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수출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손꼽히던 세탁기가 최근 엔고에 힘입어 수출유망제품 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들어 가전3사의 과감한 시설투자를 바탕으로 대량생산체제를 갖춰가면서세탁기의 수출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가전업체들이 외국의 현지실정에 맞는 수출용 제품을 적극 개발하면서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1억4천7백만달러규모였던 세탁기시장은 올해에는 3억3천9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성장률면에서 보면 2배가 훨씬 넘을 정도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중급제품위주 수출에서 탈피, 고급제품 수출에 주력해 오는 2000년에는 세계 세탁기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선두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지난92년에 내수 70%, 수출 30%였던 세탁기가 지난해에는 내수 63.5%, 수출 37.5%로 수출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업체별로는 지난해 대우전자가 전년대비 2배이상의 신장률을 보이면서 모두4 0만3천대를 판매, 6천1백4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93년 모두 26만대, 3천7백70만달러의 세탁기를 수출해 선두를 지켜오던 LG전 자를 따돌리고 1위로 나선 것이다.
대우전자에 이어 LG전자가 32만5천대, 5천2백만달러의 세탁기를 수출했으며 삼성전자는 모두 18만2천대, 3천4백20만달러의 실적에 그쳤다.
이같은현상은 올해에도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올 3월말까지 관세청자료에 따르면 대우전자가 모두 1천8백19만달러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LG전자와 대우전자가 각각 1천1백73만달러, 1천1백32만달러를 기록해 그뒤를 쫓고 있다.
다른 업체와 달리 대우전자가 세탁기수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경쟁 업체들이 개척하지 않는 지역을 집중공략했기 때문이다. 유럽식 드럼세탁기 를 사용하는 지역에도 공기방울세탁기를 판매하는 "개척자"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드럼식 세탁기가 90%이상을 차지하는 러시아의 일렉트로닉카사와 리곤다사등에 1차로 20만대의 공기방울세탁기를 판매한 것이나 연초에 이틸리아등의현지판매법인을 통해 세탁기수출을 처음 시작한 것이 그 좋은 예다.
해외시장에서 세탁기시장만큼은 어느 업체에게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야심이 이같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세탁기수출의 특이한 것은 다른제품과 달리 아시아 중남미 동유럽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컬러TV와 VCR등의 경우 유럽과 미국등 으로 주로 수출되어 왔다. 이것은 우리나라 세탁기의 수출선이 다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지난해 세탁기의 수출실적을 지역별로 보면 총 80만8천9백80대 가운데 아시아지역이 전체의 62.1%에 해당하는 50만2천2백77대로 가장 많고 다음이 중 남미지역이 13만12대(16.1%), 중동지역이 9만3천59대(11.5%), 동구권국가 가 3만2천93대(4.0%)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미주지역은 2만5백75대에 불과했으며 유럽연합(EU)지역의 수출실적은 1만대도 채 안되었다. 올 3월말 까지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3월말까지 아시아지역의 세탁기수출은 1천 3백63만5천달러에 이르렀으며 중남미지역은 1천5백80만8천달러, 동구지역은 1백68만2천달러, 중동지역이 5백50만3천달러로 나타났다.
미주지역 역시 77만8천대로 아시아지역의 5%에 불과했으며 유럽지역은 3백1 9만2천달러로 23%정도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자료를 통해 한가지 특이한 것은 그동안 미개척시장으로 분류됐던 아 프리카지역이 수출유망지역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백39만8달러의 세탁기가 수출됐는데 이어 올해에도 벌써 31만7천달 러어치의 제품을 실어냈다.
우리나라 세탁기의 수출전망을 밝게 해주는 또 다른 증거는 그동안 난공불락 으로 여겨져 오던 일본지역에 세탁기수출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일본업체들은 우리나라 세탁기 기술이 일천하다고 여기고 한국산 세탁기수입 을 꺼려왔다. 93년 대일 세탁기수출은 전무한 상태였다. 올 3월 현재까지도대일수출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LG전자가 국내가전업체로는 처음으로 일본 현지법인을 통해 올 8월부 터 6Kg급의 세탁기를 자가브랜드로 수출키로 했다.
우선 가전양판점과 대형 슈퍼를 활용, 판매거점을 확대하는 한편 일본실정에 맞는 6Kg급의 소형제품을 중심으로 품목을 다양화해 나갈 계획이라는 소식이 다. 이는 이제 우리나라의 세탁기수출이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나타내는 하나의 증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밝은 세탁기 수출전망에 편승, 가전3사의 해외세탁기공장 건설도 상당히 활발하다. 그가운데 대우전자의 세탁기공장건설이 가장 의욕적이다. 대우전자 는 지난해 9월 세탁기 세계화전략의 하나로 "월드워셔" 계획을 발표하고 중남미 폴란드,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CIS, 폴란드, 스페인, 남아 프리카공화국등 세계 11곳에 세탁기전용라인을 건설, 해외에서 1백5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의 일환으로 현재 말레이시아를 비롯, 인도네시아, 베트남, 폴란드, 브라질 칠레등의 공장건설이 한창 진행중이다. 대우전자는 특히 현재 설립중에 있는 해외 세탁기공장 가동을 앞당기기 위해 광주세탁기공장의 7개 생산라인 중 4개라인을 해외 현지공장으로 이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생산을 개시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공장에 각각 연산 10만대 규모의 광주 생산 라인 이전을 시작했으며 연내 CIS와 멕시코의 세탁기공장 가동에 앞서 각각연산5만대와 10만대 규모의 생산라인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중남미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해온 삼성전자도 최근 동남아시아 를 수출유망지역으로 꼽고 태국의 사하그룹과 합작공장을 설립, 조만간 연간10만대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동남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라인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세탁기수출에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바로 가전3사의 세탁기 수출이 대부분 OEM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유명전자업체들이 국내 세탁기의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선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세탁기는 현지 세탁방식이나 수질에 따라 수출용제품을 개발할 때에는 별도로 설계해야 하는 한계성때문에 그동안 미국, 유럽업체들의 제품공급 요청이 거의 없었다. 이러한 점에서 외국유명업체들의 제품공급 의사타진은 우리의세탁기 기술 향상을 반증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LG전자의 경우 미국 월풀사와 GE사등과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판매용 세탁기 OEM공급조건을 협의중에 있으며 네덜란드 필립스사와는 남미지역 수출 용 세탁기 공급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OEM수출비중을 확대, 올해 수출목표를 지난해 3천4백만달러보다3 0%이상 늘어난 4천4백만달러로 잡고 있다. 그동안 남미, 아시아지역의 자가 브랜드수출에 집중해 온 이회사는 올해 북미지역을 집중공략한다는 전략 아래 현재 미국 GE사를 비롯 캐나다의 전자유통전문업체와 제품공급계약을 추진중에 있다.
대우전자는 최근 제품공급을 요청해 온 미국의 메이텍사의 7Kg급 세탁기 수출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TV의 OEM공급선인 일본의 NEC사와 마루만사와도 별도의 세탁기 OEM공급조건을 협의중이다. 세계화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세탁기가 해외시장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과감한 시설투자와 현지실정에 맞는 제품개발등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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