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교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K씨는 하루 2~3시간씩 인터네트에 들어가 순식간에 지구촌을 오가며 전공관련정보를 찾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보면볼수록 새로운 자료가 많아 자료를 챙기다보면 마치 도서관에 갔다가 진귀한 새자료를 발견하고 서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탐닉하기 일쑤라고한다. K씨는 전공정보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충격에 가까운 다양한 가치관을 접하게되면서 딜레마에 빠진다. 인터네트로 대표되는 "사이버스페이스(가상공간)" 은 K씨가 원하는 전문정보뿐만 아니라 외국의 가판대에서 볼 수 있는 외설잡지에서부터 도박、 마약조제방법、 폭탄제조방법에 이르기까지 상상을 초월 한 반사회적정보들까지 차고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신천지. 뉴 프론티어.
미개척의"일렉트로닉 프론티어"등-. 이미 수많은 별칭을 한몸에 받고 있는 사이버스페이스 Cyberspace . 컴퓨터 네트워크(통신망)가 펼치는 가상의 공간에 세계 컴퓨터인구가 너나없이 뛰어들어 시간과공간 제한없이 벌이는 신세계 구축작업은 19세기말 "골드러시"를 방불케 한다. 디지털신호로 가득 찬 이곳은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다.
0과 1의 신호만 존재하는 디지털 신호의 체계다.
30년전 컴퓨터가 학교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미국 문명비평가들은 미래사회 의 엄청난 혁명적 변화를 "세계 지식의 창고가 젊은이들에게 열리게 될 것이다. 역사와 지리학、 과학등이 모두 스크린상에서 살아 움직일 것이다. 구텐 베르크 이래로 이보다 막강한 지식습득 도구는 없을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이제까지의 세계와는 판이한 곳이다. 세계 각 지역에 깔려있는 네트워크 통신망을 통해 모든 사람이 대화할 수 있는 광장이다. 전화쇼핑 정보교환 원격강의뿐 아니라 공동으로 참여해 이룰 수 있는 작업은 무엇이든 가능한 공간이다. 컴퓨와 네트워크가 이 모든 일을 가능케 한다. 이 공간에서는 빈부의 격차、 아름답고 추함、 권력 등 모든 가시적인 것들은 필요없다. 단지 한 개인의 능력과 아이디어만이 통로를 드나들 수 있다.
사이버스페이스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사람들을 흔히 "사이버펑크(Cyber punk)"라고 한다. 현대판 "신인류"를 지칭하는 이 용어는 80년대 초반 아이 작 아시모프의 공상과학잡지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 문학계에서 처음으로제기한 사이버펑크는 첨단과학이 지배하는 사회의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사이버펑크의 활동무대는 전제적인 국가、 혹은 권위적인 집단들、 원리주의적 종교등 억압적인 기제들이 보통사람들을 지배하는 곳이다. 컴퓨터 나 매스미디어 등 특정한 정보기술로 인해 기계화되어가는 기술사회에서 인간이 그 부품의 하나로 간주받는 상황이다. 이것이 원래 문학에서 나타난 사이버 Cyber 라는 개념이다.
한편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범죄、 공상등 주변적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사람들이 그 사회를 지배하는 핵심기술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는과정을 사이버 펑크문학은 묘사한다.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것이 "펑크(pun k)"라는 개념이다. 사이버펑크문학의 배경은 전원이 아닌 도시지역이고、 분위기 또한 암울하고 회의적이어서 다분히 세기말적인 분위기다. 물론 이것을접하는 독자들은 그 배경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복하느냐、 아니면 그 상태에 안주하느냐는 도덕적인 부조리에 부딪히게 된다. 더욱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전통적인 양식으로 분류할때 건강하거나 영웅적인 면모를 찾기 힘들다. 80년대 중반 이같은 문학적 배경을 깔고 사이버펑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다수 생겨난다. 해커、 크래커、 프리크등 통신과 컴퓨터가 융합하는 환경에서 개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전지전능에 가까운 기술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사이버펑크라고 부르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고도화된 암호체계가 "사회체계"를 전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간주한다. 사회를 지배하는 시스템이 풀 수 없는 암호체계만이 불가침의 영역을 창출해낼 수 있는 것으로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이버펑크족이 활동하는 사이버스페이스(가상공간)이라는 용어는 윌리엄 깁 슨의 "불타는 크롬(Burning Chrome)"이라는 작품에서 최초로 나타난다. 깁슨 이 제시한 사이버스페이스란 "사이버데크(Cyberdeck)"라는 인터페이스를 사용 일상적인 오감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하려고 시도할때 생겨나는 공간 이다. 따라서 사이버스페이스란 세계적규모의 컴퓨터네트워크에 접근할때만존재하는 "은유적"공간이다.
그러나 컴퓨터네트워킹의 확산과 더불어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개념은 일반명사로 자리잡게 되었고、 인터네트는 전세계 공통으로 사이버스페이스라고 지칭할 만한 것으로 부상했다. SF문학이나 반사회적인 가치에서 출발했지만、 더이상 특정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 로터스사의 창업자이자 "전자 프론티어 재단(EFF)의 창설 주역인 미첼카 포는 사이버스페이스를 "미개척의 컴퓨터 변경"으로 못박는다. 미국 초기의 프론티어 신화에 빗댄 표현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제이 키워드 전백 악관 과학담당보좌관등 3명의 미래과학자와 공동으로 발간한 "과학시대의 대헌장 이란 저서에서 지식혁명의 도래로 사이버스페이스가 눈앞에 이미 다가왔다고 역설한다.
그는 "인류문명의 제 3의 물결인 사이버스페이스가 막강한 영향력으로 미국 사회앞에 우뚝 섰다"며 "아무도 미래의 제 3의 물결사회가 어떤 형태를 띨지는 쉽게 말할 수 없지만、 사이버스페이스가 지배하는 세계가 될것이 분명하다 고 단언한다.
현재 진행되는 이 모든 정보물결이 60년대 "히피족"의 자유주의와 상상력에 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빈부.계급.남녀 구분없이 개인이 가진 능력만으로 이뤄지는 신세계는 바로 이들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바로미래정보사회의 생활양식이 뿌리내릴 신천지이다.
이곳에는 인종차별이없고 국경도 초월한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의 이념갈등 도 뒷전이다. 이곳에는 정부청사나 은행.학교.병원.도서관.우체국.연구기관.
언론기관등의수많은 공공기관이 자리를 잡고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의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일방의 논리를 강제하기 위한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없다. 한쪽 구석 에서는 포르노업자들까지도 유명 포르노배우를 불러모아 버젓이 포르노숍을운영한다. 해커라 불리는 치한이 국가 주요기관의 컴퓨터에 들어가 극비문서 를 털고 이를 상대국가에 넘겨주는 일명 "컴퓨터스파이"까지 암약한다.
지구촌 어디서나 서로 얼굴을 맞대고 언제나 동시에 일을 할 수 있다. 사이 버스페이스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다만 인간의 상상력이 장애가 될 따름이다. 여기에 앞으로 10년내에 TV와 컴퓨터가 "텔레퓨터(Tele puter)"라는 하나의 매체로 통합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가능하다. 이제 사이버스페이스의시대다. 아울러 최근 수년간、 특히 지난해부터 인터네트가 국내에 빠른 속도로 보급 되면서 야기되는 "문화충돌"현상도 만만치 않은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다. 신용카드정보를 입력하고 결제하면 섹스토이에서부터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모든 상품을 구할 수 있어 새로운 무역마찰까지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 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
사이버스페이스는 바야흐로 미래공동체사회가 시작되는 길목인 만큼 그 본고장인 미국사회에서도 치열한 의견조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터네트의확산으로 인해 경제.문화적충격을 겪기 시작하는 우리사회도 조만간 문화.반문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예상된다. <정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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