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업계가 올들어 일찌기 없었던 사상 최악의 불황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있다. 크고 작은 음반 도.소매상및 제작사들이 연초부터 하나둘씩 부도를 내거나 폐업신고를 하고 사라지더니 최근엔 무더기로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음반제작사들의 단체인 한국영상음반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K사가 폐업신고 를 낸데 이어 3월과 4월엔 또다른 K사를 비롯해 N사 S사 P사등 폐업신고한 업체가 4개사로 늘어난데 이어 5월과 6월엔 무려 6개 제작사가 문을 닫고 음반시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엔 그런대로 탄탄한 회사로 알려졌던 R사가 폐업신고를 낸데 이어 M사와 D사마저 부도처리 됨으로써 업계 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같은 제작사들의 잇따른 폐업신고와 부도사태는 음반도매상들의 자금압박 으로 이어져 지난달엔 H사 S사 B사등 무려 3개 도매상이 부도를 낸 것으로알려졌다. 도매상연합회측은 이처럼 한달에 5개이상의 도매상및 제작사가 부도를 낸 것은 일찌기 없었던 일로 앞으로 음반업계에 불어닥칠 연쇄부도 사태의 신호탄 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도매상및 제작사들의 잇따른 부도사태는 일선 소매상들의 집단적인 폐업사태를 야기시켰으며 또 이러한 소매상들의 연쇄적인 폐업은 또다른 도매상및 제작사의 자금압박으로 이어지는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것이다. 음반 소매상들의 단체인 한국영상음반판매대여업협회(판대협) 서울시지부 오디오분과에 따르면 서울지역 음반소매점은 지난해말 2천8백여개 업소에서 7월말 현재 2천1백여개 업소로 불과 7~8개월만에 7백여 업소가 줄어든 것으로조사됐다. 이 협회에 폐업신고를 한 점포수를 보면 연초에 월 20~30개 업소 정도였으나지난 6월과 7월엔 2백여개 업소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태에 대해 판대협 오디오분과측은 서울시내 대형백화점과 대형서점 、 그리고 대형소매점들의 음반가격파괴 때문이라며 이들 매장의 자금력을 앞세운 가격횡포를 맹렬히 성토하고 나섰다.
오디오분과측은 이러한 대형 음반매장의 소규모 소매상에 대한 고사작전에는 도매상들이 크게 한몫을 했다며 대형음반매장과 도매상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즉 계속되는 음반시장의 불황으로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도매상들이 대형음반매장들에 경쟁적으로 음반을 염가공급함으로써 대형매장들의 가격파괴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오디오분과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도매상연합회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 고 일축했다. 도매상연합회측은 최근들어 음반 도.소매상들과 제작사들이 잇따라 폐업하거나 부도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갑작스럽게 진행된 음반산업의 구조개편 때문이라며 오디오분과측과는 다른 분석을 내렸다.
그간 음반시장을 주도했던 LP(롱플레잉) 생산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수요처 를 잃은 수백만장의 LP가 반품처리됐으며 그 결과 LP를 많이 생산했던 제작 사들이 재고부담을 이기지 못해 부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제작사들이 부도처리됨으로써 소매점들로부터 반품되는 LP의 재고부담을 그대로 도매상들이 떠맡게됐으며 이에따라 자금력이 취약한 도매상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고 도매상연합회측은 분석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LP의 대체수요를 고가인 CD(콤팩트디스크)가 아닌 저가 의 카세트테이프가 대체함으로써 음반업계의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올들어 음반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특정가수의 특정 곡에 대한 편중현상도 음반시장을 크게 위축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제작사들은 성공이 보장되는 가수가 아니면 아예 제작을 꺼리고이에따라 팔만한 음반의 수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 도매상 및 소매상들이 매출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TV나 라디오에서 구매력이 없는 10대를 겨냥한 가요만 집중적으로 내보냄으로써 많은 곡이 히트를 치지만 실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음반시장을 불황으로 몰고가는데 크게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편 이같은 음반시장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문을 닫는음반 도.소매상 및 제작사들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음반시장 은 자금력을 갖춘 신흥 제작사와 대기업、 몇몇 도매상、 그리고 대형 음반 매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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