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사 횡포 공동대응이 첩경

각종 전자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범용IC 수급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보도다. TI.NS.SGS톰슨.모토롤러 등 세계유수의 반도체생산업체들이 물량부 족을 이유로 들어 EP롬.TTL IC.플래시메모리.레귤레이터.TRIAC 등 핵심 범용 IC의 대한공급가격을 이달부터 일제히 20~30%정도 올리고 일부품목의 경우납기를 기존 8~9주에서 최대 52주로 늘렸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국내 CPU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인텔이 486계열 CPU를 제한공급 국내 PC업계가 생산에 지대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외국 범용 반도체업체들이 예상외의 높은 가격인상에다 납기까지 1년으로 연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는 벌써부터 이로 인해 원가부담은 물론 앞으로 닥칠범용IC품귀사태를크게걱정하고있다.

그동안 외국 반도체업체들의 가격인상 폭이 10%대이하 선이었던 점과 비교 할 때 이번 인상 폭은 2~3배 높은 것이다. 때문에 그간 외국반도체업체들의통상적인 가격인상폭을 감안해 올 경영계획을 수립한 전자업체들도 적지않은원가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고율의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범용IC 공급도 순조롭지가 않다. 납기를 최대 1년으로 연장하겠다는 것은 우리나라에 범용IC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요즘같이 전자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경기변동이 심한 상황에서 1년후에 사용할 물량을 지금 주문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다.

외국 반도체생산업체들이 국내 대리점에 보낸 공문을 통해 밝히고 있는 납기 연장의 이유는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유럽지역 및 대만.홍콩 등 동남아지역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 한국으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급기피라고 단정할 만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인텔에 이어 외국 범용IC업체들의 이같은 태도는 수요추세를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전략적인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이는 이들 외국 업체가 현재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IC의 생산을 줄이는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범용IC도 소형화.고기능화의 추세이긴 하나, 현재의수요를 인위적으로 차단 하고 이를 고부가가치품목으로 수요추세를 전환시키려는 외국업체들의 횡포 에 가까운 전략에 국내수요사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 성이 있다.

이같은 외국 범용IC 생산업체들의 횡포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이들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방법뿐이다. 물론 리니어 IC.레귤레이터 등 국내조달이 가능한 제품군은 가능하지만 절대적으로 이들 외국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EP롬 등 일부품목의 경우 그럴 수도 없다. 그런 만큼 이들이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제한 공급할 경우 국내 제조업체는 현재 확보하고 있는 부품을 소진한 후에는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외국부품업체들의 수량조절이나 제품단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거나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은 핵심부품을 자급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 외국업체의 국내 반도체대리점이나 수요자인 제조업체들은 불이익을 우려하여 항의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외국업체의 부당한 횡포에 대항하려면 우리도 하루빨리 기술자립 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 특히 핵심부품의 조립이 곧 완제품인 점을 상기할 때 부품자립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부품업체의 기술개발투자 확대는 물론 세트업체들의 지원도 필요하다. 또한 이번과 같은 경우 국내 수요업체들 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이나 외국업체의 횡포에는 국내 수요업체 들이 공동으로 대응해야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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