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가전3사 상반기 히트상품 분석

올들어 삼성전자가 LG전자의 냉장고를、 LG전자가 삼성전자의 컬러TV를 각각 제치고 내수시장 정상에 올라선 것은 그동안 "전자제품은 삼성、 전기제품은 LG"라는 등식을 깨뜨리는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일시적 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이제 가전시장 경쟁에서 영원한 승자가 없음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먼저 삼성의 야심작 "문단속 냉장고"가 LG의 "싱싱냉장고"를 앞지르고 상반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함으로써 전통적으로 강세를 지켜온 LG의 전기제품 쪽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었다. 특히 하반기에도 이를 만회할 만한 별다른 묘책이 없다는 게 LG의 고민이다.

냉장고가 4계절 상품으로 그 성격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5~7월경 에 판매가 몰리고 있고 신제품 개발도 연초 출시를 겨냥하고 있어 LG전자가 현재 개발중인 신제품을 무리하게 앞당겨 내놓지 않는 한 현재의 분위기를뒤집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최근 광주 자동화 공장을 가동하고 문단속 냉장고를 보강한 CFC대체 냉장고까지 하반기 판촉전략으로 활용할 움직임이어서 LG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LG가 올해 냉장고 시장에서 뒤지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육각수" 때문이다. 삼성과 대우가 연초에 기본기능쪽에 초점을 둔 "문단속"과 "2단 입체"를 내놓은 데 대해 LG는 뒤이어 "육각수"로 차별화를 유도、 성공을 거두는 듯했으나 삼성과 대우도 "육각수"를 추가 채용해 맞불작전으로 나서면서 언론 의 화살이 집중돼 결국 육각수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게 됐다. 삼성과 대우는 다시 기본기능을 강조하는 쪽으로 선회했지만 타깃을 김장독에서 육각수로 바꾼 LG는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아진 것이다.

특히 삼성이 문을 열지 않고서도 물을 마실 수 있는 디스펜서 기능을 문단속 냉장고의 외부에 채용한 게 소비자들에게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상 맞지 않는 것으로 인식됐던 디스펜서 기능이 현실적으로 는 정반대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또 지난해 입체냉장고로 선풍을 일으킨 대우전자가 이를 보완한 신제품으로 인지도를 확산시킨 것도 LG의 시장점유율을 떨어뜨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입체냉장고가 냉장고 시장점유율을 15%대로 끌어올린 데이어 이번에도 2단 입체냉장고로 탱크(기본기능)의 이미지를 앞세워 시장점 유율을 20%대로 높였는데, 내년에는 냉장고 시장점유율 1위를 점령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컬러TV 쪽에서는 삼성이 LG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지난해 1월에 출시한 "아트비전 그린"을 보완해 4월초에 출시한 LG의 "아트비전 골드"는 눈 달린 TV라는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급속히 파고 들었다. 아트비전 그린 의 음이온 기능을 없앤 대신에 전자눈(센서)을 개발, 채용했다. 주위의 밝기 에 따라 화면이 자동조절된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컬러TV시 장 판도가 뒤바뀐 것이다.

특히 컬러TV 수요의 대형화 추세와 맞물려 25인치 중대형 TV쪽에서 LG가 시장을 석권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물론, 곧바로 컬러TV 시장에 서 LG의 인지도를 더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해 논란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밀어부쳐 실효를 거둔 삼성전자의 바이오TV는 여기에 밀려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LG가 삼성의 컬러TV를 제친 것은 또 VCR과 맞물려 앞으로 가정용 전자기기 시장에서 양사의 치열한 접전을 예고해주기도 한다. VCR의 경우는 지난해 LG가 자가진단 기능을 내세워 상반기중에는 삼성의 VCR을 앞지는 등 이미 팽팽한 수준으로까지 접근해 있다.

따라서 가전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간의 1위 지키기 경쟁과 대우전자의 추격전은 한층 가열될 조짐이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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