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시경] "한글과컴퓨터" 패키지SW 선두 지낄까

한글과컴퓨터(한컴)가 계속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계의 선두자리를 고수 할 수 있을 것인가.

한컴은 지난해 말부터 사업부문을 대폭 확대하고 외부자본을 유입하는 등 덩치를 키우는데 주력해 왔다. 외형상 한컴의 규모는 자본금 17억원, 직원 2백 80명, 지난해 매출 1백51억원, 올해는 66% 늘어난 2백50억원의 매출을 목표 로 하고 있다.

한컴이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계의 독보적인 존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최근 한컴의 위상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어비상한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한컴의 윈도즈95 대응전략이 윈도즈3.1 환경에서 설계된 글3.0을 약간 수정한 수준에 불과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한컴이 윈도즈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글3.0 윈도즈판은 도스버전의 기능과 환경을 그대로 윈도즈로 옮겨놓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도스와는 판이하게 다른 윈도즈 프로그램을 설계하면서 윈도즈의 장점과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고 있는 것.

심지어 "도스 시대의 영광"을 못잊어 얼굴과 몸통은 윈도즈, 손발은 도스의 모습을 한 현대판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란 혹평을 듣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미노타우로스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우(반인반우).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6월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전시회(SEK)에서 모습을 드러낸 윈도즈95용 글은 기존 윈도즈용 3.0버전과 32비트 코드를 채택했다는 점 이외에 외형상 별 차이가 없어 이같은 부정적 시각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에 한컴이 윈도즈에 대한 기술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 적인 의구심도 최근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1월과 3월 윈도즈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인 지오시스템과 창인시스템 을 잇달아 흡수한 것과, 같은해 7월 워드퍼펙트와 컴포넌트프로그램 기술제휴를 체결한 것을 제외하면 한컴의 윈도즈 기술력은 내세울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실제로 글3.0 윈도즈판은 완성형 한글체계인 윈도즈상에서 2바이트 한글을 강제로 구현했다는 점 이외에 기술적으로 크게 개선된 게 없다.

그렇다고 기능이 경쟁제품과 월등히 차별화된 것도 아니다. 전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MS워드나 워드퍼펙트와 기능을 비교하지 않더라도 최근 개발 된 국산 윈도즈용 워드프로세서만 비교해 보면 한컴의 독주가얼마쯤 지속될 런지 의문을 갖게 된다.

현재 개발된 훈민정음과 일사천리, 윈워드 등 경쟁제품을 꼼꼼히 살펴보면 불과 1~2년 전만해도 조잡한 수준을 면치 못했던 것이 만만치 않은 기능과 인터페이스로 중무장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들 제품은 특히 방대한 기능보다는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집중 보완했고 향후 네트워크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환경을 적극 채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글의 새로운 경쟁상대로 급부상한 훈민정음의 경우 자체 개발한 그룹웨어 와 연동하는 한편 멀티미디어 프레젠테이션 기능까지 포함하는 등 참신한 전략을 마련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포스데이터가 개발한 일사천리도 기본적인 윈도즈 워드프로세서 기능에 클립 아트 기능을 대폭 강화해 특화된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모두 윈도즈의 이점을 십분 활용해 글과 정면승부를 치루겠다는 입장이다.

올들어 한컴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로 경쟁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빼놓을 수 없다.

공교롭게도 국산 윈도즈 워드프로세서 업체들은 삼성전자, LG소프트웨어, 포 스데이타 등 모두 대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업체들은 조만간 윈도즈95가 출시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한컴측이 대응책에 허점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윈도즈 시장을 선점한다면 한컴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 하고 있다.

이들중 한컴에 대한 공세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국내 최대의 PC 및 주변기기 메이커인 삼성전자. 이회사는 올들어 훈민정음4.0을 자사의 PC에 총 10만 카피가 넘게 번들시키고 유통판매도 크게 강화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훈민정음이 번들제품을 포함, 올해까지 총 50만카피가 판매돼 글을 바짝 추격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삼성은 또 올해 롯데 직영매장과 소프트웨어 유통전문점을 이용한 특판, 그룹차원에서 추진중인 2백만명의 컴퓨터무료교육 이수자를 대상으로한 할인판매 등도 계획하고 있다. 포스데이타도 올들어 엄청난 광고홍보비를 지출하면서 일사천리를 전략제품 으로 밀어부치고 있다. 포스데이타는 지난 3월 뉴텍컴퓨터와 한화통신 등 일부업체에 일사천리 3만2천카피를 번들형태로 판매했고 이달부터는 세진컴퓨 터와 LG전자에도 제품을 번들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사천리는 지난해에도 유통판매 5만개를 포함, 컴퓨터 잡지부록 및 번들제품으로 총 17만카피를 판매했다. LG소프트웨어도 지난해부터 윈도즈용 워드프로세서 윈워드를 배포하면서 이름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LG소프트웨어는 지난해에 윈워드1.0을 총 10만카 피 공급한데 이어 올해 출시한 2.0버전도 유통점에만 1만카피가 판매됐다고 밝히고 있다. LG는 조만간 LG전자와 세진컴퓨터에도 제품을 번들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 외국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워드퍼펙트사도 저가로 기업체 시장 을 집중 공략하면서 글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볼 때 도스용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석권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계의 황제자리를 지켜온 한컴의 행보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컴이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을 자리매김하는데 주춧돌 역할을 담당 했다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현재 국산 소프트웨어중 최대의 시장을 확보,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SW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윈도즈95 시대가 눈앞에 닥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한마 디로 국내 SW 판도의 지각변동마저 예견되고 있는 상태다. 한컴이 이같은 위기상황을 어떻게 넘길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남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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