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멀티미디어 관찰

요즘 멀티미디어는 더욱 세련된 맛을 더해가는 것 같다. 물론 이런 느낌은 필자가 주로 CD롬을 통해 즐기는 PC중심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통해서 제한적 으로 느낀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멀티미디어에 대한 시각은 훨씬 종합 적이고 깊고 광범위하며 심지어(사용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현재는 전세계 거의 전 업종에 걸쳐 많은 회사들이 멀티미디어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영역 분점과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디지털에 기반한 멀티미디어 개념은 당초 PC쪽에서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통신을 통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시화되면서 기존 컴퓨터 업계뿐만 아니라 통신 서비스, 가전, 출판, 방송, 영화.음악 업계가 뛰어들었다. 이렇게 "통신"이란 매개를 정점으로 전개되는 컴퓨터, 통신, 가전, 출판, 방송의 5대 분야의 뉴비즈니스가 바로 뉴미디어 산업이다.

이러므로 멀티미디어 기능을 한낱 PC 하나로 경험하고 평가하는 것은 21세기 의 메가톤급 비즈니스를 너무나 무시하는, 무식한(?) 경우다. 종합적으로 볼때 멀티미디어에 대한 정망은 CD ROM 같은 저장매체 기술을 비롯해 디지털비디오 멀티미디어 통신, 하이퍼 미디어 등 관련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는가 에 따라 사회에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티미디어라 하면 "디지털에 기반한……"으로 시작되는 다분히 원론적인 정의에 머물렀으나, 요즘에는 "대화형(intera-cti vity, 상호작용)"이 필수 전제조건이다. 멀티미디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그 자체 기술보다는 응용 측면에서의 필요충분조건이 대두되는 것은 당연하다.

기술의발전은 뒤집어보면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의 반영이다.

결국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대화형 멀티미디어라야만 하므로, 업계 에서는 이를 위해 더욱 효율적인 디지털 비디오의 압축.재생 기술확보와 정보고속도를 위한 인프라 구축은 물론 효율적인 정보검색을 위한 하이퍼 미디 어 기술들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외 업계의 이전투구 못지않게 국내업계의 멀티미디어 비즈니스 움직임도 최근 1~2년사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업체마다 자사의 전통적 사업기반 을 바탕으로 멀티미디어 터를 잡아나가고 있다. 국내의 경우 방송은 케이블T V에서, 통신업계에서는 ISDN구축을 비롯해 멀티미디어정보DB.화상정보.화상 회의기술 등의 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가전업계는 세트톱박스.비디오CD.게임 기 등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투자를 하고 있다.

출판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와의 제휴를 통해 CD롬출판시장 에 눈을 뜬 지 이미 오래이며, 이제는 단순히 내용 제공자에 그치지 않고 직접 멀티미디어 서비스 주도권을 행사하는 적극적 리더가 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봇물과도 같은 멀티미디어의 발전이 앞으로 어느 단계까지 나아갈지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소수 대학의 네트워크를 연결해 학문에 보태려는 소박한 시도에서 출발한 인터네트가 지구촌 네트워크를 하나로 통일할 것으로 최근까지 몇 사람이나 예측했을까. 앞을 내다보는 탁월한 감각의 소유 자인 빌 게이츠조차도 그러한 전망을 못하고 MS네트워크를 구상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보니, 정보와 통신기술의 끝은 보통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전문가들이라면 물론 시장규모는 예측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터네트 를 통하고 방송을 통하고, 게임기와 CD롬을 통하는 멀티미디어가 인간의 오감을 어디까지 자극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멀티미디어 정보서비스 내용의 질을 따지는 사용자의 "인포테인먼트"에 대한 욕구가 끝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빼놓고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장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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