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휴대폰-"통화병목" 내년 CDMA로 뚫는다

서울 용산에서 사무기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유채환(29)씨에게 휴대전화 기는 업무상 필수장비 중의 하나다.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차속에서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무를 휴대전화기로 처리하게 된다. 주문도 그렇고 A/S 신청도 대부분 휴대전화기로 접수한다. 당연히 사무 실과의 연락도 휴대전화기의 몫이다.

하지만 휴대전화기를 통해 업무를 보는 게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니다. 고객 은 수 십 번만에 통화에 성공했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그나마 통화도중 중단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야 의사가 전달되는것도 짜증을 돋구는 일이다. 많은 업무를 휴대전화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휴대전화기를 구입한 게 후회스럽기까지 할 지경이다.

이런 불만은 유씨만의 몫이 아니다. 휴대전화기를 사용하는 목적은 대부분유씨와 비슷하다. 그래서 휴대전화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무선호출기를필수로 겸비, 수신전용으로 사용한다거나 공중전화박스를 찾아 허겁지겁 쫓아 다니는 게 상례가 됐다.

휴대전화기가 이처럼 통화가 안되고 통화품질이 극히 불량한 원인은 기본적 으로 주파수문제와 현재 서비스방식인 아날로그방식의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다. 휴대전화기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휴대전화기가 일종의 부의 상징처럼 되면서지난해 이후 단말 보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나 이를 소화할 주파수는 한정돼 있다. 국내에선 8백MHz대의 주파수 가운데 25MHz대를 이동전화용으로 할당해 사용하고 있다. 이중 15MHz는 한국이동통신이 사용하고 나머지 10MHz 는 제2이동통사업자로 선정된 신세기 이동통신을 위해 남겨놓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15MHz로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수요는 33만명 정도로 계산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 가입자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96만여명이던 가입자수는 올들어 5월까지만 34만7천8백여명이 신규로 가입해1 백30만을 넘어섰고 점차 그 증가폭이 넓어지고 있다.

년초 월 신규 가입자가 5~6만여명이었으나 3월부터 그 폭을 넓히더니 지난달 에는 9만여명이 신규로 가입했다. 더구나 6월들어서는 아직 통계를 낼 순 없지만 지자제 특수가겹쳐 15만여명이 신규 가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올해 1반기동안에 지난해까지 누적대수인 96만여대의 반이상이 신규로 가입 할 전망이다. 더군다나 이동전화 사업자인 한국이동통신은 올해말까지 신규 가입자 유치목표를1백만으로 잡고 있다.

이같은 목표치가 낙관적인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적어도 근사치 에 접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통화가 제대로 될 까닭이 없다. 다행히 통화가 이루어졌다 해도 중간에 끊어지기 일쑤고 혼선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렵다. 이런 사정은 특히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에서 심각하다. 전체 가입자중 대략 60%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더우기 이중 70%가 서울에 몰려있다. 수도권지역에서15MHz의 주파수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통화 를 하려면 그 한계 가입자가 33만여명선인데 서울에만 이보다 적어도 2배이 상이 많은 가입자가 몰려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통화품질이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는데 반해 가입자의 증가로 인한 사업자의 이득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사업자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있다. 한국이동통신은 이동전화 영업을 시작한 첫해에 3억8천만원의 매출액을 올렸으나 92년에는 2천5백83억원으로 늘었다. 올해에도 이러한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매출액1조원을 넘어 1조3천6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중 당기순이익이 1천4백 억원을 헤아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0년만에 무려 수천배의 성장을 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화품질이 별로 나아지지 않으니 소비자로서는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결국 통화의 질을 높이려면 주파수대를 넓혀야 되는데 현재로서 한국이동통신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신세기이동통신이 서비스를 개시할 때가지만이라 도 신세기이동통신의 10MHz를 빌리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방법은 양사업 자가 반대해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업계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아날로그방식에서 가입자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이크로셀"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통화밀집지역의 통화범위의 반경을 줄이고 기지국 수를 늘리면 가입자 수를 늘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이 방법도 최대 10만여명 정도 밖에 추가할 수 없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에대해 한국이동통신은 디지탈방식이 도입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시설 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올해말까지 1백72만 회선의 아날로그 이동전화 교환기 회선을 확보, 전체 회선수를 3백47만5천회선으로 늘리고 기지국도 6백6 6개를 늘려 총 1천6백14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확충이 통화품질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 수다. 때문에 질좋은 이동전화를 쓰기 위해서 현재로서는 내년 상반기에 개시될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방식을 통해 이동전화서비스를 실시하면 현재의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가입자 수용용량을 10~20배 가량 개선할 수 있으면서도 통화상태와 보안문제도 해결할 수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최근 실험한 결과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DMA방식은 기존 아날로그 방식이 하나의 채널에 한 통화만을, 그리고 TDMA (시분할다중접속)방식이 하나의 채널에 3가지 통화를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통화 가능수를 혁신적으로 늘리는 방법이다. CDMA방식은 TDMA와 함께 음성신호를 빛의 점멸과 같은 디지탈신호로 바꾸어 전송한다는 점에서 같으나 TDMA 가 디지털 신호로 보내되 이를 다시 시간적으로 분할하는 것과 달리 디지털 신호 각각에 부호(코드)를 부여해 하나의 채널로 내보낸 다음 이를 받아 각 코드별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즉 하나의 채널을 사용해 디지탈 신호로 보낼 경우 시분할은 최대 3개까지 쪼갤 수 있으나 코드분할은 최대 20개 까지 쪼갤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CDMA방식은 가입자를 아날로그에 비해최대 20배까지 늘릴 수 있으며 이동중 통화가 끊어지는 일이 없고 잡음과 혼선도 전혀 없다.

CDMA방식이 이처럼 통화의 품질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를 기다리는 사업자는 물론 수요자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 더구나 유럽, 일본 등도 TDMA방식을 표준으로 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도 양방식 을 공동 표준으로 삼고있으나 아직 실험단계에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이를상용화하는 첫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돼 의미 또한 상당하다.

이를 위해 한국이동통신은 LG 삼성 현대 등과 이를 공동으로 개발, 최근 상용시험을 마치고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한국이동통신은 현재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이를 해한 시스템 안정화와 응용기술 습득을 위해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특히 한국이동통신은 내년 1월중으로 통화품질 문제 가 심각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상반기 중에 전국 대도시권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기이동통신도 지난 3월 삼성전자를 CDMA이동전화시스템 공급업체로 선정 이미 이동전화 교환기 2세트를 설치하고 기지국 장비설치에 들어갔다.

특히신세기 이동통신은 오는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 로이 서비스를 실시하고 통화품질과 성능에 관한 절차를 걸쳐 내년부터 상용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전국 서비스는 3년내에 실시한 계聖이다. 한편 삼성 LG 현대 등을 비롯한 국내 휴대전화기 제조업체들도 이방식을 지원하는 단말 개발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단말을 개발할 때 핵심기술은 이용자마다 각기 다른 고유번호를 부여해 같은 시간에 같은 주파수를 혼선없이 공유토록 하는 데 있다.

LG정보통신은 이미 아날로그와 디지탈 방식을 겸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완료, 시범서비스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내년 1월 출시 목표로 이중모드 아날로그 디지탈 겸용) 휴대전화기를 개발하고 있다. 또 내년중으로 CDMA 전용 단일모드 휴대전화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아날로그 제품과비 슷한 크기로 2백~2백20g 정도의 무게를 갖고 니켈수소배터리를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7월 ETRI(전자통신연구소) 주관으로 CDMA단말기간, 일반전화와 CDMA단말기간 시험통화에 성공한 것을 바탕으로 오는 8월까지 신세기 이동통신에 2백60대의 시범서비스용 단말기를 공급키로 했다. 또 현재 상품 화할 수 있는 단말을 개발중이며 내년 4월 신세기이동통신이 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에 맞추어 본격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전자도 올 3분기 쯤에 제품 개발을 완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맥 슨전자도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사업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이 서비스를 하기 위한 주파수 확보문제와 기존 아날로그 전화기 소유자의 처리 문제 등이 급선무로 제기되고 있다. 신세기 이동통신은 배정받은 10MHz의 주파수를 사용하면 되지만 한국이 동통신의 경우 이미 받은 15MHz의 주파수를 아날로그 서비스로 다 써버린 상태다. 이와관련 양사업자 그리고 정보통신부간에 주파수 대여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어떤 가닥도 잡히지 않고 있다. 또 현재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1백3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어떻게처리하느냐도 힘든문제다. 기존 가입자가 새 단말을 구입해야 하는 문제가그것이다. 이와함께 서비스 초기에 아날로그방식과 디지털방식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게 불가피할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혼선 잡음 등 기존 아날로그방식의 문제점이 그대로 남는다는 점도 골치거리다.

이와관련 통신사업자들은 단말기 판매업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는 데 이 또한 기존 유통업체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CDMA방식의 서비스가 실시되면 통화품질이 개선되고 가입자 수용능력도 훨씬 넓어질 것으로 보이나 초기에는 적지않는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 다. <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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