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통신시장 기형적 성장

발육기에 있는 러시아 통신시장의 불균형 성장이 심화되고 있다.

국민들의 일반전화 서비스 혜택은 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휴대전화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통신기반시설의 낙후성은 국제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이 지역은 외국업체들에 의해 가장 광적이고 거대한 투자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해본 사람들은 전화를 통해 원하는 상대방과 연결되기 위해 몇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공통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화업체인 모스크바 시티텔리폰사(MGTS)의 직원과 전화로 연결되는 데도 몇시간이 걸린다는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이런 시스템의 전반적 낙후성에도 불구하고 외국업체들의 통신부문 투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통신관련 업체의 주가가 계속 상승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MGTS의 주가가 엄청나게 폭등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러시아 통신시장이 외국의 서비스 및 장비업체들의 입맛을 당기는 가장 큰 이유는 2억8천만명에 이르는 러시아 인구이다. 이중 15%만이 전화혜택을 받고 있다.

통신의 여러부문 가운데 특히 휴대전화.무선호출기 등 이동통신시장이 급팽 창하고 있다.

미국 모토롤러사의 러시아지역 책임자인 하산 타바콜리씨는 "매년 두배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한다.

미국의 AT&T와 독일 지멘스등 통신장비업체들이 현재로선 이 시장을 압도하고 있고 미국의 US웨스트나 휴즈 네트워크시스템즈등도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외국업체들의 직접 투자액은 5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92년부터9 4년까지 3년동안의 투자액 6억6천5백만달러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이다.

AT&T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이 시장의 성장은 더욱 더 빠르게 진행될 것" 이라고 말한다.

반면 일반전화의 보급이 늘지 않고 있다는데 러시아 통신시장의 문제점이 있다. 러시아국민은 일반전화를 가입하기 위해 몇년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정부관리들의 개방초기 금융시스템의 운영미숙과 관료적 사고방식이 이같은 일반전화 보급의 적체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러시아의 지역전화업체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민영화되거나 이용요금 체계가 변화 된 후에야 비로소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의 통신장비업체들은 장비업체들대로 구매업체들이 은행의 대부를 제대 로 받지 못해 공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다.

한마디로 일반전화부문은 손발이 안맞아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외국업체들이 투자의 목표를 휴대전화부문으로 돌리게 한 배경이다.

시설현대화에 수백억달러가 들고 회수에도 10~15년이 걸리는 지방전화 네트 워크에 투자하는 대신 금액규모는 적더라도 환수기간이 짧고 이익이 확실한 휴대전화나 장거리전화、 국제전화서비스등에 뛰어드는 추세인 것이다.

이처럼 휴대전화의 수요와 공급의 욕구가 맞아 떨어지고 있는데도 모스크바 시민들의 휴대전화 가입비는 미국의 30달러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5천달러 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의 휴대전화 열기는 좀처럼 식을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다. 기업내 1만명의 가입자중 95%는 러시아인이라는 사실이 러시아 사람들이 얼마나 휴대전화를 선호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휴대전화는 신분의 상징으로、일종의 과시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러시아 의 빔펠컴 셀룰러그룹의 관계자는 말한다.

올해초 빔펠컴은 회선용량이 부족해서 고객들의 휴대전화 설치요구를 거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가입자 1명당의 수익이 3백달러라는 사실은 미국이 70~1백달러인 것과 비교해볼 때 이 시장이 왜 외국업체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시장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AT&T나 에릭슨등의 매출이 폭증 하고 있는 반면 지멘스나 알카텔같은 업체들은 제휴를 통한 신중한 시장진출 을 진행시켜왔다.

"우리는 이 시장이 위험성이 아직 높다고 본다"고 일본 NEC사의 와타나베 오 사무 모스크바 지사장은 말한다.

한편 서방의 관계자들은 만약 러시아가 낙후된 일반전화 네트워크를 현대화 하기 위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고자 한다면 86개 지역전화업체의 민영화를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러시아 통신부는 지역전화업체들이 새로운 합작업체인 스비야진베스트사에 투자하고 외국업체들이 스비야진베스트사의 주식을 구매할 것을 제안하면서 이 제안이 민영화에 상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통신시장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현상황이 계속 진행된다면 다음 세기가 돼야 일반전화 혜택이 러시아 구석구석까지 미치게 될것이라는 점이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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