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컴 초대석] 귀순 유학생 출신 남명철 LG정보 대리

북한출신 귀순자중에 일반 기업에 둥지를 틀고 활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90년 4월 러시아 레닌그라드 유학중 한국으로 망명한 남명철씨(31)는 그런 면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남씨의 현재 직책은 LG정보통신의 해외사업부문 수출실 대리. 통신분야 중에서도 가장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꼽히는 디지털 국설교환기 해외수출업무를 맡고 있다. 더욱이 교환기 수출업무는 기술적인 백그라운드 없이는 사실상감당하기 어려운 자리다.

"원래 고향인 평양에 있는 김책공과대학 전자공학부를 다니다가 러시아로 유학을 갔습니다. 물론 러시아에서도 전자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레닌그라드전 기대학 4학년 재학중에(레닌그라드전기대학은 5년제로 운영된다) 남한으로 망명했습니다" 정치체제만 바뀌었을 뿐 전공을 찾아 전자.정보통신 기업체에 근무하는 것이하등 이상해 보일 것이 없다는 것이 남대리의 설명이다.

그런 남씨가 LG정보통신에 몸을 담게 된 것은 LG정보통신이 러시아 지역에 교환기 수출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어 통역으로 몇차례 일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남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학과에 다니고 있었다.

"자신에게 할당된 일만 하면 되는 사회주의 체제에서의 생활보다 솔직히 바쁘고 힘이 듭니다. 하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특히 내가 가진 장기인 전자산업에 대한 지식과 러시아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그가 LG정보통신에 정식으로 입사한 것은 지난해 9월、 아직까지 채 1년이 채 안됐다. "아직 내가 직접 나서서 성사시킨 수출 계약은 없습니다. 이제 차차 수출 담당 직원으로 자리가 잡히겠지요" 그의 겸손과는 달리 주변에서는 러시아 지역 사마라시와 스타블호프 지역 교환기 수출 프로젝트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고 귀뜸을 해준다.

"북한의 전자기술 수준이나 전기통신 시설 수준은 남쪽과 비교가 안될 만큼 뒤떨어져 있습니다. 김일성이 생전에 "북한의 전자공업은 0(제로)다"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희천지역에 무전기등을 생산하는 군수장비 생산단 지、 그리고 선천 지역에 이극소자、 삼극소자정도를 생산하는 반도체 단지 가 있는 정도입니다. 통신시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개인이 전화를 가지고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국장이나 차관급 이상、 특정 공공장소등에 기계식 전화기가 있는 수준입니다." 그는 때문에 향후 전자.통신산업 분야에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이게 되면 남한의 북한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진단한다.

"기회가 주어지면 북한지역 통신시설 현대화 사업에 직접 참여해 우리회사의 교환기를 고향에 직접 설치、 운용해보고 싶습니다."북한 억양이 채 가시지않은 말투로 그의 "마지막 꿈"을 얘기하는 남대리의눈망울은 5년전 떠나온 고향 평양을 그리고 있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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