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몸살앓는 TFT-LCD 업계

TFT-LCD(박막트랜지스터 액정디스플레이)분야의 인력난은 국내 업계뿐 아니라 학계 등 관련부문 모두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 성을 더해준다.

올 1.4분기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하반기에 LG전자와 현대전자까지 가세、 국내에서도 TFT-LCD 양산 시대가 개막됨으로써 그간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일본과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지만 "인역"이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업계의 양산 시점이 그간 "물건만 만들면 얼마든지 팔 수 있었던호시절 이 아니라 본격적인 기술및 제품 성능경쟁이 시작되는 시기와 맞물려있어 "경쟁력"이 근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기능을 설계 개발할 전문 인력을 확보한 업체만이 시장을 선점하거나 기존 지위를 고수할 수 있는 시기가 된것이다.

경쟁력의 기본요소는 물론 "사람"이다. 더욱이 TFT-LCD는 전문 고급두뇌 못지 않게 양질의 생산인력 확보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국내업계의 경우 고급인력과 생산직 인력 모두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 처해 있다. 내년초까지인 1기 투자를 거의 마무리하고 있는 삼성 LG 현대는 대부분 최소 필요 인력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아직 본격 양산체제에 돌입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인력 부족은 현재보다 2기 투자가 진행될 내년 이후에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 인력의 확보가 우선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3사 모두 반도체분야에 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어 나름대로 3백~5백여명의 고급 두뇌를 확보하고 있다. LG전자는 아예 일본알프스와 연구전담법인을 일본 현지에 세우기도했다. 하지만 이미 확보된 연구 인력도 LCD가 갖는 특성、 즉 화학.엔지니어링 등 종합기술을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요되는 각종 기반기술과 상품화기술을 수행할 전문 인력은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인력의 대부분을 사내 유관부서에서 끌어모으는 형편이다.

고급 두뇌를 수급하는 또다른 창구인 학계에도 인력 부족은 마찬가지이다.

국내에서LCD분야의 첨단 연구를 제대로 수행할 만한 교수들은 1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초창기 산업이다보니 대학의 학부에 관련 학과가 있을리 만무하고 전공자도 없다. 대학원에서 이를 전공하거나 유학파 교수들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때문에 업계는 해외두뇌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국 대학에 유학중이 거나 관련 기업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또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보니 대학의 관련학과 졸업생을 한명이 라도 더 입사시키기 위해 공장이 소재한 지방대학에도 "SOS"를 보내고 있다.

생산직 사원의 경우 해마다 평균 5백여명 정도가 필요하다. LG는 전원 신입 사원으로 충당하고 삼성은 반도체부문으로 채용、 일정 교육을 거쳐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사원이 대부분인 이들 인력도 수급이 만만치 않다. 우선필요 인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생산직을 기피하는 사회 풍조로 "공장 근무 를 희망하는 사람은 해마다 줄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첨단제품을 생산하고 근무 환경도 좋아 상대적으로 인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실상에 대한 "홍 보(?)"가 많이 돼 사정이 바뀌고 있다.

클린 룸에서의 작업이다보니 20대의 여자 근로자들이 화장도 할 수 없고 먼지 발생을 우려、 서로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다. 또 작업중 움직임마저 최소화해야 하고 심지어 에어 샤워가 번거로워 화장실 출입 횟수 조차 줄이려고 한다.

업계는 그래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인력"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전망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절대수는 부족한 상황에서 빅3 가 동시에 인력을 구하고 있고 여기에 반도체까지 가세, 사람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만 해도 대졸및 생산직 포함 지난해 반도체 인력을 3천5백명 채용했지만 올해에는 대졸 1천5백명, 생산직 4천5백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물론LCD분야도 포함된 숫자이지만 엄청난 규모이다. LG나 현대도 비슷한 수준의 신입 사원이 필요하다.

LCD업계의 인력난은 충분히 예견되어 왔다. 그런데도 뾰족한 대안이 없어 정부나 업계가 뒷짐만 지고 있다 최근에야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된 것이다. 어차피 TFT-LCD는 차세대 국가 전략산업일 뿐 아니라 국내전자업계의 사활이 걸린 품목이기 때문에 해마다 5천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이제부터는 정부가 장기적인 인력 수급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전문 가들은 대학의 학과 신설도 그 대안중의 하나가 될 수 있고 기능원 신설도 검토해볼만 하다고 지적한다. <이 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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