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DVD 규격" 대혈투 (중)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의 규격경쟁에 불을 붙이며 초기 힘 겨루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미국 영화산업. 이곳에서도 DVD열기는 역시 뜨겁다. 특히소니-필립스진영의 "멀티미디어CD(MMCD)규격"을 대표하는 소니 픽처스엔터테인먼트 SPE 와 도시바 등 7개 연합의 "슈퍼덴시티(SD)규격"을 대표하는 타임워너 TW 간의 신경전이 두드러진다.

이들 양사 대립은 각사가 최근 발표한 DVD소프트웨어관련 사업방침에 잘 드러나 있다.

"비디오 소프트웨어 평균소매가격이 19.98달러. DVD도입시 소매가격은 이것을 목표로 한다". TW 자회사 워너 홈 비디오의 워렌 리버파브사장은 내년 6월 발매예정인 DVD소프트웨어의 가격을 이렇게 제시했다. 또 그는 "이미 상영된 작품은 비디오테이프로도 나와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며 신작중심으로 초기에 2백50개 작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SPE의 TV사 업부문을 이끄는 멜 해리스씨도 "비디오 소프트웨어는경합할 수 있는 가격으로 초기 1백~1백50개 작품을 판매하고 1년 후에는 작품수를 2백50개로 늘린다 며 TW에 맞대응할 방침임을 분명히했다. TW와 SPE 양사의 방침은 DVD규격 경쟁이란 면에서는 할리우드 전체를 대변한다. 그러나 DVD소프트웨어의 상품 화 또는 사업화측면에서는 미국의 6대메이저들이 약간씩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TW、 SPE、 MCA、 MGM、 월트 디즈니、 파라마운트 등 6대메이저에 바이어컴 을 더한 엔터테인먼트관련 7개업체중 5개사는 지난 1월 도시바진영규격에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들 5개사중 MGM、 파라마운트、 바이어컴 등 3개사 는 DVD플레이어가 발매되는 내년 6월에 소프트웨어를 동시투입하는 데 난색 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의 생각은 당초 "두개의 규격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하드웨어의 보급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소프트웨어의 상품화에 신중한 자세를 보여온 20세기폭스사와 비슷하다.

이들 업체가 DVD소프트웨어의 상품화에 신중한 것은 기본적으로 DVD플레이어 의 보급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은 양 규격을 대표하는 TW와 SPE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TW는 "초년도 미국에서만 3백40만대의 수요가 전망된다"며 낙관한다. 반면 SPE는 "과거 AV기기에서 초년도 1백만대의 판매 를 넘긴 것은 다이렉트TV와 32비트 가정용 게임기 정도"라며 큰 기대를보이지 않는다.

또 규격양립이 소프트웨어판매 못지않게 큰 시장인 렌털에 주는 부담도 문제 다. 즉 렌털사업은 규격이 둘로 나눠지면 소프트웨어의 이중투자가 불가피한데 이는 결과적으로 업주의 사업의욕을 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도 불구하고 렌털에 대한 양 진영의 대응전략은 서로 상반된다.

SPE가 "적극적인 전개"를 비춘 반면 TW측은 "사거나 빌리는 문제는 소비자가 결정할 일"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SPE의 경우는 미국 최대 AV소프트웨어 렌털점인 블럭버스터와 파라마운트를산하에 두고 있는 바이어컴이 초기 소프트웨어출시를 꺼리는 이유를 도시바진영의 렌털시장에 대한 불분명한 전략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소형.고 화질의 DVD가 얼마나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한 예로 미국 소매업계에서는 DVD가 화질면에서 레이저디스크(LD)이상이지만 "작고 화질이 깨끗하다는 것만으로 크게 성공할 수는 없다"는 소리가 나오고있다. 회의론자들이 내세우는 이유중 하나는 초기 소프트웨어의 수량이다. 비디오 테이프 10만작품、 LD의 3만작품과는 비교가 안된다. 게다가 양 진영 모두 DVD와 비디오테이프 양쪽에 같은 소재를 담는다는 방침이어서 종류에서 DVD가 비디오테이프나 LD를 앞지를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소프트웨어의 보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하드웨어의 가격도 문제다. 미국에 서는 저가VCR가 1백99달러인데 DVD플레이어는 이의 3~4배인 6백~8백달러로 예상된다. 때문에 DVD가 당분간은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회의론자들이 시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음악에서처럼 영상소프트웨어도 테이프에서 디스크로 변할 것이라는 게 일반론이다. 이미 일부 영화사는 종래의 비디오화권리나 LD화권리에 이어 DVD화 판권도 요구하기 시작했다.

업계일각에선 DVD시장 조기형성을 위해서는 비디오테이프나 LD와의 차이점을 소비자와 소프트웨어업체에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 다. 이 점이 영상분야에서 전개되는 규격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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