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양자 가속기에 대한 연구가 러시아에서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양자 가속기는 입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물질의 새로운 성질을 규명하기도 하고 사람에게 필요한 여러가지 연구를 하기도 하는, 말하자면 현대 물리학의 총집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자 가속기를 만드는 데는고도의 전자기 기술과 에너지 기술을 요구하며, 그 때문에 양자 가속기의 기술수준을 보고 그 나라의 과학수준을 짐작하기도 한다.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작은 양자 가속기라고 할 수 있는데 브라운관의 음극이 고온으로 달구어져서 전자를 쏘면 이 전자들이 20킬로 전자볼트의 에너지를 갖게 되고, 이 에너지가 텔레비전 화면의 형광물질을 건드려서 빛을 내게하여 텔레비전을 볼 수 있게되는 것이다. 물론 본격적인 양자 가속기는 고도의 에너지를 내야하기 때문에 텔레비전처럼 선형의 가속관을 가질 수 없고 입자 를 빛의 속도로 수백 내지 수천 바퀴 돌릴 수 있는 원형 형태를 띌 수밖에없는 것이다.
모스크바 교외의 프로트비노 고에너지 물리연구소가 개발중인 가속기 기술은 가속된 입자의 방향을 잡기위해 사용하는 일반적인 자석을 쓰지않고 선형 개념으로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지하에 21km에 이르는 커다란 기계 설비가 들어가 있는데 재정적인 어려움도 원인이지만 워낙 공사 자체가 대규모여서 지난 83년에 시작된 가속기 완공 공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주요 설비는 거의 공사가 끝났기 때문에 러시아 각지나 독립국가연합 그리고 미국에서 온 연구원들이 별 지장없이 실험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가속기는 두 단계로 입자를 가속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첫번째 단계에서 가속관 을 통과한 입자는 약70 기가 전자볼트로 에너지가 높아지고 이 단계를 지나면 3천 기가 전자볼트로 에너지가 상승된다. 입자가 지나가는 길이를 펼치면 대략 3천만km가 될 것이라는 게 설계 그룹의 설명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양자 가속기가 가진 가장 커다란 특징은 두번째 단계의 입자 가속 과정에서 초전도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액체헬륨이나 액체질소를 만들 정도의 시스템을 초전도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 설치했기 때문에 아무리 입자 가속으로 온도가 올라가도 냉각에 어려움이 없다. 이 때문에 다른 가속기보다 10배 정도 낮은 전기를 사용하면서도 에너지는 5배가량 높일 수 있어서 가장 현대적인 입자 가속기로 불리는 것이다. 이 가속기는 지형에 따라 깊이가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지하 20m에서 80m에 묻혀 있다.
입자 가속기 분야중 러시아에서 연구중인 또다른 분야는 입자를 서로 반대 방향에서 가속시켜 충돌시킨 다음 필요한 에너지를 갖는 양자를 분리해내는콜라이더 기술이다. 이 기술에서 러시아의 기술진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비물질의 핵을 규명하는 일과 두 개의 충돌 입자의 반응 과정을 결정하는 양극의 상호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초전도물질을 사용하는 양자 가속기는 길이 2.7km의 지하 채널이 완공되었고 채널 속에 2백개의 전자기 설비를 갖는 진공 시스템이 내장되었다. 21km 에이르는 전체 지하관 가운데에서도 중요한 절반 가량은 작업이 끝난 상태이다. 초전도 설비도 할 수 있는 만큼 실험이 끝나 연구소 자체에서 하루에 세 개정도 만들고 있다. 다만 대량 생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연구소 측은 임시로 8백 기가 볼트까지 얻을 수 있는 단계에서 세계에 가속기 사용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8백 기가 전자볼트가 그렇게기록적인 것은 아니지만 입자의 밀도가 좋기 때문에 비슷한 다른 가속기에 비해 효율은 10이상 높다는 게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대규모의 양자 가속기를 제대로 하나 건설하려면 원자력 발전소 하나를 짓는만큼 경비와 인력이 소요된다. 그 때문에 재정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기술보다는 재원 확보가 가속기 운영의 관건이 되고 있다. 이런 사정때문에 연구소 측은 외국의 협력선을 찾고 있는데 가속기 분야에서의 선진 기술이 필요한 우리의 실정으로 볼때 러시아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스크바=최미경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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