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을 헤아리는 가정용 캠코더의 역사에서 거의 2~3년마다 한번꼴로 새로운 규격의 제품이 등장했다. 이는 곧 기존 제품의 몰락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과정은 그 후로도 되풀이됐다.
캠코더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새 규격을 사이에 둔 도전과 응전의 역사와 일치하고 있다.
캠코더 규격 다툼의 역사는 VCR규격다툼이 일었던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JVC는 소니의 베타(α)막스 제품에 맞서 테이프의 폭은 2분의 1인치로 같지만 녹화시간은 두배 늘린 VHS방식의 VCR를 개발했다. 소니는 제조기술을 남에게 주지 않고 독점적인 판매전략을 취하는 잘못을 저질러 결국 JVC의 VHS 에 손을 들고 만다.
당시 네덜란드의 필립스와 독일의 그룬디히가 공동개발한 V2000방식의 VCR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 유럽지역에서만 통용돼 관심밖으로 사라졌다.
소니의 VCR규격 패배는 곧 캠코더 규격 패배로 이어져 83년에 개발한 베타캄 방식의 캠코더는 시장을 송두리째 잃고 만다.
절치부심한 소니는 85년에 8mm캠코더를 내놓고 JVC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4분의 1인치 폭의 테이프가 사용되는 이 제품은 데크나 튜너의 크기를 크게줄일 수 있게 돼 캠코더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무게가 3~4kg 에 이르는 VHS방식 캠코더는 그 무게만큼이나 시장에서 침체되기 시작했다.
JVC는 86년 크기만 8mm로 줄인 VHS-C방식을 내놓았지만 소니를 따라잡기에는역부족이었다. JVC가 이때 개발한 것이 바로 S-VHS방식이다. JVC는 87년 고화질을 자랑하는 S-VHS방식 캠코더를 내놓고 캠코더시장을 화질경쟁으로 몰아넣었다.
소니는 다음해 8mm방식에 화질을 크게 개선한 Hi-8방식의 캠코더를 내놓고화질경쟁에 가세했다. 소니는 89년에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고체촬상소자 CCD 를 개발, 매출을 전년보다 2배 이상 늘리는 등 90년초까지 캠코더시장 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다.
그후 90년대초까지 소니와 후지의 초경량제품, 마쓰시타의 손떨림 방지기능 제품 등이 있었지만 캠코더시장을 뒤흔들만한 사건은 없었다.
캠코더 규격전쟁이 다시 재연된 것은 지난 93년이다. 화질에서 무게로 넘어갔던 싸움의 장은 이제 디자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샤프는 92년 액정화면을 채용한 "뷰캠"을 발표, 새로운 디자인의 캠코더시대 를 열었다.
이에 대해 소니는 방송용 수준인 3CCD를 채용하는 화질개선으로, 마쓰시타와 후지는 기능을 단순화한 Hi-8로 각각 맞섰지만 새로운 디자인을 찾는 소비자 들을 막을 수 없었다.
액정화면 캠코더는 최근 제품 개발방향의 주된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 일본 시장에서 올해안에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런데 초기 VHS와 베타방식간 규격다툼에 못지않은 또 다른 캠코더 규격전쟁이 곧 벌어질 전망이다. 바로 디지털 캠코더의 규격을 둘러싼 싸움이다.
디지털 캠코더는 해상도가 기존 제품의 두배 정도로 뛰어난데다 편집 등이 용이해 기존 제품을 거의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 규격논쟁은 최근들어 치열해지고 있는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논쟁에 가려 빛이 바랬지만 세계 VCR 및 캠코더업계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로선 어떤 디지털방식이 시장주도권을 갖게 될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규격 경쟁과 마찬가지로 캠코더 기술의 발전에 큰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베타방식이 VHS방식에 무릎을 꿇었던 것처럼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라고 해서 꼭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신화수기자>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은행 성과급 잔치 이유있네...작년 은행 순이익 22.4조 '역대 최대'
-
7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MBK, '골칫거리' 홈플러스 4조 리스부채…법정관리로 탕감 노렸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