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호정리" 이치에 맞아야

국내 그룹사들이 벌이기 시작한 상호정리작업으로 업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그룹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상호정리" 작업은 자기의 상호와 같거나 유사한 상호를 사용하는 업체의 상호사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한 계열사와 중소 엘리베이터업체간의 분쟁으로 상호정리작업이 표면화 됐지만 이를 계기로 다른 그룹사들도 앞으로 상호정리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그룹사 상호 가운데 특히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이름은 많은 중소 업체나 상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상호다. 따라서 이러한 유사 상호를 사용하고 있는 중소업체나 개인에 유사상호사용을 못하게 할 경우 적지 않은 반발 이 예상된다.

상호는 상표와 함께 중요성이 더해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상호나 상표가 일단 신뢰성과 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럼으로 명성을 쌓은 상호는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갖는 것이며 그룹사들이 상호관리에 심혈 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의 경우는 금성이나 럭키、 럭키금성 등의 상호를 LG로 통일、 유사상호를 정리한 선례를 남겼다.

상호를 가진자는 사용권과 함께 타인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호를 사용하지못하도록 보호를 받는 상호전용권을 갖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상호전용 권을 침해받는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당연한 권리행사라 하더라도 현재 그룹사들이 일괄적으로 유사 또는동일상호를 단번에 정리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유사상호나 동일상호 가 사용되고 있는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며 중소업체나 개인들은이미 오 랜동안 상호를 사용해왔다. 이를 그동안 방치해 둔 책임의 일단은 그룹사들 도 져야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삼성자동차가 중국에 상호등록을 하려다가 낭패를 당한일이 있다. 중국 은 자동차를 기차라고 표기함에따라 이 밖의 용어로는 자동차라는 뜻을 전할 길이 없기 때문에 "삼성기차"로 상호등록을 하려 했으나 삼성기차라는 상호 가 등록돼 있어 삼성이 중국의 상호등록자와 협상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경우가 다르긴 하나 동일상호 정리에서도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와 국내 중소 엘리베이터업체와의 분쟁에서 보듯이 사업도 하지않고 상호등록만 해 둔 경우 장기간 사업을 해 온 중소업체의 상호를 일방적으로 말소하거나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룹사들이 중소업체들이 하고 있는 사업에 새로 진출하면서 기존 중소업체 들의 상호를 정리하려 한다면 협상을 통해 상호포기에 따른 적정한 값을 산정 정리 하는 것이 무리가 없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이제 이사건은 시작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룹사와 중소기업체가 상호정리에 관해서 협상을 하더라도 그 결과는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중소업체들이 그룹사가 제시하는 돈의 액수때문에 별로 배상을 받지 않은 것처럼 슬그머니 입을 다물어 버린다면 앞으로 나타날지도 모를 숱한 분쟁에서 중소기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룹사의 상호정리작업은 당연한 권리행사이며 상호등록을 않고 영업을 해온 중소업체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음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통한 해결을 권장하는 것은 법률조항 밖의 기득권에 대한 보상이라는 뜻 외에도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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