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류] 컴퓨터 "두뇌"이어 "몸체"까지 정복?

"안에 있는 인텔(Intel Inside)"이 아니라 "모든 곳에서 인텔을 볼 수 있는인텔 Intel Everywhere)"의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 인 텔은 그동안 PC시장의 숨은 실력자로서 PC케이스에 인텔마크를 부착하는 수준의 기업이미지홍보에만 주력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CPU뿐만 아니라주기판 PC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하드웨어 시장에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인텔은 이미 미국시장에서 PC주기판시장의 주도적 업체로 부상, 올해에는 약1천5백만개의 주기판을 출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치는 PC 핵심기술의 측면에서 비교할 때 매년 5백만 내지 6백만대의 PC판매로 세계 1위를 달리고있는 컴팩보다 훨씬 앞선 것이다.

시스템을 OEM고객들에게 공급하면서 서버시스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AT&T GIS, 유니시스, 시퀀트 컴퓨터 시스템즈 등의 업체들 이 인텔과 P6서버디자인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휴렛팩커드(HP), 델 컴퓨터, 게이트웨이2000 등 과거 인텔의 디자인과 플랫폼을 채택하던 업체들은 아직까지 인텔의 최신 디자인 채택여부 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밖에 팩커드벨, 휴렛팩커드 등의 홈PC제조과정에도 긴밀히 개입하고 있다.

인텔은 이같은 전략을 통해 보드와 완제품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서버시장 에 P6기술을 급속히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텔이 최근 선보인 시제품보드 "P6타입1서버"는 종전 "오리온"이라는 코드명을 가졌던 P6 PCI" 칩세트를 기반으로 한 듀얼 PCI버스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2개의 P6프로세서 소켓, 그리고 1개의 애드인카드용 슬롯 등으로 구성되어 6개의 프로세서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보드를 골격으로 삼은 보드와 시스템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연말부터 개시된다. 인텔은 내부 전담부서를 두고PC메이커들의 브랜드 특징에 맞춰 다양한 디자인으로 보드와 시스템을 재설 계해 제공중이다. 앞으로 선보일 인텔의 멀티프로세서 제품들은 가격경쟁력 이 높은 수준에서 제공되므로 소비자들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기존의 OEM고객들과 경쟁하면서 본격적인 시스템을 제조하는 인텔의 정책은P C제조업체들을 인텔시스템의 주문생산업체로 변질시키는 것이라고 업계전문 가들은 분석한다. 또한 OEM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는 주기판과 시스템의 사업 분야에서도 인텔은 이제 일정정도의 자생력을 획득,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시스템공급업체들의 마케팅전략을 하나씩 터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에는 도시바아메리카에 대해 자사제조 데스크톱 PC시스템 공급 권을 줌으로써 시스템분야로의 사업영역 확장을 본격 개시했다. 이에 그치지않고 자체 제작한 PC로 1만대 규모의 미정부조달품목 입찰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PC사업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는 의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인텔의 관계자는 PC시스템 판매는 과학 및 엔지니어링분야를 겨냥하고 있는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현지에서는 OEM방식뿐만 아니라 일반소비자에 게 직접 시스템을 판매하는 사례가 수집된 것으로 알려져 인텔은 칩메이커가아니라 PC메이커로서의 변신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 텔의 지명도도 한몫을 하고 있다. 또한 대량의 시스템을 인텔로부터 직접구 매했을 경우 발생하는 비용절감 효과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현재처럼 인텔 로부터 직접 시스템을 구매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경우, 시스템분야에 무적의 업체가 출현하는 결과를 낳는다. 인텔의 현재 고객들은 이 업체의 미래구상 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텔이 때에 따라 직접적인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지만 멈출 수 없는 현실이라는 입장이다. 인텔은 칩을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과 칩이 1백퍼센트 호환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 실제로 기술적인 결함이 발생했을 때 근본 적인 해결책을 빠른 시간 안에 마련해야 하는 시스템 제조업체들로서도 CPU 제조업체가 만든 주기판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안전한 셈이다. 국내시장에서 도 인텔은 CPU분야를 넘어 주기판 칩세트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급부상하 고 있다. 주기판시장이 P54C계열로 넘어가면서 인텔이 제조한트라이튼 칩세 트가 국내 주기판시장에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국내 주기판시장에서 대만산에 눌려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던 인텔 칩세트는 이제 초창기에 접어든 P54C 주기판시장에서 EDO메모리와 플러그 앤 드 플레이를 지원하는 인텔의 트라이톤 칩세트를 앞세워 주기판 칩세트의 규격화 를 선언하고 나선 형편이다.

P54C 주기판에서 무엇보다도 주목되는 점은 칩세트. P54C CPU를 탑재한 시스템에서는 MPEG카드 없이도 동영상의 출력이 가능하지만, 여기에는 칩세트의 지원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인텔이 P54C계열 자사 CPU를 위해 개발한 트 라이톤 칩세트는 64비트 호스트 인터페이스, 32비트 PCI인터페이스, 64비트 주메모리 인터페이스, 2차 캐시 인터페이스, PCI명령 디코더, PCI버스 중재, 3.3V 또는 5V의 D램을 채택해 4~1백28MB의 주메모리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기존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EDO메모리를 지원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ISA주변기기용 플러그 앤드 플레이 포트를 제공하며, 초당 1백MB의 PCI데이터 전송속도를 기록함으로써 머큐리나 넵튠 등 기존 PCI칩세트보다 30%정도 속도가 빠르다.

국내에는 석정전자가 트라이톤 칩세트를 탑재한 주기판을 개발, 출시한 상태 다. 지난 상반기에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95"이후 국내 주기판 수입업체들 도 트라이톤 칩세트를 탑재한 P54C용 주기판을 잇달아 출시, 칩세트의 트라 이톤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트라이톤 칩세트가 올해 주기판 칩세트 시장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실제로 트라이톤 칩세트의 캐시메모리 지원과 주메모리 지원등이 타사 칩세트에비해 더 많은 제한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기판업 체들로부터 인기를 얻는 것은 여타 경쟁 칩세트 대비 트라이톤의 성능이 탁월하다는 점보다는 "인텔"이 갖는 브랜드 이미지의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있다. 아울러 주기판 제조업체들도 CPU제조업체 인텔의 칩세트라는 점이 수요자들 에게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는 판단아래 경쟁적으로 트라이톤 칩세트의 탑재 사실을 홍보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인텔의 주기판사업 진출을 가속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기판 업체들이 트라이톤 칩세트만을 선호할 경우 인텔 의 시장잠식이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은 불보듯 뻔한 것이다. 경쟁력을 가진 일부업체가 시장을 장악할 경우 발생하는 결과는 양산과 표준화에 따라 소비자들의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독과점업체는 원할 때 언제든지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486 CPU의예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가격대 성능비나 정보처리 능력면에서 흠잡을곳 없던 486 CPU가 올 상반기부터 갑자기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은 다름 아닌 호환 칩업체들로부터의 추격을 따돌리려는 인텔의 정책결정 때문이다.

정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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