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용 과중..."의료복지" 빛바래

원격진료서비스는 그동안 도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혜택을 누리지 못해왔던 농어촌지역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높여주자는 취지에서 실시됐다.

현재 경북 울진군、 전남 구례군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 원격진료서비스가 상당한 효과를 거두자 정부는 오는 98년까지 나머지 15개 지방 보건의료원에도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일반 병원에도 원격진료시 스템 구축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통신비용 체계를 살펴보면 대형병원들이 몰려있는 도시지역에 서 멀리 떨어질수록 의료혜택을 받기가 어려워 당초의 목적에 위배되는 모순 을 낳고 있다. 통신비용이 거리와 비례해서 산정되기 때문에 대형병원들이 먼 거리에 위치한 병원들과의 연결을 꺼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 지역의 병원들을 연결하면 한달 납부금액은 45만원에서 56만원 사이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정은 거리가 멀어지면서 판이하게 달라진다. 서울과 부산간 거리인4백km이상 원격지 병원들을 연결할 경우 한달 사용료는 8백52만원으로 서울 지역에 비해 무려 15배가 넘는다. 이를 연간으로 따지면 1년에 약 1억원이 순수한 통신비용으로 지불된다는 계산이다.

원격진료시스템 구축을 위해 설치해야 하는 동영상시스템、 진단장비、 각종단말기들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은 판국에 연간 1억원을 추가부담하면서까지 원격진료서비스를 실시하려는 병원들이 국내에 과연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병원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통신은 초고속전용통신망의 보급확대와 국민들의 의료수 준 향상을 위해 원격진료시스템 구축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정부는 체신부 보건복지부 한국통신 공동으로 경북대 병원과 울진군 전남대와 구례군 보건의료원 등을 연결해 원격진료시스템을개통했다. 이 와함께 정부는 오는 98년까지 전국 17개 보건의료원에 원격진료시스템을 완전가동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민간차원에서도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인천 중앙길병원은 한국통신의 지원을 받아 백령도에 있는 길병원분원과 초 고속전용통신망을 이용한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해 현재 가동중이다. 이 병원은 앞으로 철원.양평.동이천.남동 등 경기도에 산재돼 있는 4개부속병원과 도 초고속전용통신망을 이용해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아주대병원은 초고속전용통신망이 아닌 일반 전화 망을 이용해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했다. 병원 응급실과 신경외과 의사들의 집을 모뎀으로 연결、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PC통신방식으로 이들에게조언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엔 서울 가락동에 있는 세강병원이 의료시스템 전문회사인 메디칼 인터페이스와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태원정보시스 템도 오는 9월 서울 소재 대학병원과 원격진료시스템 구축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병원이나 전문업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고가의 통신비 용 문제다.이때문에 서울지역 이외의 지방 중소형병원들은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개선과 병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원격진료시스템 구축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업체들 역시 지방병원들과 상담해도 가격문제 가 영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시스템의 가격면에서 볼때 초고속정보통신망을 이용하거나 전화망을 사용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선호하는 방식은 초고속통신망이다. 우선 자료전송에 따른 데이터훼손의 염려가 없어 만일에 발생할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며 초고속통신망은 전화망과 달리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원격진료서비스에 이용되는 정보는 소규모 병원에서 판독이 어려운 X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 영상장치(MRI) 등이어서 전송데이터의 손상 이 환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의사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원격진료시스템 전문업체들도 전용망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망을 "T1"방식으로 구성하면 전송속도와 양이 전화망보다 1백60배 나 월등하기 때문에 정보의 압축이나 복원이 필요 없으며 따라서 정보의 손실도 전혀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당연히 의료정보 전송에 따른 소프트웨어 구성도 단순해져 개발과 설치가 간편하다는 것이다.

병원관계자들은 이에따라 원격진료서비스를 확대하려면 현행 요금체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변에 대형병원이 없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농어촌지역에 원격진료시스템을 설치하거나 공익성격이 강한 원격진료사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일정금액의 보조금을 지불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격진료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중소병원의 한 의사는 "현재 의료시장 개방과 대기업들의 병원사업 진출로 소규모 병원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등 큰 위기를 겪고 있다"며 "중소병원들을 살리고 의료서비스를 지방으로까지 확산 하기 위해선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박하다"고 말한다.

<윤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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