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에어컨장사는 거의 다 끝나갑니다. 내년 계획 세워야죠." 에어컨 시황에 대한 질문에 가전3사를 비롯한 국내 주요 에어컨업체의 상품기획및 영업관계 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에 넘치는 대답을 하고 있다. 실제로 가전3사의 에어컨 사업부나 공조기기전문업체의 분위기는 예년 이맘때 같으면본격적인 판촉전 을 위해 경황이 없을 때이나 올해는 그 어느 부서나 업체보다 전례 없이 여유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작년 한여름 설치된 집이 부러움의 대상이자 동시에 전력위기의 주범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에어컨. 지난해 에어컨을 사기위해 장사진을 쳤던 대기 수요는 전력공급에 자신이 없는 정부의 조바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업체로 하여금 여름상품을 한겨울에 장사하게 만들었다.
올해 각사가 추산한 올해 에어컨수요는 지난해의 38만대보다 약 20~30%가량 증가한 50만대선. 그러나 예약판매가 예상밖의 호조를 보임에 따라 각사가 올 여름 무더위가 닥친다는 가정아래 새로 수립한 올해 에어컨 판매는 지난해보다 50%가까이 급신장한 최대 58만대, 금액으로 거의 6천억원대까지 바라보고 있다.
에어컨업계의 실무자들은 성수기인 다음달 이후 3개월간 기상이변이 없는한모두 올해 목표를 초과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인간의 능력으로 예측할 수 없는 기상변수를 고려, 무더위가 전혀 없는 최악의 상황과 작년같은 말복 무더위가 닥칠 경우에 대비한 가상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최대한 융통성있는 제품수급대책 마련에부심하고 있다.
이러한 전례없는 상황의 원인은 한마디로 모두 지난해말부터 실시된 예약판매로 귀결될 수 있다. 팬히터, 온풍기등 난방기기가 팔리고 있는 12월에 실시된 전례없는 에어컨예약판매는 지난해 제품을 구입하지 못한 대기수요와 이에 덩달은 조기확보 심리를 자극, 연쇄적인 가수요를 유발시키면서 그대로 조기판매로 이어지는 기현상을 연출했다.
3월말까지 조기예약판매를, 통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전체판매목표의 70% 를 대우전자와 만도기계는 각각 목표의 60%를 달성한 것으로 자체집계하고 있다. 또한 범양,두원, 경원세기등 업소용 패키지에어컨 전문업체들도 대리 점자체의 예약판매를 통해 목표의 60~70%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밖의 성과로 인해 일부업체의 경우 성수기를 겨냥해 준비했던 광고 및 판촉활동마저 자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고에 따른 대량수요가 발생 할 경우 제품을 적기에 공급해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각사는 지난해재고가 모두 소진되고 시장이 상승무드를 탈 것이라는 예측하에 대부분 라인 업을 실시하고 기능, 디자인등 전반적인 면에서 새롭게옷을 갈아입혔다.
업계의 이러한 투자는 에어컨이 조만간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판단에 따른 것으로 각사의 기술과 디자인 경쟁은 그 어떤 가전제품보다 치열하다. 올해 각사의 제품출시 전략을 예년과 비교해보면 제품의 양극화전략이 두드러진다. 특히 가전3사와 만도기계의 경우 고소득 소비자층을 겨냥한 첨단 최고급 모델과 중산층이하의 수요층을 고려한 염가보급형을 동시에 출시했다. 염가보 급형은 다양한 기능중 기본 핵심기능만을 채용하고 그 대신 동종의 고급형에비해 가격을 20만~40만원까지 낮춘 것으로 에어컨시장에 나타난 수요패턴분석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다. 각사의 주력제품을 전반적인 측면에서 보면 에어컨을 단순한 냉방기기로서가아니라 복합적인 실내공조기기로 부각시킨 점이 공통적인 추세. 항균 및 집진필터를 대폭 보강 해 공기정화, 탈취기능을 높였고 음이온발생제습기능등 위생 및 건강기능도 강화했다. 또한 에어컨성능의 관건인 냉방효율과 사용편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유전자알고리듬을 채용한 신제품이 본격 출시된 것도지난해와 비교되는 차이점이다. 퍼지, 뉴로퍼지, 카오스이론등 기존 이론과결합시켜 가전제품의 새로운 제어이론으로 각광을 받고있는 유전자알고리듬은 사용자의 사용습관 까지 자동학습토록해 고성성제품을 소비자가 원터치로작동할 수 있게 하는등편리성면에서 획기적인 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에어컨사용자의 중요한 불만사항의 하나였던 소음문제에 있어서도 최저 33~35㏏(5평형)수준까지 낮추는등 성능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편디자인면에서도 제품이 날로 슬림화, 고급화되는등 인테리어 감각이 강조되고 있다. 룸에어컨의 경우 길이와 폭이 지난해보다 5~10cm가량 줄어들었을 뿐아니라 모서리부분이 유선형구조로 세련미를 더해가고 있다. 패키지에 어컨의 경우는 크기와 차지하는 공간을 감안하여 실내가구와 조화를 이루는고급디자인채용 추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올해 조기판매와 함께 에어컨시장의 특징중 하나는 패키지에어컨의 판매가 룸에어컨을 앞지르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원래 업소용으로 개발된 패키지에 어컨이 35평이상 중대형아파트용으로 적격이라는 인식과 대형가전 선호추세 와 맞물린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각 에어컨업체는 예약판매상의 호조에 힘입어 패키기에어컨 생산을 당초 계획보다 늘리고 있는데 성수기까지 호황을 맞을 경우 올해는 패키지에 어컨의 수요가 룸에어컨수요를 근소하게 역전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독특한 시황에 발맞춰 업체간 점유율확대경쟁도 치열하다. 가전3사의 경우 기존대리점외에 공조기기전문점과 설치전문점을 작년보다 20~30%씩 늘리고 유통및 서비스기반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룸에어컨시장에 처녀진출 3사에 도전장을 던진 만도기계는 올해도 사업기반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만도기계는 3사에 비해 열세로 지적되고 있는 유통및 영업력을 보강하기 위해 동양매직등 일부업체와 제휴하고 에어컨 업계 최초로 주부사원제를 도입하는등 다각도의 대책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두원냉방,경 원세기도 각각 대우전자, 신일산업과 손잡고 부족한 영업력 보강을 시도했다. 그러나 활발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에어컨업계가 풀어야할 숙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첫째,가전3사를 비롯한 주요업체들은 미국과 일본으로 부터 컴프레서등 핵심부품을 아직도 상당량 의존하고 있다. 마이컴의 경우는 전량을 일본에서 제작 수입하고 있다. 물론 내수규모가 부품설비투자를 하기엔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따라서 수요에 따라 탄력적인 생산을 하기 위해 항상 외국시장동향을 중요한 변수로 고려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또한 제품의 컨셉트나 성능, 디자인등 전반적인 면에서 일본제품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이는 매년 큰 폭으로 신장하고 있는 수출현황이나 향후 대부분의 업체 가 궁극적으로 세계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업계가 조속히 풀어야할 과제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이밖에 정부차원의 에너지관리 를 위한 장기대책과 맞물려 가스, 태양열등 무공해 대체연료를 사용한 차세 대냉난방기기의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는 점을감안, 에어컨업계도 절전성능 향상에 보다 많은 투자와 신개념 제품개발에 대한 연구를 강력히 지속해나가야할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유 형 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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