되면 즉시 상.하원 절충안이 모색되고 통과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의 무선분야 외국인 지분제한은 철폐될 것으로 관측되나 구체적 내용은기본통신협상그룹 NGBT 협상과 연계시키게 될 것이다.

한편 미국은 규제기관의 독립성, 경제적인 상호접속, 공정경쟁보장장치, 규제제도의 투명성(국제통화 정산협정의 공개포함)등 시장자유화를 의미있게 하는 경쟁촉진조치의 제도화 및 집행을 NGBT협상에서 추구하고 있다.

또 15개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오는 98년 1월부터 기본통신 망(유선.무선망.CATV), 기본통신서비스의 전면경쟁체제 구축을 결정한 바 있다. EU내에서 통신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룩셈부르크는 99년까지, 스페인.아 일랜드.그리스.포르투갈은 2002년까지 음성전화용 통신망 구축의 자유화를 유보받았으나 스페인은 자체적으로 경쟁도입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EU의 이러한 결정은 EU회원국이 아닌 주변국가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헝가리의경우 2002년 이후에는 전화통신망구축에 전면경쟁을 도입할 계획이 다(현재에도 외자 참여는 허용되고 있다).

EU는 이런 정책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Green Paper를 작성, 통신망 경쟁과 관련해 시행되어야 할 제반 규제완화 조치에 대한 논의를 유도하고 있다. 기본통신시장 전면경쟁구도와 합치하는 규제장치들은 98년 이전에 제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목할 것은 EU의 이러한 98년 1월 기본통신분야 전면 경쟁 결정이 영국.스웨덴 등에서는 이미 과거완료형이라는 사실이다.

EU내에서 가장 폐쇄적인 통신시장구조를 가진 독일은 도이치텔레콤(DeutschT elecom)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통신시장전반에 경쟁도입을 위한 법개정을 96 년 상반기까지 완료하며 신규사업자 허가를 추진하여 98년 1월부터 실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추진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는 최근 프랑스텔레콤(Fran ce Telecom)의 민영화계획을 백지화한 바 있으나 98년 기본통신망.서비스 경쟁체제도입은 기정사실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80년대 후반에 1종 망사업자에 외국인 지분을 3분의1까지 허용 하였다(NTT.KDD는 각 20%로 제한). 일본은 97년말까지 공 전 공 접속을 허용하여 음성재판매서비스를 허용할 계획이며 94년 6월 위성서비스에 대한 외자제한을 폐지하였다. 또한 94년 11월 CATV사업자의 시내전화서비스제공을허용한 바 있다. 일본정부는 기본통신시장 대외개방시 실질적인 경쟁이 망보다는 재판매쪽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상호접속.장비부착.형식승인 등 재판매사업자와 망사업자간의 효과적인 경쟁보장장치 확보를 추구하고 있다.

캐나다는 G7국가의 하나이며 GII추진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데 캐나다에 서 재판매분야는 전면자유화되어 있다. 재판매사업자는 통신사업자로서 규제 하지 않고 있다. 반면 망사업자에는 외국인지분을 20%로 제한하고 있다. 92 년 시외전화에 경쟁도입이후 94년에는 시내전화에도 경쟁도입을 하였고 요금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현재 호주의 기본통신시장은 복점체제로 되어 있다. 최근 호주정부는 97년 7월부터 통신시장을 전면개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즉 기본통신시장 에 대한 사업자수 제한을 폐지하고 유.무선통신서비스, 통신장비사업간의영역제한을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외자지분제한 범위는 현행 49%에서 서비스 분야에 따라 추가 허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회원국인 멕시코는 97년부터 기본통신시장 경쟁을 도입하고 경쟁질서를 구축할 독립규제기관을 96년중 설립한다는 내용의 통신 법을 최근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시내.시외.국제전화 및 위성서비스는 외자 가 49%까지 허용되며 셀룰러전화는 외자 100%까지 허용(50%이상의 지분은 무의결주)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상을 통해 현재4 1개국이 참가한 NGBT를 구성, 시장개방에 있어 사업자수 및 외국자본참여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고 외국인을 내국인과 똑같이 대우해달라는 내용의 다자 간 및 쌍무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NGBT협상을 소극적으로 모면하면 대외개방수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할 지 모른다. 최소한의 개방이 과연 국가적으로 바 람직한가하는 문제를 떠나서 시장개방과 자유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철저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G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 계획은 조만간 멀티미디어 시장개방 움직임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WTO의 "점진적 자유화"원칙에 따라 20 00년대 이전에 서비스분야의 추가적 자유화를 위한 후속 Round가 예상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신시장개방을 모면하는 소극성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 적극성과 진취성이 다. 기본통신시장 개방협상을 우리경제규모에 상응하는 시장개방으로 추진하 고해외시장 진출기회를 최대한 확보하여 경제활동의 세계화를 촉진하고 21세 기정보화사회에서 핵심 생산요소인 정보통신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 켜한국경제사회의 수준을 진일보하는 전기로 활용할 때 우리는 우리의 운명 을스스로 개척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