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빠진 자본재산업 육성책

정부가 내년부터는 기업이 외국산 기계 구입시 융자받을 수 있는 연 7~8%의 저리 외화대출자금을 국산기계를 살 때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국산 기계 류 구입을 촉진하기 위한 외화표시자금 지원규모도 올해 당초 계획됐던 1천2 백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한국경제의 세계화를 위한자 본재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했다.

10일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5회 신경제추진회의"에서 발표된 자본재산업 육성대책에 따르면 외화대출제도를 내년중 전면 개편、 외화대출 대상에 외산 뿐만 아니라 국산기계도 포함시켜 내년에는 외화대출 액의 30%、 오는 97년에는 50%를 국산기계 구입 자금으로 지원할 계획이 다. 이같은 조치는 현재 외산기계를 구입할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외화대출자금의 금리는 연 7~8%인데 반해 일반 국산기계 구입자금의 금리는 12~13%여서 수요업체들이 국산기계보다는 외산기계를 선호할 수밖에 없게 돼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마련한 자본재산업 육성대책은 그동안 외산제품이 누려온 혜택을 국산 기계류에도 확대함으로써 동일한 경쟁환경을 조성해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함께 수요자들이 자금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기계류 전문 할부금 융회사"의 설립을 허용하고 기계류 연불수출자금도 늘리는 한편 생산자에 대한 지원측면에서 시제품 개발자금을 확대하고 상환기간도 대폭 늘릴 방침이 라고 한다. 시제품 개발자금체제도 개편、 수출가능성이 크고 기술파급효과 가 큰 전략품목 중심으로 개발대상품목을 전환하고、 수요 대기업이 중소생산업체와 공동개발하는 경우도 자금 제공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기계류 관련 품질인증센터를 공업기술원 등에 설치、 이 센터에서 "우수품질마크" 품목을 지정토록 하고 "우수품질마크"를 획득한 제품의 하자 발생시는 제품 가격 전액을 배상해준다는 것도 정부의 의욕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 다. 정부가 이처럼 획기적인 자본재산업 육성대책을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도 급속한 엔고에 대응키 위함일 것이다. 실제로 계속되는 엔고로 우리나라 의 대일 수입액은 올들어 큰폭으로 늘고 있다. 일본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1.4분기중 한국의 대일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4%가 늘어난 7천62 억9천7백만엔에 달해 지난 89년 이후 6년만에 일본의 제2위 수출대상국으로부상했다. 대일수입 주도품목은 기계류、 전자.전기、 정밀기기 등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무려 28~51%나 늘었다.

이번 종합대책은 엔고로 인한 일본의 경쟁력 약화를 십분 활용하면서 대일수입의존도가 높은 핵심장비.부품.재료의 국산화 및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될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정부도이같은 자본재산업 육성대책이 차질 없이 시행될 경우 10년 후에는 자본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일간의 무역수지도 균형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번에 외화대출 자금 이용대상 확대나 외화표시 원화대출 자금 확대를 비롯한 국산 기계류 육성지원의 수혜대상에서 반도체업체들 이 사실상 제외돼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장비의 수요자는 대부분 대기업들인 데 정부가 우선적으로 중소업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명분아래 대기업 의 외화표시 원화대출자금 사용을 제한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소업체를 지원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장비산업이 반도체 소자산업 발전에 힘입어 이제 막 기반을 잡아가고있는 데다 반도체산업에서 장비나 재료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면 이 분야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록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호황으로 반도체업체들의 여력이 어느때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의 생리를 감안할때 어떤 형태로든 이해가 걸리지않는 한 중소업체들인 국내 반도체장비업체들에게 까지 대가없는 시혜를 베풀 것 같지는 않다. 국산장비 구입이 외산을 구입하는 경우보다 금융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은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외국 첨단반도체 장비업체의 국내생산 유치노력과도 맞지않는 일이다.

반도체업체들의 관련 자금 이용을 허용하는 것이 형평성 문제 등 여러가지 사정으로 어렵다면 전략산업 육성 측면에서라도 대규모 자금을 적기에 조달 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국내 반도체장비시장을 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외국업체들에게 송두리째 내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조치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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