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현상을 우려하는 국내 전자업계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엔고현상 으로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누렸던 국내 가전업계의 성장세가 둔화되리라는 전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엔저현상에 대한 별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그동안 10%가 넘었던 가전업계의 성장세는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올 4월 중순 한때 달러당 80.63엔까지 폭락했던 미달러화는 미국과 일본의 외환시장개입등 일련의 조치에 힘입어 그간의 약세를 회복、 지난 16일 달러 당 98.20엔까지 치솟는 초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달러화의 회복세에 편승한 엔저현상이 금리안정과 경제회복을 추진중인 미국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의해 대달러당 1백엔대를 전후해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엔대에서 정착될 경우 일본의 전자산업중에서 부품산업과 산전분야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과감한 해외투자를 통해 동남아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는 가전제품의 경쟁력이 특히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엔저현상은 국내 전자산업의 경쟁력약화를 초래、 수출과 생산의 연쇄적 감소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며 특히 반도체등의 부품산업보다 가전분야 에서 심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집적회로 등 첨단부품산업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수요부족으로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분야는 EU등 신규시장의 수요증가로 올초 가격인상을 단행할 만큼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부문은 일본과 견줄만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엔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가전분야는 일본과는 물론 일본기업의 현지 투자회사가 많은 동남아 국가와 가격경쟁이 격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판단된다.
박성택 산업연구원 전자.생활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가전분야의 생산증가율 은 엔고시대의 12%보다 다소 떨어진 7~8%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엔저시대를 맞아 국내가전업체들은 동남아에 있는 일본 투자기업들과 경쟁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측의 평가도 이와 비슷하다.
통산부는 "엔저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이란 자료를 통해 엔 저현상은 일본제품과 경쟁하는 전자제품의 경쟁력을 감소시켜 전자제품의 대일수출이 크게 감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일본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일본 해외투자기업의 경우도 경쟁력이 높아져 국내 가전산업은 조선、자동차와 더불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통산부는 이에 따라 올해 무역수지적자가 1백억달러를 넘을것으로 보고 외국물품 수입을 최대한 억제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일 방법을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 역시 엔저현상에 이어 상대적으로 원화절상이 일어난다면 가전제품 을 비롯한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큰 폭으로 상실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은 엔화의 대달러 환율이 1백엔대에서 유지될 경우 금년하반기부터 수출증가율이 2%포인트 안팎으로 감소될 것이며、 무역수지 예 상적자폭 1백억달러보다 더 증가한 1백10억달러 수준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또 엔저시대에 원화강세가 가세된다면 10%가 넘는 현재의 경제성장률이 내년도 예상경제성장률 7.8%보다 더 떨어지는 급락현상을 보일 수도 있다고경고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엔고현상을 통해 반사이익을 얻었던 가전.반도체등의 부품산업을 포함한 주력수출상품의 경쟁력확보를 위해서는 원화절상효과를 상쇄시켜야만 한다고 충고한다. 이와 더불어 엔저현상은 일본으로부터의 자본재 및중간재의 수입가격을 하락시키기 때문에 우리기업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고 채산성을 개선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지므로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주장한다. 통산부 역시 엔저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의 하향안정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통산부는 장기적으로 우리 수출이 환율등 가격요소에 좌우되지않도록 품질、 마케팅 등 비가격경쟁력 확보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더불어 통산부는 기업의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확대 및 신제품 개발、 품질개선 등을 유도할 방침이다.
산업연구원 박성택 실장은 가전분야는 "질적인 면에서 경쟁이 될만한 산업은 국내 투자를 촉진하되 경쟁력을 잃고 있는 가전제품은 동남아 등지의 현지생산을 추진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실장은 특히 "와이드TV.반도체.LCD.PC모니터 등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제외하고는 앞으로 과감한 해외생산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일본의 채산성 유지 한계선이 달러당 1백엔 수준이기 때문에 일본상품의 수출가격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또 현재의 엔저현상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시점에서 조만간 다시 엔화의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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