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에어컨 한 대만 사줄 수 없겠습니까." 업계의 예상을 넘은 예약판매로 에어컨이 일찌감치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전3사를 비롯한 에어컨업체의 사원들은 아직까지 예약을 하지 못한 사내외 VIP、 친인척、 친구들의 애절한(?) 구매청탁으로 연일 고민이 다. 재작년만 해도 제발 한 대만 팔아달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대답을 들어야만 했던 에어컨 영업사원들은 지난해 늦더위가 작렬하면서 장관연줄로도 못산다"는 농담이 나올 만큼 상황이 급반전됐다. 올초 한겨울에 전례없는 에어컨 예약판매가 실시된 것도 이같은 대기수요자의 아우성 때문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예약판매가 실시되고 올 여름 기상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나오면서에어컨 구입이 지난해처럼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예약을 유보한 일부소비자들은 시장에 물건이 없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면서 히든카드인 아는사람을 통해 구매작전을 펴고 있다.
에어컨 영업사원은 물론 홍보실 상품기획팀 등에는 각종 루트를 통해 들어온에어컨 구입청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사람 특유의 인정상、 나아가 불경기에 대비한 선심차원에서 가전업체와 에어컨업계의 관계자들은 어렵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한번 알아보겠다"며 여운을 남겨 놓고 사내연줄을 총동원해 에어컨 수배에 나서고 있다.
대우전자 홍보실의 서은주대리는 에어컨을 사달라는 청탁이 민원실의 서류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고 푸념했다.
냉정하게 뿌리치지 못하는 한국인의 인정과 백문화는 에어컨시장에서도 유감 없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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